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개봉 앞둔 <서울역>의 속편이다.
애니메이션 <서울역>을
우린 '프리퀄'이라 부른다.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 <서울역>을 제작하던 중에 실사영화인 <부산행>을 연달아 기획하게 됐다. <서울역>에 이은 다음 날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일종의 속편 격으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배급일정 때문에 속편인 <부산행>이 먼저 개봉하는 것.
<부산행>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의 이야기가 바로 <서울역>에서 펼쳐지는 식이다. 영화사에는 <부산행>의 전편, 즉 프리퀄에 해당하는 <서울역>처럼 연달아 시리즈로 기획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러한 '프리퀄'의 개념을 잘 설명해주는 영화들을 몇 편 골라 봤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프리퀄'은 1958년 SF 매거진 에디터인 앤소니 부처가 자신의 기사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이라고. 간단히 말해 어떤 이야기의 '과거', 즉 이전 이야기인 '전편'을 지칭하는 단어인 것. 그렇다면, 영화 역사상 처음 만들어진 프리퀄 영화는 뭔지 궁금하다.

<부치와 선댄스의 젊은 날>(1979)

부치와 선댄스에게도 젊은 날이 있었다니, 왠지 어색하긴 하다. 아무튼 버디 무비의 조상이라 할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1969)의 주인공들 과거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제작연도를 보면 알겠지만 전작보다 나중에 만들어졌음에도 (제작연도순으로는 속편이 되어야 맞지만)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전편보다 훨씬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4 – 새로운 희망>(1977)

그렇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가장 대중적이며 대표적인 프리퀄 시리즈다. 조지 루카스 감독은 애초 6부작 이상의 에픽을 기획했다가 시리즈 가운데 4, 5, 6편을 먼저 만들게 됐다. 더 발전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완성된 프리퀄 시리즈는 21세기에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시리즈보다 한 발 먼저 프리퀄 영화를 만든 시리즈가 있었으니,

<대부2>(1974)

"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나 하겠어." 바로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리즈라고 알려진 <대부> 시리즈의 2편. 순서상으로는 2편인데 영화의 이야기는 1편의 주인공 돈 콜레오네의 젊은 시절을 다루고 있다. 시간 순으로 과거를 다루고 있는 영화인 것. 그런데 더 자세하게는,
이 영화는 현재의 이야기도 병행하고 있다. 그래서 프리퀄이면서 동시에 속편(시퀄)의 기능도 함께 가지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화 다들 알고 계시지요?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

영원한 '한솔로' 해리슨 포드의 리즈 시절이 빛나는 영화 시리즈! 이 영화는 시리즈의 1편인 <레이더스>에 이어지는 속편이지만 이전 시간대를 다루고 있는 영화다. 즉, 스티븐 스필버그와 제작자 조지 루카스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배경을 피하기 위해 전편으로부터 1년 전의 과거를 배경으로 <인디아나 존스2>를 만들었다는 사실.

<배트맨 비긴즈>(2005)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들어낸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 3부작 중 첫 편. 어떻게 배트맨이라는 영웅이 탄생하게 됐는지를 다룬 이 영화는 우리 어렸을 때 즐겨봤던 오리지널 <배트맨> 시리즈 네 편의 가장 처음으로 돌아가서 시리즈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요새 관객들이 프리퀄이라고 하면 시퀄(속편)과 함께 시리즈를 다시 만드는 리부트의 개념이 혼재되고 있다는 것. 그 대표적인 또 다른 시리즈의 시작이 바로?

<007 카지노 로얄>(2006)

살인면허를 지닌 신사 첩보원, 제임스 본드의 활약상을 다룬 시리즈의 21탄. 이 영화는 오리지널 시리즈 이전 시간대로 돌아가서 제임스 본드라는 희대의 비밀요원이 어떻게 탄생됐는지에 대해 다루는 영화다. 역대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던 배우들의 고유 이미지와는 반대되는 외모의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를 캐스팅한 것도
파격적인 신의 한 수였다.

<엑스맨: 아포칼립스>(2016)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오리지널 <엑스맨> 시리즈를 잇는 새로운 프리퀄 시리즈의 3편. 지난 1편인 <엑스맨: 퍼스트클래스>와 두 번째 영화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잇는 3편이기에 자연스럽게 오리지널 <엑스맨> 시리즈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즉, 그러니까 이제 진짜 엑스맨의 탄생을 보여주는 거다. 시기적으로는 오리지널 시리즈의 1편과 이어지고 의미상으로는 오리지널 시리즈의 기존 3편을 대신함으로써 전편과 속편의 기능을 한꺼번에 담아냈다.


이제 '프리퀄'의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셨는가?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