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성급한 판단일지도 모른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들 말이다. 아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 아카데미에서 수상을 못할 이유가 없다. 미국의 영화 매체 ‘콜라이더’는 “<기생충>이 국제장편상(Best International Feature Film, 2019년 4월 아카데미 위원회는 외국어영화상의 이름을 바꿨다)은 물론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의 후보에 오를 만한 영화”라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국제장편상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8월 22일 “총 8편을 심사한 결과 <기생충>이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출품작으로 뽑혔다”고 밝혔다.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각국에서 출품한 국제장편상 후보들의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9월 27일 위키피디아에 등록된 출품작은 모두 83편이다. 2020년 1월에 10편의 최종 후보의 후보작(finalists)이 공개된 이후 노미네이트 5편이 발표될 예정이다. <기생충>과 경쟁하게 될지도 모를 주요 작품들을 알아보자.


<날씨의 아이>(天気の子, 일본)

<날씨의 아이>

일본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를 출품했다. <날씨의 아이>는 국내에 10월 30일 개봉할 예정이다. 최악의 한일 관계를 고려해 수입사는 특별히 ‘영화 <날씨의 아이>(2019) 개봉에 부쳐’라는 입장문을 밝히기도 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은 국내에서 약 370만 명이 관람한 흥행작이었다.


<걸리 보이>(Gully Boy, 인도)

<걸리 보이>

‘발리우드’라는 별칭이 있는 인도영화계에서 출품한 작품은 조야 악타르 감독의 <걸리 보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소개된 <걸리 보이>는 힙합을 좋아하는 무라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인도의 힙합 문화를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영화다.


<머스트 비 헤븐>(It Must Be Heaven, 팔레스타인)

<머스트 비 헤븐>

팔레스타인 출신의 엘리아 술레이만 감독의 <머스트 비 헤븐>은 <기생충>과 함께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영화다. 특별언급상을 수상했다. <머스트 비 헤븐>은 팔레스타인을 탈출한 한 남자의 이야기로 감독이 직접 출연한 영화다.


<나의 Ex>(誰先愛上他的, 타이완>

<나의 EX>

타이완은 <나의 Ex>를 출품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나의 Ex>는 별거 중이던 남편이 죽은 후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남편의 사망 보험금이 아내와 아들이 아닌 다른 잘생긴 남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제55회금마장영화제에서 8개 부문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나의 Ex>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 프랑스)

<레미제라블>

<레미제라블> 역시 2019년 칸영화제 화제작이었다. 심사위원상과 기술상(벌컨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레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과 제목이 같지만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아니다. 마티외 카소비츠 감독의 <증오>(1995)와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다. 파리 외곽 빈민가를 배경으로 부패한 경찰, 종교, 인종 문제에서 비롯된 참극을 다룬다.


<배신자>(Il traditore, 이탈리아)

<배신자>

이탈리아는 마피아 관련 영화 <배신자>를 출품했다. <배신자>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마피아 소탕작전으로 알려진 ‘대재판’(Maxiprocesso)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마피아 두목 출신으로 증언대에 섰던 토마소 부세타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배신자>는 이탈리아의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의 영화다. 칸영화제 <기생충>과 함께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페인 앤 글로리>(Dolor y gloria, 스페인)

<페인 앤 글로리>

아카데미 국제장편상에 출품된 주요 영화는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과 매우 유사하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 역시 칸영화제를 거쳐 아카데미 입성을 기다린다. <페인 앤 글로리>에 출연한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늙은 영화감독을 연기했다. <페인 앤 글로리>는 알모도바르 감독 자신의 이야기처럼 읽히는 영화다.


<나의 어머니, 우리의 어머니들>(Nuestras Madres, 벨기에)

<나의 어머니, 우리의 어머니들>

<나의 어머니, 우리의 어머니들>은 과테말라, 벨기에, 프랑스의 협작영화다. 세 국가 가운데 벨기에가 이 영화를 출품했다. 과테말라의 내전을 소재로 한 영화로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을 단서를 발견한 인류학자의 이야기다. <나의 어머니, 우리의 어머니들>은 10월 3일 개막하는 부산영화제에서 초청된 작품이다.


<히어로익 루저스>(La odisea de los giles, 아르헨티나)

<히어로익 루저스>

아르헨티나가 출품한 <히어로익 루저스>는 <오션스 일레븐>(2002)과 비교되는 범죄영화다. 주연 배우 리카도 다린은 외신을 통해 ‘아르헨티나의 대니 오션’(조지 크루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히어로익 루저스>는 현재 로튼토마토에서 100% 신선도를 기록하고 있다.


<도주하는 아이>(Systemsprenger, 독일)

<도주하는 아이>

독일은 9살 베니가 사랑을 찾아가는 거친 여정을 담은 <도주하는 아이>를 출품했다. 지난 5월에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본 관객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도주하는 아이>는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알프레드 바우어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2019년 개최된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로마>.

<기생충>과 함께 아카데미 국제장편상 후보에 오를 걸로 예측해본 10편의 영화를 소개했다. 적어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기생충>이 국제장편상 후보에는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다면 2020년 2월 9일(현지시간) LA 돌비극장에서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턱시도를 입고 참석한 봉준호 감독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한국은 이창동 감독의 <버닝>의 후보 입성을 기대했으나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한 바가 있다. 수상은 어떨까. 위 영화들의 면면을 보고 각자 판단해보자. 참고로 지난해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은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으니 수상은 하지 못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가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로마>는 각본상, 미술상, 여우조연상, 여우주연상, 음향믹싱상, 음향편집상, 작품상 후보작이기도 했다. 또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외국어영화상 이외에 감독상, 촬영상도 수상하여 3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받았다. 봉준호 감독도 자신의 장식장에 오스카 트로피를 추가할 수 있을까.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