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연애>

<동백꽃 필 무렵>

극장에 가도, TV를 틀어도 공효진을 만날 수 있다. 관객과 평단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은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활약 중인 공효진.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그녀는 그간 영화 촬영장과 드라마 촬영장을 골고루 오가며 다양한 캐릭터를 탄생시켜왔다. 그중에서 관객이 가장 사랑한 캐릭터는 뭘까? 드라마는 시청률, 영화는 관객 수로 따져 가장 많은 이의 사랑을 받은 그녀의 캐릭터를 꼽아봤다.


공효진 출연 영화 TOP 5

누적 관객 수 기준

5위 <도어락> 관객수 약 156만 명

오피스텔에 혼자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경민(공효진)은 자신의 집에서 낯선 이의 흔적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사건이 터졌을 때에만 도와줄 수 있다’며 그의 신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결국 경민이 집을 비운 사이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자신도 안전하지 않음을 직감한 경민은 직접 사건의 실체를 좇는다. <도어락>은 1인 가구들을 노리는 범죄, 그리고 그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이들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는 사회의 취약한 안전망에 초점을 맞춘다. 혼자 사는 이라면 한 번쯤은 느껴봤을 공포가 관객에게 더 실감나게 와닿을 수 있었던 건, 현실과 맞닿은 캐릭터를 여럿 연기해왔던 공효진의 믿음직한 연기력 덕분이다. <도어락>은 공효진이 직접 캐릭터의 내면을 구축하는 과정에 공을 들인 작품이기도 하다. 연출을 맡은 이언 감독은 <씨네21>과의 인터뷰를 통해 “효진 씨와 함께 시나리오를 많이 다듬어나갔다. 여성 주인공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스릴러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밝힌 바 있다.


4위 <품행제로> 관객수 약 170만 명

신인 시절 공효진은 짝사랑 전문 배우로 불렸다. 겉으론 강해 보이지만 속은 한없이 여린 외강내유의 아이콘이기도 했다. <품행제로>의 나영은 공효진의 초기 필모그래피 속 캐릭터들의 특징을 한 데 뭉쳐놓은 캐릭터다. 정란여고의 오공주파 리더, 나영은 오래전부터 짝사랑한 중필(류승범)이 모범생 민희(임은경)를 좋아하자 질투심에 그녀를 괴롭힌다. 민희에게 온갖 협박을 일삼는 나영이지만, 그녀는 이미 중필의 마음이 민희에게로 완전히 기울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매사 자기감정에 솔직한 나영은 끝까지 제 짝사랑에 대한 의리를 지킨다. 그 씩씩함에서 오는 짠함이 공효진 특유의 청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3위 <러브픽션> 관객수 약 172만 명

오랜 시간 한국의 ‘로코 퀸’으로 활약해온 공효진. 사실 그녀가 주연을 맡은 로맨스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러브픽션>은 데뷔 12년 만에 만난 공효진의 첫 로맨스 주연작이다. 완벽한 여인을 찾아 헤맨 나머지 서른이 넘도록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해보지 못한 주월(하정우)의 쿨하지 못한 연애 이야기 <러브픽션>에서 공효진은 주월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희진을 연기했다. 감성과 낭만으로 덕지덕지 뒤덮인 나머지 끝내 구질구질 해지고 말았던 주월, 매사 당당하고 거침없던 희진은 그의 옆에서 유독 반짝였던 캐릭터였다. 독특함의 정점을 찍은 겨드랑이 털 장면은 그녀의 필모그래피에서도 길이 기억될 명장면. 같은 장르 안에서도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선택한 공효진의 안목이 빛나는 부분이다.


2위 <뺑반> 관객수 약 182만 명

그간 충무로에서 다뤄진 바 없던 뺑소니 전담반의 이야기를 다룬 <뺑반>은 독특한 소재로 개봉 전부터 많은 이의 이목을 끌었다. 공효진은 내사과 소속이었다가, 강압 수사로 인해 하루아침에 뺑소니 전담반으로 좌천(?)된 엘리트 경위 은시연을 연기했다. 민재(류준열)와 함께 뺑반에서 근무하던 시연은 미해결 뺑소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자신이 쫓고 있던 재철(조정석)임을 알게 된다. <뺑반>은 오랜만에 액션으로 돌아온 공효진을 만날 수 있었던 작품. 자동차 보닛을 밟고 지붕 위로 성큼 올라 발차기 한방으로 범죄자를 처단하는 그녀의 시원시원한 액션은 통쾌함을 전하기 충분했다. 영화의 전반부를 휘어잡던 그녀의 다양한 활약이 눈길을 끌었다.


1위 <가장 보통의 연애> 관객수 약 258만 명 (10월 23일 기준)

<러브픽션>을 이은 공효진의 두 번째 로맨스 영화 주연작 <가장 보통의 연애>는 이제 막 이별한 두 남녀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현실 로맨스를 담았다. 공효진은 이별의 상처를 들키지 않기 위해 쿨내 진동하는 모습으로 제 본심을 숨기고, ‘누구를 만나든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니겠냐’는 냉소 어린 연애관을 지닌 여자 선영을 연기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진짜 감정은 꽁꽁 숨겨두는, 재훈(김래원)과 선영의 ‘어른 연애’는 많은 관객의 공감을 얻기 충분했다. 또 사랑의 끝과 시작점에 놓인 감정들에 집중하는 걸 넘어, 일과 사랑에 있어 여성이 마주하는 편견까지 함께 꼬집어냈다는 점이 인상 깊다. 258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가장 보통의 연애>는 공효진 필모그래피의 최다 관객 수 영화가 됐다.


공효진 출연 드라마 TOP 5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전국)

(현재 방영 중인 <동백꽃 필 무렵> 제외)

5위 <최고의 사랑> 최고 시청률 21%

코믹 반 로맨스 반, 차승원과 공효진의 찰떡 연기 호흡이 돋보였던 드라마 <최고의 사랑>은 ‘극뽁’ ‘충전’ 등의 유행어를 낳으며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때 아이돌계를 평정하였으나, 멤버 간 불화로 각종 추측과 스캔들만 남기고 해체한 걸그룹 국보소녀. 공효진은 온 국민에게 욕을 먹는 전 국보소녀의 멤버이자, 근근이 방송에 출연하며 먹고사는 생계형 연예인 구애정을 연기했다. 비호감으로 단단히 낙인찍혀 어떤 상황에서든 고개부터 숙였던 애정이 톱스타 독고진(차승원)과 함께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깨닫고, 당당해지는 과정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4위 <파스타> 최고 시청률 21.2%

<파스타>는 공효진에게 ‘로코 퀸’이란 별칭을 붙인 드라마다. <파스타>에서 공효진이 연기한 유경은 연애로 속앓이를 하기보다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치이는 고난과 역경에 더 많은 눈물을 쏟는다. 감정에 이리저리 휘둘리기 바쁜 보통의 로맨스 드라마 속 주인공들과 달리, 일과 사랑을 동일선상에 둔 채 제 앞길을 당차게 헤쳐나가던 유경은 또래 여성들의 많은 공감을 샀다. 13.3%의 낮은 시청률로 막을 연 <파스타>는 이후 21%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했고, 4회 연장 방송이 결정되었으며, 전국의 알리오 올리오 매출을 늘렸다. 하나의 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위 <주군의 태양> 최고 시청률 21.8%

<최고의 사랑>을 집필한 홍자매 작가와의 재회. <주군의 태양>은 인색한 데다 욕심도 많아 폭군으로 불리는 백화점 사장 주중원(소지섭)과 어쩌다 귀신을 볼 줄 아는 능력을 지니게 된 태공실(공효진)이 함께 슬픈 사연을 지닌 영혼들을 위령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로맨스 코미디 호러 드라마다. 사망 당시의 끔찍한 몰골로 나타나는 귀신들에게 시달리고, 그들에게 빙의 당할까 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며 평범함과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된 공실. 사회의 구석에 고립되어버린 그녀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귀신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미련할 정도로 이들의 한 많은 사연에 집중하며 사건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간다. <주군의 태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조합, 훈훈함과 호러의 만남이 신선함을 전했던 작품이다.


2위 <눈사람> 최고 시청률 24.8%

스마트폰도 유튜브도 활성화되지 않았을 시절이니 드라마 시청률이 지금보다 더 높을 수밖에. 그렇다 쳐도 <눈사람>은 방영 당시 두터운 마니아층을 생성했던 드라마다. 언니의 약혼자를 보고 첫눈에 반했지만 제 마음을 숨겨야 했던 연욱. 언니가 사고로 죽고, 연욱은 형부를 향해 품고 있던 제 마음을 토해낸다. 반항아 이미지와 더불어 폭 넓은 연기를 선보인 공효진의 성숙해진 연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눈사람>은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호흡을 맞춘 김래원과 공효진이 처음 만난 작품이기도 하다. 김래원은 연욱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하던 서브 남주인공, 성준을 연기했다.


1위 <화려한 시절> 최고 시청률 31.3%

영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킬러들의 수다> 등을 통해 존재감을 알리던 공효진은 <화려한 시절>을 통해 브라운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노희경 작가의 가족 드라마 <화려한 시절>에서 공효진은 천방지축이지만 속정이 깊은 버스 여차장 은실을 연기했다. 철진(류승범)을 졸졸 쫓아다녀 ‘철진 껌딱지’라 불렸던 캐릭터. 이 드라마로 그녀는 류승범과 함께 제38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