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도 넷플릭스를 외치는 두 회사가 있다. 애플과 디즈니다. 두 회사는 각각 애플TV+(애플TV 플러스)와 디즈니+(디즈니 플러스)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둘 다 11월에 런칭할 예정이다. 오리지널 컨텐츠를 기반으로 성장한 넷플릭스에 맞서는 두 회사의 주목할 만한 컨텐츠를 비교해봤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앞세운 디바이스 강자 애플과 이십세기폭스마저 차지한 컨텐츠 부자 디즈니의 대결 구도를 살펴보자.
마블 대 스티븐 스필버그
디즈니 플러스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를 TV로 확장시킨다. <더 팔콘 앤 더 윈터 솔져>, <로키>, <호크아이>, <완다비전> 등의 컨텐츠를 준비 중이다. 애플TV 플러스는 1980년대 방영한 추억의 판타지 TV시리즈를 소환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다시 한번 <어메이징 스토리>(Amazing Stories)를 제작할 예정이다.
이 대결에서는 마블 스튜디오를 보유한 디즈니 플러스의 승리가 예상된다. 특히 국내에서는 MCU의 주요 멤버들이 등장하는 스핀오프 드라마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애플TV 플러스와 함께 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름값이 대단하긴 하지만 지금 젊은 세대들이 열광할지는 미지수다.
<더 만달로리안> 대 <포 올 맨카인드>
디즈니 플러스는 <스타워즈> 세계관을 확장한 <더 만달로리안>(The Mandalorian)이 출격 대기 중이다. 이에 맞설 애플TV 플러스의 컨텐츠는 <포 올 맨카인드>(For All Mankind)이다. <포 올 맨카인드>는 소련이 달 착륙에 먼저 성공하고 미소 양국의 우주 개발이 끊나지 않았다는 설정의 대체역사 SF장르의 드라마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이후 <스타워즈>의 인기가 예전과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물론 확고한 ‘콘크리트 지지층’들이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특히 이 대결에서 주목할 점이 있다. <포 올 맨카인드>의 제작자 로날드 D. 무어가 주요 인물이다. 그는 <스타트렉> 시리즈, <배틀스타 갈락티카>의 각본을 쓰고 제작한 바 있다.
픽사 대 스누피
한때 애플의 둥지에 있었던 픽사 스튜디오는 지금 디즈니의 품에 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만날 수 있는 픽사 애니메이션은 <몬스터 주식회사>의 스핀오프 <몬스터스 앳 워크>(Monsters at Work), <토이 스토리 4>의 스핀오프 <포키 애스크 어 퀘스천>(Forky Asks a Question) 등이 있다. 애플TV 플러스는 전 세계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강아지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을 등판시켰다. 스누피가 우주로 가는 <피너츠 인 스페이스>(Peanuts in Space)를 제작한다.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 그들의 친구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다. 그럼에도 픽사를 내세운 디즈니 플러스의 저력에는 미치지 못할 듯하다. 게다가 디즈니 플러스는 방대한 양의 기존 컨텐츠가 신작들을 떠받치고 있기도 하다.
<원 데이 오브 디즈니> 대 오프라 윈프리
다큐멘터리 영역에서도 두 경쟁자의 대결을 예상해볼 수 있다. 디즈니 플러스는 <원 데이 오브 디즈니>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디즈니 왕국에서 일하는 이들의 모습을 공개한다. 애플TV 플러스는 오프라 윈프리를 내세웠다. 여기에 영국의 해리 왕자가 동참했다. 두 사람은 정신건강에 대한 다큐를 제작한다.
애플TV 플러스의 섭외력이 놀랍다고 해야 할 듯하다. 오프라 윈프리와 해리 왕자라니. 애플TV 플러스는 집에 대한 다큐멘터리 <홈>(Home), BBC의 다큐를 바탕으로 한 자연 다큐멘터리 <프리히스토릭 플래닛>(Prehistoric Planet) 등도 준비 중이다.
익숙한 컨텐츠 대 유명 아티스트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TV 플러스의 대결 양상을 정리해봤다. 사실 이 대결 구도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수박 겉핥기식이지만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TV 플러스의 오리지널 컨텐츠를 비교해보며 각각의 특징을 발견했다. 디즈니 플러스는 기존 디즈니 라인업을 비롯해 마블, 픽사, 폭스 마저 보유한 컨텐츠의 강국이니만큼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컨텐츠 비중이 높아 보인다. 애플TV 플러스는 기존 컨텐츠 바탕이 없기 때문에 유명 감독, 배우 등을 고용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위에 소개하지 않았지만 제니퍼 애니스톤, 리즈 위더스푼, 스티브 카렐이 출연하는 <더 모닝 쇼>(The Morning Show),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J. J. 에이브럼스가 연출하고 줄리안 무어가 출연하는 <리시 이야기>(Lisey's Story) 등도 애플TV 플러스 라인업에 포함돼 있다.
11월 이후 OTT(Over the Top) 스트리밍 서비스의 전쟁터는 한층 더 커진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는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하기 힘들다. 이용자들은 더 재밌는 컨텐츠를 골라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리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다만
지갑이 얇아질 것이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