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 아스트라>

어떤 영화는 우리에게 ‘꿀잠’을 선사한다. 다르게 말하면 지루하다는 뜻이다. 또 다르게 말하면 진지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또 어쩌면 매우 철학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애드 아스트라>도 누군가에게 좋은 수면제가 됐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애드 아스트라>를 나쁜 영화, 재미없는 영화라고 단정짓는 건 아니다. 좋은 SF영화는 질문을 남긴다. <애드 아스트라>를 보고 진지하게 철학적 사고를 하게 된 관객들에게 우주를 배경으로 한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비록 이 영화들 보면 잠이 들지라도 부디 다시 플레이 버튼을 눌러 그 결말을 확인하길 바란다.


<콘택트>

<콘택트>

<콘택트>는 칼 세이건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칼 세이건은 미국의 천문학자, 천체화학자이자 작가이다. <코스모스>라는 저서와 TV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유명하다. 그는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계획에도 참여했다. 칼 세이건에 대한 짤막한 설명을 통해 <콘택트>라는 영화가 지향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콘택트>는 외계 생명체와의 교신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 앞장섰던 전파천문학자 엘리(조디 포스터)가 있다. <콘택트>는 종교와 과학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남긴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프레스트 검프>로 유명하다. 즉 대중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콘택트>는 우주, 외계 생명체를 소재로 한 진지한 SF영화의 입문작이라고 할 만하다. <콘택트>를 보다가 잠드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프로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

인류의 기원을 탐구하는 <프로메테우스>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야심찬 영화다. <프로메테우스> 역시 진지한 SF의 입문용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영화를 보다가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영화 한 편만 가지고 <프로메테우스>가 담고 있는 맥락을 모두 이해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 <프로메테우스>의 역사는 1979년에 개봉한 <에이리언>에서부터 시작된다. 이후 이 시리즈는 장르적 특성을 살려 우주 배경의 액션·크리쳐 영화로 진화했다. 그러니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2편, 데이빗 핀처 감독의 3편,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4편을 꼭 봐야 할 의무는 없어 보인다. 다만 1편은 꼭 보는 게 좋겠다.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리들리 스콧 감독은 <에이리언: 커버넌트>로 이어지는 거대한 세계관을 만들었다. 마이클 패스벤더가 인류 기원을 찾아 우주로 떠난 프로메테우스호에 탑승한 안드로이드 데이빗을 연기했다. 인류의 창조물인 그는 이 시리즈의 핵심 캐릭터다.


<더 문>

<더 문>

<더 문>은 달에 홀로 남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홀로 남았다는 점에서 <마션>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접근법이 아예 다르다. <마션>은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서바이벌 영화였다. <더 문>은 어떤 진실을 탐구하는 영화다. 그렇기에 <마션>과 달리 꽤나 심심한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한두 번쯤은 졸린 눈을 비비야 할지도 모른다. <더 문>에서 케빈 스페이시가 A.I. 컴퓨터 거티의 목소리로 출연한다. A.I. 컴퓨터의 출연만 놓고 보면 또 연상되는 영화가 있다. 이후에 언급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고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이다. <더 문>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그늘에서 벗어나긴 힘들어 보인다. 단, 과거 선배들의 영광에서 시작된 SF 장르의 클리셰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과 A.I.의 대결 양상은 아니라는 뜻이다. 심지어 거티의 감정을 담은 이모티콘에서 따스함이 느껴질 정도다. <더 문>은 위대한 SF의 유산에 기반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 했던 것처럼 보인다. 달에서 홀로 생활하던 샘 벨(샘 록웰)이 목도하는 진실,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따라 누군가에게는 꽤 울림이 있는 영화가 될 수도 있다.


<미션 투 마스>

<미션 투 마스>

<미션 투 마스>를 만든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프로메테우스>를 만든 리들리 스콧과 비슷한 질문을 남긴다. <미션 투 마스>에서 화성으로 간 이들이 원하는 답은 프로메테우스호에 탄 이들과 같다. 그들은 인류의 기원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자 했다. 두 영화가 다른 점이 있다면 <미션 투 마스>가 이른바 ‘하드 SF’(엄밀한 과학적 이론이나 법칙에 무게를 둔 SF)에 가까운 영화라는 것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물리학적 법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말하자면 <인터스텔라>의 접근법과 유사하다. <인터스텔라>에서 관객들이 블랙홀의 이미지를 큰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체험만큼은 아니더라도 <미션 투 마스>에서도 광활하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우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도 이 영화적 체험에 감흥을 더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미션 투 마스>는 개봉 당시 혹평 폭탄을 맞은 영화다. 어느 정도의 지루함은 감수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재평가되고 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솔직해지자.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대해 말하기 위해 이 포스트를 작성했다고 봐도 좋겠다. 위에 언급한 영화들은 거의 모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에서 지금껏 보아왔던 수많은 이미지와 주제의식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담겨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이 엄청난 영화를 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지금껏 우리가 본 SF영화에 대한 평가를 완전히 다르게 만들 수도 있다. 정말 그렇게 대단한지 의심스럽다면 속는 셈 치고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도록 하자. 단, 보다가 잠들어도 다시 보고, 또 잠들면 또 다시 봐야 한다. 참고로 러닝타임은 150분이다.


<솔라리스>

<솔라리스>

<애드 아스트라>에서 시작해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까지 왔다. 만일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까지 격파(?!)했다면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에 도전해보길 권한다. <솔라리스>는 폴란드의 SF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의 소설이 원작이다. <솔라리스> 역시 보다가 여러 차례 잠이 들 가능성이 높은 영화다. 일반적인 상업영화에 비교하면 이야기의 호흡은 무지하게 느리고 스타일은 난해하다. 재밌는 건, 그나마 <솔라리스>가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영화 가운데서는 가장 호흡이 빠르고 이야기도 명확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 걸작은 할리우드에서 2002년 리메이크됐다. 스티븐 소더버그 연출, 제임스 카멜론 제작, 조지 클루니 주연의 영화였으나 원작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