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영화는 원래 슬래셔, 고어 등과 함께 호러의 하위 장르로 시작했다. 그 목적을 가장 충실히 이행, 살 떨리는 공포를 자랑한 작품은 스페인 영화 <알.이.씨>인 듯하다. 공포를 중시한 <알.이.씨>가 추구한 것은 리얼리티. 이를 위해 <블레어 윗치>에서 본격화된 파운드 푸티지(‘발견된 영상’이라는 콘셉트로, 1인칭 캠코더 촬영을 통해 다큐멘터리 같은 현장감을 부여하는 것) 기법을 사용했다. 영화는 소방관들의 밀착 취재를 하는 기자가 그들과 함께 한 건물에 진입,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았다. 그런데 그 건물은 사실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건물. 이를 안 정부는 건물을 폐쇄, 그 속의 인물들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날 것 같은 화면과 분위기를 내세운 <알.이.씨>는 주인공 안젤라(마누엘라 벨라스코)가 느끼는 패닉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이입시켜 극강의 공포를 자아냈다. 덕분에 자국에서 세 편의 속편을 배출, 할리우드에서 <쿼런틴>이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