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바디 원츠 썸!!>

1980년대 미국 텍사스의 한 대학 야구부 이야기를 담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에브리바디 원츠 썸!!>이 7월14일 개봉했다. 이 영화가 기대되는 이유 다섯 가지를 꼽아봤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사진 왼쪽).

1. ‘리처드 링클레이터’라는 이름
<스쿨 오브 락>,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보이후드>를 기억하는 관객들이라면 <에브리바디 원츠 썸!!>의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이름만으로 이 영화의 기대치는 한없이 올라갈 것이다.
<스쿨 오브 락>과 <비포 시리즈>가 워낙 유명하지만 ‘리처드 링클레이터‘라는 긴 이름의 감독은 그다지 많이 알려진 것 같지 않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1960년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태어났다. 텍사스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후 그는 통신대에서 한 학기 동안 영화사를 배웠다. 그 후 멕시코만 유전에서 일을 하며 돈을 모아 슈퍼 8mm 카메라를 구입하고 독학으로 영화를 공부했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1988년 슈퍼 8mm 영화 <독서로 경작하는 법을 배울 수 없다>로 데뷔했다. 두번째 영화 1991년 <슬래커>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자신의 고향 텍사스를 떠나서 영화를 잘 만들지 않는 걸로도 유명하다. 오직 <비포> 시리즈에서만 해외로 떠났다. 비엔나, 파리, 그리스의 바닷마을이 배경이었다. 그 와중에도 <비포 선라이즈>의 주인공 제시(에단 호크)는 미국 텍사스에서 온 걸로 설정했다. 링클레이터와 절친인 에단 호크 역시 텍사스 오스틴 출신이다. (*이 글에서 텍사스라는 단어가 몇번이나 나오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링클레이터 감독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끊임없는 대사다. <비포> 시리즈에서 그걸 가장 잘 알 수 있다.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느(줄리 델피) 단 2명이 <비포> 시리즈의 거의 모든 장면을 채우고 있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은 점은 쉴 새 없이 두 사람이 떠들어대기 때문이다.

<에브리바디 원츠 썸!!>에는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인 링클레이터의 최대 흥행작 <스쿨 오브 락>의 빵터지는 재미와 끊임없이 ‘대사 비’가 쏟아지는 <비포> 3부작의 미묘한 사랑의 감정, 12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어린 소년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동일한 한 명의 배우를 통해 보여준 집념의 영화 <보이후드>의 감동이 모두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멍하고 혼돈스러운>

2. <멍하고 혼돈스러운>(Dazed And Confused)의 속편
<에브리바디 원츠 썸!!>은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1993년작 <멍하고 혼돈스러운>의 “정신적인 속편”(spiritual sequel)이라고 알려졌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고 손꼽는 <멍하고 혼돈스러운>을 본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서 정식 개봉은 하지 못했다. <라스트 스쿨데이>라는 제목의 DVD로만 출시됐다. 이마저도 지금은 구하기 쉽지 않은 듯하다. <멍하고 혼돈스러운>은 1970년대, 미국 텍사스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방학을 앞둔 학기의 마지막 하루(링클레이터 감독은 텍사스라는 공간 만큼이나 시간에 집착하는 감독이다. <비포> 시리즈는 9년 단위로 새 영화를 발표했다)를 다룬다. 10대들의 목적은 단 하나. 종강을 맞아 열리는 파티에서 신나게 노는 것뿐이다. 스토리는 밋밋하다. 극적인 사건은 없다. 밤새 파티를 즐기고 하루의 일탈을 경험한 주인공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멍하고 혼돈스러운>은 1970년대 미국의 단면을 포착한 수작이다. 밀라 요보비치,아담 골드버그, 벤 애플렉 등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다. 역시 텍사스 출신인 매튜 맥커너히는 <멍하고 혼돈스러운>을 통해 데뷔했다.

<에브리바디 원츠 썸!!> 포스터
3. 1980년대 미국 로큰롤 다시 듣기
<에브리바디 원츠 썸!!>의 제목에서 연상되는 노래가 있다. 1980년대 전성기를 보낸 미국 로큰롤 밴드 밴 헤일런의 같은 제목의 노래다. 참고로 ‘정신적 전편’ <멍하고 혼돈스러운>의 제목은 레드 제플린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에브리바디 원츠 썸!!>의 스페셜 포스터에는 지금은 보기 힘든 카세트테이프가 보인다. 카세트테이프라니! 요즘은 CD도 잘 안 듣는데. 그러니까 이 영화에는 1980년대의 클래식 록부터 초창기 힙합까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이 대거 삽입됐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미국판 <응답하라 1988> 같은 느낌이라고 봐도 될까.
밴 헤일런을 비롯해, 더 낵(<My Sharona>), 블론디(<Heart Of Glass>), SOS밴드(Take Your Time (Do It Right)), 더 카즈(<Good Times Roll>) 등의 음악이 포함된 <에브리바디 원츠 썸!!> O.S.T.는 필구 아이템이 될 전망이다. 국내 발매를 기대해본다.
노래 제목들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면 아래 동영상을 확인해 보시길. 특히 슈가힐 갱의 <Rapper's Delight>는 영화 초반 극중 인물들이 차에서 틀어놓고 신나게 따라부른다. 영화가 끝나면 같은 노래를 배우들이 나와서 각자의 캐릭터에 맞게 개사해서 부르기도 한다.
<에브리바디 원츠 썸!!> 플레이 리스트 영상

4. 19금 하이틴 코미디라는 장르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의외로 코미디를 잘 만든다. 국내에서는 <비포>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는 <스쿨 오브 락>도 만들었다. 잭 블랙이라는 걸출한 배우에 기댄 측면이 많지만 어쨌거나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코미디는 기대되는 부분이다. <에스콰이어>는 <에브리바디 원츠 썸!!>이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영화 가운데 가장 재밌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19금’도 하나의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정신적 전편’ <멍하고 혼돈스러운>의 주인공이 고등학생이었다면 <에브리바디 원츠 썸!!>의 주인공은 대학 신입생이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그야말로 클래스가 다르지 않겠는가.
<에브리바디 원츠 썸!!>은 사실 <멍하고 혼돈스러운>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대학 야구팀 신입생 제이크(블레이크 제너)는 개강 하기 4일 전 야구부원들이 사는 숙소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들과 그야말로 미친 듯이 논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번엔 대학생이다!
야구부의 파티는 광란에 가깝다. 숙소의 2층엔 절대 여자를 들이지 말라는 코치의 말(1층에선 섹스해도 된다는 뜻!)은 간단히 무시해버리고, 대마초(1980년대 미국 배경입니다)를 피워대고, 마당에 진흙탕을 만들어서 남녀가 속옷차림으로 ‘머드 레슬링’을 즐긴다. 파티가 끝나면 또 무슨 재밌는 일 없나 돌아다니고 해가 지면 여자를 꼬시러 디스코 클럽, 컨트리 클럽, 펑크록 공연장을 기웃거린다. 그 다음날엔 또 파티!! 야구 훈련은 언제 하냐고? 으음… 한 10분쯤? 하긴 한다. 그 중에서 장난 치는 게 거의 7분 30초 정도 된다.

<에브리바디 원츠 썸!!>

5. 할리우드 라이징 스타 총출동
<에브리바디 원츠 썸!!>은 청춘영화답게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들이 출연한다. 매튜 맥커니히가 데뷔한 <멍하고 혼돈스러운>처럼 청춘영화에 속하기 때문에 젊고 아직은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미드 <글리>의 배우 블레이크 제너, <스텝업> 시리즈의 라이언 구즈먼, 조이 도이치 등이 청춘영화를 대표할 새 얼굴의 후보다. 언젠가 이들이 이 영화에 출연했다는 걸 쓰는 날이 올지도.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