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우 감독의 <너에게 나를 보낸다>는 1994년 흥행 상위 10개 작품 중 유일한 한국영화다. 즉, 그 해 가장 많은 관객을 만난 방화인 셈이다. '연소자관람불가'는 제한된 관람층 때문에 흥행에 해가 된다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야한' 영화를 표방한다면 오히려 호재가 된다는 걸 노리기라도 하듯, <너에게 나를 보낸다>는 스스로 포르노그라피를 표방했다. 결과는 대성공. <마누라 죽이기>, <태백산맥>, <구미호>, <게임의 법칙> 등을 누르는 성공을 거뒀다. 90년대 초를 뒤흔든 문제적 작가 장정일이 쓴 소설을 문제적 감독 장선우가 영화로 옮긴 <너에게 나를 보낸다>는 정치의 시대가 막을 내린 90년대 한국 사회가 이만큼이나 공허하다는 걸 설득하기 위해 무의미한 섹스신을 배치했지만, 대중은 그런 함의보다는 주연 배우 정선경을 대상화 한 '엉덩이가 예쁜 여자'같은 수식을 즐기기에 바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