하반기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대작들 틈 속에서 작지만 옹골찬 국내 독립영화 3편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두 편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을 만난 작품으로, 예매부터 GV까지 큰 인기를 끌며 씨네필들의 기대를 모은 바 있다. 하반기에 개봉이 확정된, 놓치면 후회할 국내 독립영화 개봉 기대작 세 편을 소개한다.
<우리집> │윤가은 감독 │92분 │출연 김나연, 김시아, 주예림, 안지호 │2019.08 개봉
2016년 첫 장편 데뷔작 <우리들>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으며 제37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윤가은 감독의 신작 <우리집>. 영화는 매일 다투는 부모님이 고민인 12살 하나와 이사를 자주 옮겨 다니는 게 싫은 유진·유미 자매, 세 명의 어린아이들의 여름을 그렸다. 동네에서 우연히 만난 셋은 여름방학을 함께 보내며 가까워진다. 자신들의 가족에 대한 고민을 터놓으며 단짝이 된 이들. 서로만큼 소중한 자신들의 ‘우리집’을 지키기 위해 하나와 유진, 유미는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하게 될까. ‘함께여서 매일이 기적인 거야’라는 포스터의 문구처럼 여름 끝에 아이들이 빚어낼 기적은 무엇일지.
<우리집>은 감독뿐만 아니라 제작, 촬영, 미술 등 전작 <우리들>로 함께했던 주요 스태프들이 그대로 제작에 참여했다. 공개된 트레일러로 미루어보아 아이들의 감정과, 여름의 계절감을 완연히 작품에 녹아냈다는 점에서 <우리들>의 연작 후속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겉으로 다뤄지는 영화적 장치 외에 <우리집>은 <우리들>에서 더 나아가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가족 문제를 다루며 어른들의 세계까지 확장해나간다는 점에서 전작과 다른 지점을 두고 있다. 이를 목격하는 관객들은 세 아이들의 야심찬 가족 사수 프로젝트를 통해 또 어떤 성장을 하게 될까. <미쓰백>의 김시아가 출연하며 올 8월 개봉할 예정이다.
<벌새> │김보라 감독 │138분 │출연 박지후, 김새벽, 정인기, 이승연 │2019.08.29 개봉
감히 추측하건대 올해 청룡영화제 신인상은 이 감독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김보라 감독은 첫 장편 데뷔작 <벌새>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시애틀국제영화제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현재까지 24관왕을 수상하며 영화로 세계여행 중인 신예 감독이다. <벌새>는 이미 정식 개봉 전부터 ‘웰메이드 데뷔작’이라 불리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작년 첫 공개됐던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인기가 남달랐던 작품.
영화는 성수대교가 무너졌던 1994년으로 돌아가 주인공 14살 은희의 세상을 비춘다. 가족들에게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은희는 친구 지숙과 물건을 훔치고 남녀 할 것 없이 연이은 연애를 하며 어디 하나 마음을 정착하지 못하고 벌새처럼 날아다니는, 지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소녀다. 그런 은희의 삶에 은희를 이해해줄 유일한 어른 김영지 선생님이 찾아온다. 선생님과 시간을 보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은희. <벌새>는 1994년 가장 보편적인 은희로부터 출발해 지금의 보편적인 우리에게 당도한,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찬란하지만 쓰라린 삶을 그린 편지와도 같은 영화다. 8월 29일 개봉 예정.
<메기> │이옥섭 감독 │88분 │출연 이주영, 문소리, 구교환, 권해효 │2019 개봉 예정
<벌새>와 더불어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의 관심과 인기의 중심에 있었던 작품이 하나 더 있다. <꿈의 제인> 주연을 맡았던 구교환의 신작으로, 구교환이 직접 각본과 프로듀싱에 참여한 <메기>가 그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올해의 배우상‧시민 평론가상‧CGV 아트하우스상‧KBS 독립영화상 총 4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최다수상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4학년 보경이>, <걸스 온 탑>,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등 구교환과 협업을 통해 독특한 상상력이 녹아든 단편 영화들을 여럿 선보인 바 있는 이옥섭 감독이 연출한 작품.
영화는 한 병원에서 시작된다.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 찍힌 엑스레이 사진이 발견되고 병원은 발칵 뒤집힌다. 간호사 윤영은 자신과 남자친구 성원의 사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직서를 쓸까 망설인다. 막상 다음날 병원에 가보니 자신과 부원장만 출근한 상황. 한편 서울 도심에서는 갑작스레 싱크홀이 여기저기서 생겨나고, 성원은 싱크홀 매립 작업에 투입된다. 플롯 구조가 이해가 안 된다면 제대로 읽은 것이 맞다. <메기>는 황당무계한 에피소드들이 산발적으로 등장하는, 그러나 ‘메기’라는 소재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영화다. 클리셰는 커녕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연달아 발생하는 영화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같다.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구덩이를 키우는 일이 아니라 구덩이에서 빠져나오는 일'이라는 것. 감독 특유의 재기 발랄한 상상력과 블랙코미디처럼 느껴지는 대사 및 상황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영화. <메기>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이주영과 구교환이 주연을 맡았으며, 문소리, 권해효, 천우희, 던밀스, 박경혜 등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신스틸러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