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와이즈가 돌아왔다. <그것: 두 번째 이야기>는 27년 주기로 데리 마을을 찾는 살인마 광대, 페니와이즈(빌 스카스가드)에 맞서기 위해 다시 뭉친 루저 클럽 멤버들의 사투를 담았다. <그것>에 출연했던 아역 배우들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성인 배우들이 합류해 제작 시기부터 화제를 모았던 <그것: 두 번째 이야기>. 제임스 맥어보이, 제시카 차스테인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굵직한 배우들과 함께, 주로 TV 시리즈에서 활약해 국내 관객에겐 낯선 얼굴이었던 배우들이 ‘루저 클럽’ 멤버들을 연기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것: 두 번째 이야기>에서 활약한 7인방의 필모그래피를 간략히 짚어봤다.


제임스 맥어보이

빌 덴브로 역

비 오는 날 종이배를 가지고 놀다가 페니와이즈의 희생양이 된 조지(잭슨 로버트 스콧). 동생 조지를 홀로 밖에 내보냈다는 죄책감을 떨쳐내지 못하던 빌(제이든 마텔)의 27년 후는 제임스 맥어보이가 연기했다. 두 배우 모두 온화하고 유약해 보이지만, 어떤 일이든 두려워하지 않고 돌파해나가는 견고함을 지녔다는 점이 인상 깊다. 눈알 요정으로 활약하던 2000년대 초중반부터 로맨스, 액션, 드라마 등 온갖 장르를 넘나들면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던 제임스 맥어보이. 그에 대한 설명은 현재 그를 대표하는 굵직한 프랜차이즈 시리즈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해도 될 듯하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를 시작으로 8년간 <엑스맨> 시리즈의 프로페서 X, 찰스 자비에 교수를 연기해왔던 그는 샤말란 유니버스의 작품, <글래스> <23 아이덴티티>에서 23개의 인격을 지닌 케빈을 연기하며 환상적인 연기력을 뽐냈다. 스릴러, 드라마, 로맨스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 연기를 선보인 <그것: 두 번째 이야기> 역시 독보적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엑스맨: 아포칼립스>

<글래스>


제시카 차스테인

베벌리 마시 역

<그것> 개봉 당시, 루저 클럽을 연기했던 아역들은 인터뷰를 통해 후속편에서 자신들의 성인 역할을 연기하길 원하는 배우들을 지목했다. 루저 클럽의 홍일점, 베벌리를 연기한 소피아 릴리스는 제시카 차스테인을 꼽았다. 드림 캐스팅은 현실이 됐다. 폭력을 일삼았던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남편의 폭력에도 노출돼 살아온 베벌리. 악몽을 통해 친구들의 끔찍한 미래를 본 후 과거의 상처를 외면하며 살았던 베벌리는 데리 마을로 돌아와 페니와이즈에 맞서며 두려움과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성공한다. 그녀의 성장이 다른 이들에 비해 더 도드라져 보일 수 있었던 건 제시카 차스테인의 섬세한 연기 덕분. 알고 보면 <그것: 두 번째 이야기>의 크레딧에 이름을 가장 먼저 올린 배우가 제시카 차스테인이다. <그것>이 제작되고 있을 당시부터 성인 버전의 베벌리를 연기할 유력 후보로 꼽힌 배우였다고. 제시카 차스테인은 <그것> 시리즈를 연출한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의 장편 데뷔작 <마마>에 출연한 바 있다. 제임스 맥어보이와의 조우 역시 놓쳐선 안 될 관전 포인트다. <그것: 두 번째 이야기>는 두 배우가 만난 세 번째 작품. <엘리노어 릭비: 그남자 그여자>에선 이제 막 헤어진 부부로 호흡을 맞췄고, <엑스맨: 다크 피닉스>에도 함께 출연했다.

<마마>

<엘리노어 릭비: 그남자 그여자>


빌 헤이더

리치 토지어 역

리치 역의 빌 헤이더 역시 어린 리치를 연기한 핀 울프하드의 드림 캐스팅이 그대로 이뤄진 경우다. 온갖 드립과 말장난을 즐겨 하는 떠버리 리치 역은 빌 헤이더가 아니고선 상상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시카고의 유명 극단 ‘세컨드 시티’에서 실력을 닦고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NL)를 통해 스타가 된 빌 헤이더는 극 중 리치처럼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는 건 물론, 배우, 작가, 제작자로 활동 중인 만능 엔터테이너다. <수퍼배드> <트로픽 썬더> <파인애플 익스프레스> 등 코미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최애로 꼽힐 A급 같은 B급 영화들엔 빠짐없이 출연했고, <박물관이 살아있다 2> <맨 인 블랙 3> 등 굵직한 프랜차이즈 작품에서도 개성 강한 조연 캐릭터를 연기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인사이드 아웃>의 소심이 목소리를 비롯해, <도리를 찾아서> <소시지 파티>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 등 대형 애니메이션에 자주 출연하는 능력자 성우이기도 하다. <그것: 두 번째 이야기>의 경우처럼, 코미디가 아닌 작품에도 여럿 출연했다. 눈에 띄는 작품이라면 제임스 맥어보이, 제시카 차스테인과 함께 출연했던 <엘리노어 릭비: 그남자 그여자>. 코너(제임스 맥어보이)의 친구 스튜어트로 등장해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엘리노어 릭비>


제임스 랜슨

에디 카스브렉 역

떠버리 리치에게 지지 않는 격렬한 입담의 소유자. 세균을 비롯해 안 두려워하는 것이 없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누구보다 큰 용기를 발휘하는 캐릭터 에디는 제임스 랜슨이 연기했다. 의학 드라마 <Ed>를 비롯한 각종 대형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신인 시절 경력을 쌓은 그는 2003년 출연한 드라마 <더 와이어>의 지그기 소보트카 역으로 대중에게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것: 두 번째 이야기> 이전 스크린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둔 작품은 에단 호크 주연의 <살인 소설>. 부보안관 역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그는 속편 <살인 소설2: 다시 시작된 저주>에선 새로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도 했다. 인디 영화를 즐겨 보는 이에겐 더욱 반가운 얼굴일 것.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연출한 션 베이커 감독의 연출작 <탠저린>에도 출연했다. 바람피운 남자친구를 찾기 위해 LA 곳곳을 발칵 뒤집는 트랜스젠더 신디(키타나 키키 로드리게즈)의 이야기. 그는 신디의 속을 벅벅 긁은 남자친구 체스터 역으로 등장한다. <그것: 두 번째 이야기>에서의 모습과 정반대 지점에 선 그의 새로운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탠저린>


제이 라이언

벤 한스콤 역

루저 클럽 멤버들에게도, 페니와이즈에게도, 관객에게도 다이어트의 중요성을 알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 벤. 귀엽고 어설펐던 과거를 뒤로하고 핸섬한 모습으로 돌아온 건축가 벤 역은 제이 라이언이 연기했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호주로 이주했던 19살 때부터 연기자로 활동했다. <그것: 두 번째 이야기>가 그의 두 번째 영화. 1998년 데뷔 이후 줄곧 드라마로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1985년부터 방영된 호주 드라마 <네이버스>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인 그는 뉴질랜드 코미디 드라마 <고 걸스>로 평단의 호평을 받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드라마 <테라 노비>를 통해 미국 시장에 발을 디뎠다. 이후 1987년 방영된 <CBS>의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미녀와 야수>에 출연해 오래된 팬들에게 합격점을 얻고, 칸영화제, 베니스영화제, 아카데미 시상식 등을 휩쓴 제인 캠피온 감독이 연출한 <탑 오브 더 레이크> 등에 출연해 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꾸려왔다. <그것: 두 번째 이야기>와 관련해 재미있는 비하인드가 있는 배우이기도 하다. 배우로 활동하기 전 그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광대로 일하며 생계를 이었다.

<탑 오브 더 레이크>


이사야 무스타파

마이크 한론 역

27년 만에 루저 클럽 멤버들을 모으는 인물. 오랜 시간 동안 데리를 떠나지 않고,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페니와이즈의 모든 것을 조사한 마이크는 이사야 무스타파가 연기했다. 알고 보면 배우로 활동하기 전 미식축구 선수로 활동했던 배우. 바르셀로나 드래곤즈, 클리블랜드 브라운스 등 미국의 프로 미식축구 협회, 내셔널 풋볼 리그(NFL)에 소속된 각종 팀에서 실력을 다졌다. 배우로서의 시작도 축구와 연관되어있다. 영화 <아일랜드>에서 부상당한 축구 선수로 단역 출연하며 데뷔한 그는 이후 <NCIS> <우리 생애 나날들> 등에 작은 역으로 출연하며 데뷔 초 경력을 쌓았다. 굵직한 작품에 여럿 출연했지만, 무엇보다 광고 모델로 강력한 한 방을 날린 배우이기도 하다. 2010년 그가 모델로 나선 미국 남성 미용 브랜드 ‘올드 스파이시’의 광고가 대히트를 친 것. 광고 문구인 “당신의 남자에게서 날 수 있는 향기가 나는 남자”(The man your man could smell like)의 위키피디아 문서까지 생성되어있을 정도니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2016년부턴 드라마 <쉐도우 헌터스: 더 모탈 인스트루먼트>에서 늑대 인간 루크 게로레이를 연기하며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올드 스파이시, 'The man your man could smell like' 광고 중 한 장면


앤디 빈

스탠리 유리스 역

(왼쪽부터) 앤디 빈, 와이어트 올레프

스탠리 유리스의 어린 시절과 성인 시절을 연기한 와이어트 올레프와 앤디 빈은 가족이 아닌 게 이상할 정도로 닮은 외모를 지녔다. 어린 시절부터 유달리 조숙했던 스탠리는 대사보단 표정으로 더 많은 말을 전하는 캐릭터다. 그 감정의 파동을 그대로 담아내는 배우의 연기력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 캐릭터. 영화의 문을 열고 닫는 스탠리 역의 앤디 빈은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루저 클럽 배우들과 맞먹는 존재감을 자랑한다. 2007년 단편 영화 <넵투너스 렉스>에 출연한 후 배우로 활동하지 않았던 앤디 빈은 2016년 <다이버전트 시리즈: 얼리전트>의 조연, 로빗으로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이후 TV 시리즈 <파워> <히어 앤 나우> 영화 <트랜스포머: 마지막 기사> 등에 다양한 역할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대표작은 제임스 완이 제작을 맡은 DC 드라마 <스웜프 씽>. 동명 코믹스를 실사화한 작품으로, 그의 첫 주연작이다. 앤디 빈은 악당의 음모로 인해 늪지 식물과 결합한 괴물 히어로 ‘스웜프 씽’으로 변하는 식물과학자 알렉 홀랜드를 연기했다.

<스웜프 씽>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