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들의 성지, ‘샌디에고 코믹콘 2019’(이하 코믹콘)가 17일(이하 현지시간)부터 21일까지 열렸다. 수많은 영화, 드라마, 코믹스들에 대한 새 소식이 소개됐다. 특히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관련 소식은 바다 건너 한국의 관객들까지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마블의 신작 소식과 함께 어떤 작품들이 코믹콘을 통해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을까. 간단하게 정리해봤다.


마블 페이즈 4 공개

마블의 소식은 블로그 등 많은 곳에서 정리했으니 간단하게 살펴보자. 페이즈 4는 영화와 드라마를 연계하는 형태가 될 것이며 계획된 작품 순서는 다음과 같다. <블랙 위도우>, <팰콘 앤 윈터 솔져>, <이터널스>, <샹치 앤 더 레전드 오브 더 텐 링스>, <완다비전>, <닥터스트레인지 인 더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 <로키>, <왓 이프>, <호크아이>, <토르: 러브 앤 썬더>. 이 가운데 <블랙 위도우>, <이터널스>, <샹치 앤 더 레전드 오브 더 텐 링스>, <닥터스트레인지 인 더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 <토르: 러브 앤 썬더>만이 영화고 나머지는 디즈니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Disney +)에 서비스할 TV 드라마다. <완다비전>은 예상과 달리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를 그리며, <닥터스트레인지 인 더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와 연계한다고 밝혀 궁금증을 자극했다.

이외에도 마허살라 알리가 뱀파이어 사냥꾼 <블레이드>의 새로운 주인으로 발탁됐으며 양조위가 <샹치 앤 더 레전드 오브 더 텐 링스>의 악역 만다린 역으로 발표됐다. 또한 한동안 토르의 대사, 혹은 뒷모습으로만 등장했던 제인 포스터(나탈리 포트만)가 <토르: 러브 앤 썬더>에서 ‘마이티 토르’로 등장한다.


DC의 신작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DCEU 영화가 실패하는 동안 “DC는 역시 드라마”라는 위로를 남긴 TV시리즈 세계관 애로우버스.

마블이 영화로 흥하는 동안 DC는 영화로 팬들에게 실망만 안겨줬다. 그래도 DC팬들은 이렇게 말한다. “DC의 드라마, 애니메이션은 최고니까.” 틀린 말이 아니다. DC는 그동안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애로우>를 시작으로 <플래쉬>, <슈퍼걸> 등 드라마만의 독창적인 세계관 ‘애로우버스’를 완성했고, 그 외에도 <DC 타이탄>, <둠 패트롤>, <스웜프 씽> 등 새로운 작품에도 도전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으로는 독보적이다. 명작 그래픽노블을 옮긴 <다크나이트 리턴즈>나 독자적인 노선을 취한 <저스티스 리그: 워>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슈퍼맨 레드 선> 표지

그래서 코믹콘에선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관련 소식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동명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배트맨: 허쉬>를 공개하기도 전, 새로운 애니메이션 두 편을 발표했다. 하나는 ‘슈퍼맨이 소비에트에 떨어졌다면’이란 가정을 그린 코믹스 기반 애니메이션 <슈퍼맨: 레드 선>. 다른 하나는 슈퍼맨이 치기 어린 히어로였을 젊은 시절을 그린 신작 애니메이션 <슈퍼맨 맨 오브 투모로우>. 두 작품 모두 2020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드라마 <슈퍼걸>, <둠 패트롤> 등은 새로운 시즌을 공개했다. 또 애로우버스의 크로스오버 이벤트 <크라이시스 온 인피티니 어스>에 브랜든 루스, 톰 웰링, 린다 카터가 출연한다고 밝혔다. 브랜든 루스와 톰 웰링은 각각 영화 <슈퍼맨 리턴즈>, 드라마 <스몰빌>에서 슈퍼맨을 연기했고, 린다 카터는 잘 알다시피 원조 원더우먼이다. 이 세 사람은 각각 자신이 맡았던 캐릭터로 출연한다. 브랜든 루스 같은 경우 현재 DC 드라마에서 아톰/레이 팔머로 출연 중이라 킹덤 컴 슈퍼맨 역을 맡는다고 한다.

(왼쪽부터) 브랜든 루스, 톰 웰링, 린다 카터의 슈퍼히어로 시절.


HBO 신작 3와 영화계 휘어잡을 속편 3편 공개

HBO는 세 작품의 예고편을 공개했다. <히스 다크 머터리얼>(His Dark Materials), <왓치맨>, <웨스트 월드> 시즌 3다. <히스 다크 머터리얼>은 국내에 <황금 나침반>으로 출간한 필립 풀먼의 판타지 소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이미 드라마.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지만, 흥행이 시원찮아 속편 제작이 중단됐다. HBO의 제작 발표 소식은 영상화 소식을 기다렸을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다. 원작의 탄탄한 세계관을 얼마나 구현해낼지가 관건이다.

<왓치맨>은 동명의 그래픽 노블의 결말 이후 미래를 그린다. 2009년에 개봉한 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는 원작과 엔딩이 달랐다. 드라마는 원작에서 이어지는 쪽을 선택했다. 모종의 사건으로 인류의 평화가 정착한 듯했지만, 로어셰크의 후계자를 자처한 자경단과 신분을 감춘 비밀경찰이 대립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작에 등장한 오지만디아스 역은 제레미 아이언스가 맡았으며, 레지나 킹,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등이 출연한다. 코믹콘 예고편에서 닥터 맨하탄의 등장을 암시해 원작 팬들까지 두 눈을 휘둥그레지게 했다.

<웨스트월드>는 시즌 3 예고편을 공개했다. 호평 세례였던 시즌 1에 비해 시즌 2는 다소 미지근한 평가를 받았으나 기획 단계부터 시즌 3 시나리오를 집필했기 때문에 1년 만에 돌아오게 됐다. 시즌 2 결말이 암시하듯 시즌 3에선 완전히 새로운 공간이 배경이 된다. 지난 시즌과는 다른 볼거리와 전개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시리즈의 팬들은 예고편 영상을 통해 여러 추측을 내놓고 있다. 2020년, 그들의 예측이 적중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BS는 단출하지만 강력한 한 방을 꺼냈다. 드라마 <설국열차> 공식 예고편이다. 드라마 <설국열차>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드라마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도 작품에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봉준호 감독이 201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은 드라마 <설국열차> 입장에선 호재인 듯하다. 제니퍼 코넬리, 다비드 딕스, 믹키 섬너, 수잔 박 등이 출연하며 10부작이다.

뼈대 있는(?) SF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적자(嫡子)가 온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시리즈 1, 2편에서 직접 이어지는 작품이다. 1, 2편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을, <데드풀>의 팀 밀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팀 밀러는 코믹콘에서 촬영 현장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면서 “R등급 영화가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터미네이터의 유전자는 R등급”이라면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도 R등급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데드풀>로 R등급 슈퍼히어로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팀 밀러다운 발언이다.

공포영화 흥행 기록을 경신한 <그것>의 속편도 새 예고편을 공개했다. <그것: 두 번째 이야기>는 성인이 된 루저 클럽 멤버들이 다시 한 번 페니와이즈를 저지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임스 맥어보이, 제시카 차스테인, 빌 헤이더 등 성인이 된 루저 클럽 친구들을 맡은 배우들이 화려하다. 예고편에 따르면 페니와이즈에 맞서는 루저 클럽을 중심으로 페니와이즈의 과거도 함께 다룰 것으로 보인다.

코믹콘 소식의 대미를 장식할 영화는 34년 만에 돌아온 <탑건>의 속편 <탑건: 매버릭>. 1986년 개봉한 <탑건>은 미군 해군 소속 파일럿들의 경쟁과 우정, 로맨스를 그려 지금까지 사랑 받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를 안 봤어도 <탑건>의 주제곡 ‘테이크 마이 브레스 어웨이’(Take My Breath Away)는 들어봤을 정도로 유행한 작품인데, 30년이 지난 후에야 속편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편의 두 주역 톰 크루즈, 발 킬머가 돌아오며 마일즈 텔러가 1편에서 사고로 죽은 구스(안소니 에드워즈)의 아들로 속편에 합류한다. 톰 크루즈는 늘 그랬듯 이번에도 비행기를 실제로 운행한다. 마일즈 텔러 역시 톰 크루즈와 함께 비행훈련을 받아 실제 비행을 보여줄 듯하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