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졸업>에서 가장 유명한 신은 엔딩이다. 결혼식장을 뛰쳐나와 버스 뒷자리에 탑승한 주인공 커플. 환희에 겨운 둘의 웃음이 끝난 다음에 정적이 찾아온다. <졸업>의 엔딩을 곱씹어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기성세대로부터의 해방을 은유한 젊은 커플의 도망이 낭만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짧은 해방감 뒤에 찾아온 불안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견할 수 없는 앞날, 알 수 없는 이들의 운명을 암시한 대목. 그런데 이 명장면의 탄생이 처음부터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는 우연히 컷 사인을 하지 않았을 뿐이었고, 새로운 테이크를 준비하기 위해 두 배우는 그대로 정지해 있었다. 감독 마이크 니콜스는 캐릭터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않은 상태로 머물렀던 그 컷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그는 이 장면이 결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