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던 작던 우리에겐 언제나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찾아온다. 7월 초에 제주도 해수욕장에서 살아 헤엄치는 상어가 포착되어 입욕이 통제되는 사건이 있었다. 또한 매년 물놀이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사건사고들을 뉴스로 접하면 바다 여행에 잠시나마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고민들을 조금 다른 의미로(?) 해결해줄 영화들을 모아 보았다. 바다의 무서움을 머리 깊숙이 각인시켜줄 영화다. 여름 휴가를 멀리 가기 싫은 사람들에게 올여름 안전하게 집에서 피서를 보낼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파이니스트 아워 (2016)

<파이니스트 아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2016년의 디즈니를 두고 하는 말이다. <파이니스트 아워>는 2016년 흥행 대실패를 기록한 디즈니의 흑역사이다. 비록 나무에서 떨어진 원숭이이지만 그 모습도 보는 재미가 있다. <파이니스트 아워>는 해안경비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형선 구조 실화를 영화로 각색한 작품이다. 집채만한 파도와 매섭게 몰아치는 풍랑. 악조건의 연속인 바다 위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들. 이런 두려움 앞에서도 펜들턴호 구조에 자원한 소수의 해양경비대의 모습은 사명감과 책임감에 대해서 다시 돌이켜보게 된다. 지금껏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바다를 마주하는 공포. 소형선을 덮치는 거대한 파도. 악천후 속 바다의 무서움을 완벽하게 이미지화한 <파이니스트 아워>. 흥행 실패에 대해 의문이 드는 작품이다.


올 이즈 로스트 (2013)

<올 이즈 로스트>

<올 이즈 로스트>는 고독하고 절망적이다. 의문의 남성(로버트 레드포드)은 자신의 요트가 컨테이너 화물과 충돌하자 구조선으로 몸을 옮긴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대자연의 거대함뿐이다. 아무도 없는 바다 한가운데 홀로 남겨진 공포와 제한적인 식량. 주위를 맴도는 상어들과 거대한 폭풍. 햇빛에 의해 점점 피부가 벗겨지기도 한다.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잔혹한 현실이 의문의 남성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영화는 홀로 바다에 조난된 상황을 보여준다. 등장인물의 별다른 대사도 없다. 노장 로버트 레드포드의 눈빛과 행동만으로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올 이즈 로스트>를 관람하고 나면 그저 아름다워 보이기만 했던 바다가 더 이상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트 오브 더 씨 (2015)

<하트 오브 더 씨>

그리스 신화의 이카루스는 더 높이 날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했다. 그런 욕망의 결과는 결국 비극으로 끝이 난다. 침몰한 에식스호의 선원들도 비슷한 경우이다. 돈을 위한 무자비한 고래 사냥은 거대 향유고래에게 공격당하는 결과를 낳았다. 에식스호의 침몰 실화는 소설 <모비딕>에 영감을 주었다. <하트 오브 더 씨> 는 이런 에식스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돈을 쫓아 항해를 시작한 그들의 욕망은 바다의 심판을 받게 됐다. 바다 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지금 바다에 있지 않다는 것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올 이즈 로스트>는 혼자 바다에 표류하는 외로운 과정을 담아냈다. 반대로 <하트 오브 더 씨>는 21명이 표류하기에 바다의 위협을 제외하고도 인간이 만들어낸 많은 갈등과 사건들이 발생한다. 이 둘의 상황을 비교하며 본다면 더욱 흥미진진할 것이다.


언더워터 (2016)

<언더워터>

한번에 많은 이들을 깊은 바다로 끌고 가는 거센 파도 이안류. 해수욕장에서 파도가 거꾸로 치는 현상이다. 이안류를 포함해 바다에는 수많은 위험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가끔 잊어버린다. 멕시코의 한 해변을 찾은 의대생 낸시(블레이크 라이블리)도 그런 경우이다. 무시무시한 바다가 그녀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다. 서핑 하는 그녀를 갑자기 공격하기 시작하는 백상아리. 상어를 피해 암초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낸시. 암초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녀의 절박함. 그 주변을 맴도는 백상아리의 공포. 한정된 시간과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보는 이들의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킨다. <언더워터>는 일반 해수욕장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바다의 위협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죠스>(1975)이후 최고의 상어 영화라는 호평을 받았다.


라이프 오브 파이 (2012)

<라이프 오브 파이>

거센 폭풍우 속 침몰한 배의 생존자는 단 한 명 파이 파텔(수라즈 샤르마). <라이프 오브 파이>는 운 좋게 살아남은 파이 파텔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얼룩말, 하이에나, 오랑우탄 그리고 호랑이와 함께 바다를 표류하는 파이 파텔. 분명 이들의 여정에는 바다의 위협으로 인한 수많은 고통이 뒤따랐을 것이다. 너무나도 절망적이기에 믿고 싶지 않은 표류기이지만 마치 흥미로운 모험담같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들이 표류하는 투명한 밤바다 속 빛나는 수많은 플랑크톤은 밤하늘을 연상 시킨다. 그런 바닷속을 거대한 고래가 헤엄치며 눈을 뗄 수 없는 장면을 연출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들과 놀랍도록 깔끔한 스토리텔링은 관람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끔찍했던 파이 파텔의 표류기를 듣고 어떻게 해석할지는 우리의 몫이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그들을 고난의 늪으로 끌어들인 바다의 무서움이다.


씨네플레이 박준모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