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플레이는
오늘 기사를 시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벌어지는 이모저모를,
발빠르게 전하는
특집 기사들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첫 스타트는
저 문부장이 끊게 됐습니다.
사실 부산에 출발하기 전
덜컥 겁부터 났습니다.
지난 10월5일 태풍 차바로 인해
부산과 울산이 수해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죠.
전국의 수많은 이들이
마린시티가 속수무책으로
물에 잠겨 있는 걸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일찌감치 부산에 내려간 동료들이
"호텔 문이 부서졌다"거나
"KTX가 몇 시간 동안 연착하다가
중간에 아예 운행을 중단해서
열차에서 내려 택시 타고 부산으로 간다"고
전하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오, 부디 저의 출장길에
은총을 베풀어주소서" 하고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죠.
부산국제영화제의 상징인
해운대 BIFF빌리지도
수해로 인해 완전히
망가졌다는 소식도 듣게 됐습니다.
밀물이나 태풍에 대비하여
물가에 모래언덕을 쌓아두는 대비책을
세워놓긴 했지만 유별난
강렬함에 BIFF빌리지 부지가
온통 쑥대밭이 되고 말았죠.
하필 개막 전날,
공들여 준비한 BIFF빌리지가
채 문을 열기도 전에
손도 못 댈 만큼 망가져버렸다니...
부산국제영화제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죠.
기대와 불안을 안고
부산역에 도착!!
그런데 이게 원걸!
전날 그 난리통이 벌어진 게
무색하게도, 화창하기만 한
날씨가 저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BIFF빌리지에서
열리지 못하게 된 행사들은
장소를 바꿔 이곳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됩니다.
예년엔 영화상영, '아주담담' 토크 등만
진행되던 영화의전당은,
'오픈토크', '핸드프린팅',
'야외무대인사' 등 행사까지
줄지어 진행되는 셈이죠.
장소는 모두,
두레라움 광장입니다.
탁 트인 바닷가를 배경으로
영화계 스타들을 만난다는
BIFF 빌리지의 상징성은 놓치게 됐지만,
센텀시티와 해운대 해수욕장 사이의
이동거리가 줄어들게 됐다는 점은
혹자에겐 오히려
반가운 소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이 프레스배지를 수령하고 나서야
부산국제영화제 온 걸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막연하게 기다리고만 있었던
영화와 영화인들을
머잖아 만나게 되겠구나 하는
기대가 작동되기 시작한달까요.
개막식보다 훨씬 이르게
부산에 도착한 이유는
바로 이것.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춘몽>의 기자시사에
참석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장률 감독의 신작 <춘몽>은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와
<청춘시대>로 널리 이름을 알린 배우
한예리와 더불어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감독
<똥파리> 양익준 감독
<무산일기> 박정범 감독이
주연배우로서 이름을
올린 작품입니다.
<춘몽>은 제목 그대로
따스한 봄에 꾸는
나른한 꿈 같은 영화입니다.
저 멀리 상암DMC가 내다보이는
수색역 등지에 사는 사람들의
시덥지 않은 봄날을 따라가죠.
연변 출신의 예리와
늘 그 주변을 배회하는,
어딘가 빈 구석이 많은
삼총사 익준, 종빈, 정범이
그 주인공입니다.
네 사람은 예리의 술집과
수색역 주변 동네,
DMC 내의 한국영상자료원 등을
시덥잖게 돌아다닐 뿐입니다.
그간의 장률 감독 작품과는 달리,
영화 톤은 꽤 가벼운 편입니다.
윤종빈, 양익준, 박정범 감독이
틈틈이 쏟아내는 유머 때문에
꽤 많은 순간 웃음이 터지기도 합니다.
나른하긴 하지만
느린 영화는 아닙니다.
심지어 영화 속에서 익준은
영상자료원 영화관에서
(장률 감독의 첫 장편인)
<당시>를 보면서
"1분 동안 계란 까는 것만
보여주는 영화"라고 비웃죠.
한예리를 비롯해
세 감독들까지
그들의 대표작에서 보여줬던 인물을
고스란히 가져와 <춘몽>의 캐릭터를
구축했다는 점,
기존의 장률 영화보다 한결 가볍지만
'꿈'과 '죽음'이라는 테마가
영화 속에서 어른거려
전작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은
나른하게 풀어진 영화의 서사를
따라가는 길잡이가 될 것 같습니다.
아직 개막식까지 3시간 가량 남았지만
부산을 찾은 영화인들을
좋은 자리에서 보기 위해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길에 줄을 늘어서고 있었습니다.
개막식을 목전에 앞둔 때에도
단번에 몰려든 행사들을
안전하게 소화하기 위해
만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두레라움 광장의 풍경.
당장 오늘 정오부터
갖가지 행사들이
광장에서 펼치지니
부산을 찾은 스타를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자리들을
놓치지 않기를 권합니다.
스케줄 보러 가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는
영화제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면 센텀시티 곳곳에서
열릴 행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으니 설치해보시길!
개막식의 시작은
레드카펫부터!
확실히 예년보다 참석 인원이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지만,
그들 하나하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환대는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배우 김보성은
관객들의 열띤 환대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으리! 모션을 취해
화답하는 훈훈한
풍경을 자아냈습니다.
개막식의 사회자
설경구와 한효주.
두 배우는 각자
1999년, 2011년 개막작이었던
영화 <박하사탕>, <오직 그대만>의
주인공이기도 했죠.
그들의 차분한 진행으로 이어진 개막식은,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안숙선 명창의
협업 공연으로 열기를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이어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
‘포럼 데 이마주(Forum des Images)’의 대표
로랑스 에르즈베르그,
올해의 아시아영화인 수상자
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겼습니다.
개막작 <춘몽> 상영과 함께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가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습니다.
69개국에서 초청된 301편의 영화들이
앞으로 남은 9일 동안
해운대, 센텀시티 등지에서
상영될 예정입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여러분,
이번 주말 부산으로 내려오지 않으시렵니까.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