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벤 플레셔 감독의 <좀비랜드>(2009) 후속작, <좀비랜드: 더블 탭>이 개봉했다. 10년 만에 나온 후속작으로, 주연을 맡은 4명의 배우가 고스란히 복귀해 의리를 지킨 작품. 그중에서도 10년이 지났지만 변함없는 액션을 선보인 탤러해시 역의 우디 해럴슨의 투혼을 눈여겨볼만 하다. 현재 59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베놈 2>(가제) 빌런 ‘카니지(클래터스 캐서디)’ 등 할리우드 기대작에 출연할 예정인 우디 해럴슨. 최근 10년 간 그가 연기한 캐릭터 중, 국내 영화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다섯 캐릭터를 뽑았다.


<좀비랜드> 탤러해시 역

<좀비랜드>는 여타 호러 장르의 좀비물과 달리 B급 코미디가 결합된 좀비 영화로, 저예산으로 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1억 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DVD로만 출시되었지만 10년간 입소문을 타고 매니아층이 생겨나면서 후속작인 <좀비랜드: 더블 탭>은 정식 개봉을 하게 됐다.

우디 해럴슨은 <좀비랜드>에서 까칠하고 만사가 귀찮은 탤러해시 역을 맡아 제시 아이젠버그, 엠마 스톤, 아비게일 브레스린과 호연을 펼쳤다. 늘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다니며 툴툴거리는 전형적인 마초이지만 나이에 맞지 않게 과자 트윙키에 환장하는 캐릭터. 무기에 구애받지 않고 좀비들을 죽일 수 있으며, 무심한 듯 보이나 실제론 무리를 보호하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

<헝거게임: 모킹제이>

<헝거게임> 시리즈, 헤이미치 에버내시 역

우디 해럴슨의 긴 머리(!)를 볼 수 있는 작품도 있다. 12구역으로 이루어진 독재국가 ‘판엠’이 일 년에 한 번 추첨을 통해 구역에서 2명을 선발, 총 24명이 서바이벌 게임을 통해 한 명만이 살아남는다는 ‘헝거게임’을 소재로 한 <헝거게임> 시리즈가 그것이다. 우디 해럴슨은 헝거게임에 참가하게 된 주인공 캣니스(제니퍼 로렌스)의 멘토 헤이미치를 연기했다. 캣니스와 마찬가지로 12구역 출신이며 과거 열렸던 제50회 헝거게임 우승자로, 알콜 중독에 5:5로 나눈 금발 머리가 인상적인 캐릭터다. 술에 취해있는 탓에 캣니스가 그다지 신뢰하지 않지만, 우승자 다운 면모로 캣니스를 꽤 든든하게 도와주며 점차 신뢰도와 유대감을 쌓아가는 인물. 묘하게 잘 어울리는 우디 해럴슨의 5:5 단발 가르마를 찾아볼 수 있다.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

<나우 유 씨 미 2>

<나우 유 씨미> 시리즈, 메리트/체이스 맥키니 역

길거리에서 마술공연을 하던 무명의 마술사 네 명이 어느 날 카드를 받고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포 호스맨’을 조직한 이들은 마술로 라스베이거스의 은행을 털어버리고, 그 뒤로 FBI 소속 요원 딜런(마크 러팔로)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마술과 범죄, 판타지를 결합한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에서 우디 해럴슨은 최면술과 독심술에 능한 메리트 맥키니 역을 맡아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었다. <좀비랜드> 이후 제시 아이젠버그와 다시 호흡을 맞춘 작품. 흥행에 힘입어 제작된 <나우 유 씨 미 2>에선 쌍둥이 메리트/체이스 맥키니로 출연해 1인 2역을 소화했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2017), 대령 역

가볍거나 유쾌한 캐릭터들을 주로 맡아 온 우디 해럴슨이지만, 그는 종종 무게감 있는 인물을 연기하며 연기자로서 넓은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했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이 그 예다. 치명적인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로 인해 지능을 갖기 시작한 유인원들과 반대로 지능을 잃고 퇴화해가는 인간들. 시저(앤디 서키스)는 인간과의 공존 가능성을 모색했으나 물거품이 되고, 인간은 유인원 몰살을 위해 (맥켄리)대령을 파견한다. 시저는 아내와 아들을 대령의 손에 잃고 분노하지만 그마저 대령의 손에 잡히고 만다.

우디 해럴슨은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 코믹함은 지우고 냉혈한 광기로 무장한 대령 역을 맡아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인류를 위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걸 막고자 자신의 손으로 아들을 죽인 무자비함과 무력한 인간의 절망 어린 얼굴까지, 보다 다채로운 연기로 앤디 서키스와 함께 <혹성탈출> 시리즈의 피날레를 묵직하게 장식했다.


<쓰리 빌보드>(2017), 윌러비 역

살해당한 딸과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노한 엄마 밀드레드(프란시스 맥도맨드). 밀드레드는 마을 외곽에 세워진 3개의 대형 광고판에 범인을 잡지 못한 경찰서장을 향해 도발적인 메세지를 게재한다. 이를 본 경찰서장 윌러비(우디 해럴슨)과 경찰관 딕슨(샘 록웰)은 밀드레드를 설득해 광고를 내리고자 하지만 밀드레드의 분노는 더해져만 간다.

<쓰리빌보드>에서 우디 해럴슨은 기존에 연기한 캐릭터들에서 볼 수 없었던 낯선 얼굴을 연기했다. 윌러비는 선량하고 존경받는 경찰 서장이자, 좋은 남편이다. 그러나 윌러비에겐 비밀이 있다. 극의 또 다른 국면을 선사할 선택 앞에 이른 윌러비의 초연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울림과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우디 해럴슨은 이 역할로 <메신저> 이후 8년 만에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