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처음 공개된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이후 꾸준히 '현대영화의 최전선'이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이번 BBC의 리스트뿐만 아니라 <까이에 뒤 시네마>, <필름 코멘트> 등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수많은 영화 매체들이 2000년대 최고의 영화로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선정했다. 그래도 독자들의 머릿속에선 "왜 이렇게 이상하고 난해한 영화가 21세기 최고의 영화라고 하는 거야?” 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을 것 같다. BBC 리스트와 함께 공개된 한 기사 역시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평론가들을 환호케 한다"고 운을 떼고 있으니, 영화를 지지하는 평론가들의 멘트로 대답을 대신해보자.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영화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 피터 트래버스 <롤링 스톤>
"린치는 단 한치도 타협하지 않았다."
- 로저 이버트 <시카고 선타임즈>
"짜릿하고 우스꽝스럽다. 이 영화는 완전히 본능에 따른다."
- 짐 호버먼 <빌리지 보이스>
"당신이 21세기 영화를 맛보고 싶다면 이 영화는 그 미로로 들어서는 입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정성일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제작사의 기함에도 "타협하지 않"고 "완전히 본능에 따라" 자신만의 기괴한 이미지와 비선형적인 내러티브 스타일을 밀어붙여 전통적인 영화의 대명사인 할리우드(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저 멀리로 할리우드가 내려다보이는 도로다)의 부패를 꼬집는 몽환적인 스릴러로서, "영화라는 예술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가는 길목에서 탄생한 영화에게 21세기는 사실상 처음으로 맞이한 신세기이기 때문일까, 21세기 최고의 영화를 뽑는 수많은 리스트들은 무엇보다 '새로운 미학'의 가치에 집중했다. 언제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영화적인 순간으로 똘똘 뭉친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화양연화>, <데어 윌 비 블러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보이후드> 등을 제치고 '21세기 최고의 영화' 리스트들 꼭대기에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