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해진이 영화 <럭키>로 돌아왔습니다. '목욕탕 KEY로 인해 삶이 뒤바뀐 킬러와 무명배우'라는 재미있는 설정과 유해진의 첫 단독 주연 작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주목할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유해진이 키스신을? 여배우와?
이번 영화 <럭키>에서 유해진은 무려 2명의 여자와 키스를 합니다. 네. 한 명도 아니고 무려 두 명입니다! 영화를 안 보신 관객들이라면 "유해진이 키스신을?" 고개를 갸우뚱하실 것 같은데요. 그의 로맨스가 왠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그가 여배우와 로맨스 연기를 선보인 작품은 그의 필모그래피에 없기 때문이죠...(또륵)
그렇다면 지금까지 유해진은?
안타깝게도 그는 여러 편의 영화에서 상대 남!자! 배우들과 놀라운 케미를 선보였습니다. 물론 안타까울 건 없습니다. "유해진의 로맨스는 현실에서 다 이루어졌다"(<타짜> 정마담과?)는 농담 아닌 농담? 진담? 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벌써부터 그와 함께 했던 쟁쟁한 남자 배우들의 얼굴들이 머릿속에 떠오르시죠?
과거 유해진의 이름 뒤에는 '만년 조연', '감초 연기', '명품 조연'이라는 꼬리표가 어김없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꼬리표를 떼고 <럭키>의 원톱 주인공으로 돌아온 그! 지금의 유해진을 만든 원동력은 상대 배우와의 놀라운 연기 케미, 기막힌 호흡이 아닐까요? 그래서 한 번 모아보았습니다.
남자 배우들과 있을 때 더 빛나는, 유해진의 남남케미가 돋보인 영화!
<타짜>(2006)
고광렬&고니
지금의 유해진을 만든 게
'고니'라는 게 사실인 고니?
아직도 저는 '유해진' 하면 <타짜>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그만큼 유해진이 영화 속에서 연기한 '고광렬' 캐릭터는 쟁쟁한 배우들 속에서도 개성 있고 인상적이었는데요. 특히나 조승우와의 '동료 케미'는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끈끈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함께 원정을 뛰며 도박인생을 꾸려가는 고니(조승우)와 고광렬(유해진)의 우정이 돋보였던 장면은 영화 속 고광렬의 마지막 신이 아닐까 싶은데요. 자신의 손목이 잘린 상황에서도 "그냥 가..."라며 고니에게 충고하고 끝까지 고니를 걱정하는 고광렬. 기다리라는 말을 남긴 채 돌아서는 고니. "돈 따러 왔다"며 서로 마주보고 텁텁한 웃음을 짓는 이 장면은 고광렬과 고니의 우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곽철용 걔는... 아주 그 유명한... 그 뭐랄까 아주 유명한 XX끼!"라고 외치던 고광렬의 맛깔나는 대사가 지금도 생생하게 들리는 거보면 조연이었지만 그의 연기가 얼마나 개성있었는지 새삼 와닿습니다. <타짜2 : 신의 손>를 찍으면서도 '원조' 고니 조승우가 그리워 몇 번이나 연락을 했다는 유해진. 언제쯤이면 이 둘의 연기 케미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이장과 군수>(2007)
노대규&조춘삼
지금의 삼시세끼를 만든
차승원X유해진의 원조 케미
'유해진X차승원' 하면 많은 분들이 최근 방영했던 <삼시세끼>를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삼시세끼> 성공의 중심에는 보기만 해도 유쾌한 두 남자의 케미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차승원X유해진 콤비의 역사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로 영화 <이장과 군수>입니다. 젊은 이장 조춘삼(차승원)과 그의 라이벌 군수 노대규(유해진)가 한적한 충청도 산골마을에서 격돌하는 코미디 영화인데요.
영화 속에서 둘은 앙숙인 듯 아닌 듯, 절친인 듯 아닌 듯 하는 연기를 선보이며 코믹스러운 케미를 보여줍니다. 특히나 한 여자를 두고 벌이는 둘의 복고 댄스 배틀은 최고 압권인데요. 차승원의 부담스러운 저질 댄스와 유해진의 어설픈 복고 댄스는 두 배우의 진가를 다시 한 번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떨떠름한 지방 정치 코미디', '애매한 웃음과 뭉툭한 구성'이라는 평을 받으며 흥행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에 미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10년 뒤, <삼시세끼>에서 다시 만나 구수한 케미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장과 군수>의 장규성 감독이 나영석 감독보다 한 발 앞서 둘의 케미를 발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네요!
유해진은 최근 인터뷰에서 꼭 다시 한 번 차승원과 함께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둘의 케미를 눈여겨 보신 영화 관계자 분들이라면 마음이 급해지실 것 같습니다.
<베테랑>(2015)
최상무&조태오
16살의 나이 차도 극복한
1000만 케미!
작년, '어이가 없네'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천만 영화 <베테랑>의 유아인 옆에도 유해진이 있었습니다. 둘은 무려 16살이라는 차이를 극복하고 '유유 커플'이라는 귀여운 애칭을 얻기도 했습니다.
악(惡)으로 똘똘 뭉쳐 최고의 에너지를 보여준 <베테랑> 속 유아인의 연기는 유해진의 배려로 완성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16살이라는 나이차 때문에 유아인이 부담감을 가질까 걱정되어, 유해진은 최대한 편안한 촬영현장을 만들어주었다고 합니다.
촬영 첫 날부터 "마음껏 해봐"라는 유해진의 말에 힘을 얻은 유아인은 '조태오'의 광기를 완벽하게 선보 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매 장면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온갖 뒤치다꺼리를 하던 유해진(최상무)의 섬세한 표정 연기를 보며 감명을 받았다는 유아인. 세밀한 유해진의 리액션 덕분에 촬영 내내 둘의 호흡은 최상이었다고 하네요.
슈퍼 갑(甲)과 슈퍼 을(乙)이 만나 최고의 케미를 보여준 유아인과 유해진. 두 배우는 선과 악으로 명확히 구분되는 <베테랑>의 든든한 악의 축이 되어주었는데요. 이 덕분인지 영화 <베테랑>은 2015년 최고흥행작으로 등극함과 동시에 두 배우의 최고 흥행작이 되었습니다.
<삼시세끼> 촬영현장에 유아인을 꼭 데려가고 싶다던 유해진의 바람은 이번 시즌에선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언젠가 유아인과 유해진의 리얼 케미를 꼭 만나보고 싶네요. (차승원씨가 질투하는 모습은 덤으로!)
<극비수사>(2015)
김중산&공길용
유해진, 김윤석의 네 번째 만남
척하면 척, 연기 귀신들의 케미!
독특한 설정으로 인기를 끌었던 영화 <극비수사>에서도 충무로의 소문난 연기귀신 김윤석 옆에 유해진이 있었습니다. 이 둘은 '도사'와 '형사'로 만나 1978년 부산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유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는데요. 사실 이 둘의 만남은 <극비수사>가 처음이 아닙니다. 2006년 <타짜>에서 각각 ‘아귀’와 ‘고광렬’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처음 같은 작품에 출연했던 두 사람은 3년 뒤 <전우치>의 ‘화담’과 ‘초랭이’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습니다. 또한 <타짜: 신의 손>을 거쳐 <극비수사>까지!
그래서인지 눈빛만 봐도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는 김윤석-유해진의 연기 케미가 이 영화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곽경택 감독의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실존 인물에 대한 두 배우의 부담감이 상당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그 부담감이 무색하게 명품배우다운 연기 호흡을 자랑하며 <극비수사>는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 냈습니다.
영화판의 소문난 주당으로 알려진 두 배우는 <극비수사> 촬영 당시 끝나고 매일 술잔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김윤석은 아침부터 술을 먹기 위해 유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후문! 두 배우의 리얼 알코올 케미(?)가 스크린 속 두 배우의 호흡을 더욱 살아있게~ 만든 거 아닐까요?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돈독하게 만드는 데에는 술이 최고인 듯 싶습니다. (캬...)
신인 시절, 주인공의 옆자리 역할을 도맡아 하던 유해진이 계속해서 남자 배우들과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옆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임과 동시에 상대 배우와 미친 케미를 보여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이 시간들을 거쳐 이제 그는 충무로가 사랑하는 천의 얼굴, 존재감 있는 배우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무명 시절을 떠올리며 연기를 한다는 배우 유해진. 그의 잘생긴 마인드에 또 한 번 반하게 되는데요! 이제는 수많은 여성들의 이상형으로 등극한 로맨틱 가이, 배우 유해진이 <럭키> 이후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다음 영화에서는 진한 로맨스 연기 기대해봐도 될까요?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유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