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태어났을 뿐인데 엄마 아빠가, 오빠나 언니, 형, 동생이 영화배우라면, 세계가 인정하는 거장 영화감독이라면 기분이 어떨까요? 가끔 영화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그런 흐뭇한 상상을 해봅니다. 실제로 스타들의 가족으로 태어나 자신도 스타의 길을 걷게 되는 이들이 많죠. 그럼 어떤 스타들이 피를 이어받은 가족스타들인지 알아볼까요?

소문난 가족 스타
리버 피닉스 & 호아킨 피닉스

비운의 스타 리버 피닉스를 아시나요? 가장 화려했던 청춘 스타의 자리에서 스러져간 배우죠. 1970년생이었던 그는 23년을 살고 1993년 10월 31일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을 거뒀습니다. 당시 그의 임종을 동생 호아킨 피닉스가 곁에서 지키고 있었죠. 지금도 호아킨 피닉스는 당시 리버 피닉스가 마지막으로 파티를 벌이다 쓰러졌던 클럽에서 추모 행사를 합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로 그가 세상을 떠난지, 23년, 그러니까 그가 세상에 머물렀던 만큼 시간이 흘렀네요.

그 기간 동안 호아킨 피닉스는 형의 그늘에 머물지 않고 훌륭한 배우로 성장했습니다. 선천적 장애(구순구개열, 이른바 '언청이')를 딛고 말이죠. 예전에 다른 기사에서 호아킨 피닉스에 대해 이런 표현을 쓴 적 있는데요. "리버 피닉스의 동생. 이 남자의 인생을 묘사하는 데 있어 세상 어떤 은유도 비유도 이보다 더 아름답거나 혹은 비극적일 수 없는, 그 자체로 완전한 하나의 사실." 그렇습니다. 그는 리버 피닉스의 동생으로 잘 살고 있습니다.  


매기 질렌할 & 제이크 질렌할

두 사람은 스웨덴 명문 집안 '질렌할'가의 사람들입니다. 아버지는 감독, 어머니는 각본가인 말 그대로 영화인 가족이죠. 게다가 매기 질렌할의 남편 역시 배우인 (동시에 동생과 가장 가까운 친구로 알려진) 피터 사스가드입니다. <매그니피센트7> 보셨나요? 거기 나오는 아주 못된 악당을 연기한 그 배우입니다. 두 사람은 아주 우애 깊은 남매입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두 사람의 정치 성향(좌파)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는데요, 같은 정치색을 공유하는 잘 자란 남매같군요.

그리고, 지난 2006년이었나요? 충격적인 뉴스가 하나 있었어요. 동생인 제이크 질렌할과 누나인 매기 질렌할이 휴가차 함께 머물던 숙소에서 화재가 나서 두 사람이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다는 소식이었죠. 정말 가슴을 쓸어내렸던 소식입니다. 두 분 모두 오래오래 영화 곁에 머물러주시길.


다코타 패닝 & 엘르 패닝

다코타 패닝과 엘르 패닝, 이 두 사람에게는 국민 자매라는 표현도 왠지 모자라 보입니다. 지구 자매라고 해야 할 정도일까요?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자매 스타일 것 같네요. 어려서부터 아역 배우로 커리어를 시작해 지금도 여전히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으면서 두 사람 모두 훌륭한 성인 배우로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요즘은 동생 엘르 패닝의 성장세가 좀 더 빠르네요. 언니인 다코타 패닝을 앞질러 키도 쭉쭉 크고 있고요. 배우 필모그래피도 언니보다 더 꽉꽉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칸 영화제의 문제작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의 <네온데몬>에서는 동생인 엘르 패닝이 파격적인 연기를 보여준다고 하는데요. 국내에서도 개봉 예정이니 더욱 기다려집니다.


벤 애플렉 & 케이시 애플렉

같은 듯 다른 형제 벤 애플렉과 케이시 애플렉도 활발하게 활동 중입니다. 벤 애플렉은 이제 젊은 관객들에게는 배트맨의 배우로 완전히 자리잡았고, 연출가로서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마치 형만한 아우는 있다고 항변하듯, 동생 케이시 애플렉은 형의 연출작 <가라, 아이야, 가라>에 출연해서 형의 연출력을 돋보이게 해줬고, 무엇보다 그는 대중들에게는 <오션스> 시리즈로 널리 기억되고 있습니다.

케이시 애플렉의 2006년 출연작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을 보면. 형과는 연기 톤이 상당히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형이 굵직굵직한 연기를 선보인다면, 동생 케이시는 유약하면서도 불안한 모습을 잘 담아내는데요. 두 사람의 아주 섬세한 차이를 비교해보며 작품을 감상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제임스 프랭코 & 톰 프랭코 & 데이브 프랭코

제임스 딘을 연기하며 얼굴을 알렸던 할리우드 배우 제임스 프랭코(왼쪽)의 동생 역시 배우입니다. 다들 잘 아실 거예요. <나우 유 씨미> 시리즈에서 잭을 연기한 데이브 프랭코(오른쪽)가 바로 그의 동생입니다. 이 집안은 세 형제가 모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맏형 제임스 프랭코, 막내 데이브 프랭코 사이에 둘째 톰 프랭코가 있는데, 조금 생소할 수도 있지만 그 역시 배우로 활동 중이랍니다.


루크 헴스워스 & 크리스 헴스워스 & 리암 헴스워스

역시 이들도 삼형제입니다. (로키는 아니고요.) 맏형인 루크 헴스워스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두 동생들인 크리스 헴스워스(왼쪽)와 리암 헴스워스(오른쪽)가 활발히 활동 중이죠. 특히 크리스와 리암, 이 둘은 코스튬 브라더스라고 별명을 지어 불러도 되겠네요. 한 명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토르'로 대인기를 누리고 있고, 막내는 최근 <헝거게임> 시리즈 판엠의 굴레에서 벗어나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쪽으로 합류한 바 있죠. 저 듬직한 외모를 보세요. 이들이 바로 할리우드 대표 머슬 삼형제라고요.


태어나 보니
아빠가 우주대스타
윌 스미스 & 제이든 스미스

윌 스미스는 자신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와 함께 감동 드라마 <행복을 찾아서>와 SF <애프터 어스>에 출연했습니다. 두 영화 모두 부자 관계가 대단히 중요한 영화여서 실제 부자관계인 두 배우가 연기한 것이 더욱 의미 깊고요. 어쩌면 윌 스미스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연기 영재 교육을 아들에게 시켜준 셈이 될 겁니다. 두 영화의 제작비만 더해도 어마어마할 테니까요.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이든 스미스의 연기는 아직 기대에 못 미칩니다. 역시 아버지 윌 스미스의 배우 포스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 비교가 되더라고요. 배우로서뿐 아니라 실제 사생활에서도 아버지는 아들을 크게 터치하지 않는 것 같은데요. 제이든 스미스의 SNS 활약상(헛소리를 많이 합니다)은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인데 그걸 아버지가 그냥 놔두는 걸 보면 윌 스미스도 참 대인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이든 스미스가 아버지의 연기를 보면서 좀더 분발해줬으면 좋겠네요. 물론, 굳이 아버지를 좇기보다 자신만의 개성을 굳혀나가면 더 좋겠다는 뜻입니다.

그 밖에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대표적인 부자 배우로는 마틴 쉰과 찰리 쉰,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커크 더글라스와 마이클 더글라스, 제리 스틸러와 벤 스틸러, 도널드 서덜랜드와 키퍼 서덜랜드, 제레미 아이언스와 막스 아이언스, 톰 행크스와 콜린 행크스 부자가 있지요.


디렉터 패밀리

최근 국내 개봉 예정인 영화 <디시에르토>는 <그래비티>를 만든 세계적인 거장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아들 조나스 쿠아론 감독의 연출작입니다. 조나스 쿠아론 감독은 아버지의 걸작인 <그래비티>의 스핀오프 단편 <아닌각>을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죠. 할리우드에는 이처럼 가족이 모두 감독인 경우가 꽤 많습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인 소피아 코폴라는 배우와 감독을 오가며 아버지의 업적에 짓눌리지 않고 자기 세계를 강하게 구축한 감독으로 성장했고요. 존 카사베츠 감독의 아들 닉 카사베츠도 배우이자 감독으로 활동 중이죠.

형제 자매 감독도 많아요. 각본과 연출을 분담해서 영화를 같이 만드는 코엔 형제가 대표적입니다. 형제에서 남매로 바뀌었다가 이제는 자매가 된 워쇼스키 자매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죠. 리들리 스콧 감독은 동생인 토니 스콧 감독을 아쉽게 먼저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정말 가슴 아픈 소식이었는데요. 리들리 스콧 감독은 슬픔을 딛고 일어서 여전히 걸작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동생의 몫까지 다 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짠하네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