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선>은 11월 28일(목) 올레 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 극장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부모를 잃고 비밀을 지니게 된 남자
어린 시절, 소범(샤오잔)은 친구 경우와 잠시 마을을 비운다. 그 사이 마을 사람들과 부모를 모두 잃게 된다. ‘천음각’ 대사로부터 서혈주를 받게 된 소범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 버리"라는 명을 어긴다. 성인이 될 때까지 남몰래 서혈주를 몸에 지니며 생활하고 있다. 한편, 부모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청운문 대죽봉’으로 들어가게 된 소범은 10년이 넘도록 수련은커녕 사제들의 밥을 해주는 등 온갖 잡다한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런 그의 곁을 어린 시절부터 지켜온 령아(당예흔). 소범은 령아를 짝사랑하지만 령아는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고 있다. 어느 날 서혈주를 버리기 위해 간 곳에서 뜻하지 않게 잠들어있던 서혈주를 깨우게 된 소범은 우연히 법기 ‘섭혼곤’을 얻게 되며 능력이 갑작스레 향상된다. 그런 그에게 의문의 여자 벽요(멍메이치)가 나타나게 되는데….
동명 소설과 드라마 <청운지> 원작, 오랜만에 찾아온 판타지 무협 영화
<주선>은 작가 샤오딩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2016년 후난위성TV에서 중국의 대스타 이역봉이 주연을 맡은 <주선청운지>(혹은 <청운지>)로 드라마화된 바 있으며, <주선>은 <주선청운지> 1, 2부 중에서도 1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압축해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드라마는 58부작에 달하는 대장정이었던 한편, 영화는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핵심 줄거리만을 이은 색다른 리메이크 작이다.
영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서사시의 배경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천 년간 정파와 마교의 싸움이 끊이지 않던 시기, 마교에 맞서 ‘청운문’을 필두로 싸운 정파가 승을 거두게 되고(정마대전), 전투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마존’은 재기를 꿈꾸며 자신의 혈을 ‘서혈주’에 응고시킨다. 100년 후, 서혈주를 노리는 자들로부터 이를 지켜온 ‘천음각’ 대사. 그는 서혈주를 빼앗으러 온 ‘흑의’와 맞서 싸우다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되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청운문에 자신의 무공과 서혈주를 전달하고자 소범에게 모든 것을 전수하게 된다.
국내 아이돌 출신도? 중국 라이징 스타들이 모인 비주얼 맛집
<주선>은 한마디로 ‘비주얼 맛집’이다. 판타지 무협이라는 장르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특수 효과를 다수의 시퀀스에서 보여주며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영화의 무대이자 CG로 구현된 ‘청운문’과 하늘, 사제들의 다양한 움직임 등이 그러하다. 또 <주선>은 저예산이라는 한계를 뛰어넘는 스케일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예가 가지각색의 천을 활용한 세 주연 여배우들의 무공 액션이다.
무엇보다 <주선>은 주연들의 외모 측면에서 비주얼 적으로 눈에 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의 핫한 라이징 스타들이 주연으로 발탁되었기 때문. 장소범 역의 샤오잔은 중국 아이돌 그룹 ‘X구소년단(XNINE)’의 멤버로, 올 8월 웹을 통해 방영된 인기 무협 드라마 <진정령>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와 호흡을 맞춘 벽요 역의 멍메이치도 주목해볼만하다. 어딘지 낯익은 얼굴이라면 당신은 아이돌 전문가! 멍메이치는 국내 아이돌 그룹 ‘우주소녀’ 멤버 미기다. 2018년 중국판 <프로듀스 101>인 <창조 101>에 출연해 1위를 차지하며 ‘화전소녀 101’로 활동하게 되면서 현재 국내 활동은 멈춘 상태라고. 솔로 음반 및 배우로도 역량을 보이며 중국 내 가장 핫한 스타로 꼽힌다. 이뿐만 아니라 <주선>의 원작 드라마 <청운지>에 령아 역으로 출연했던 중국 인기 배우 당예흔이 다시 한 번 출연하며, <신홍루몽>과 <화개반하>로 최고 배우 반열에 올라선 연기파 배우 리친이 청운문 최고 미녀 육설기를 연기했다.
저예산 제작으로 중국 박스오피스 1위 기록한 흥행작
영화를 선택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흥행’이다. <주선>은 이미 자국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저력을 입증한 바 있다. 박스오피스 규모만 7억 9100만 위안을 기록하며 중추절 연휴 사상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올해, <주선>은 2억 6900만 위안이라는 압도적인 실적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저예산으로 제작되었으나 최종 성적으로는 3억 9836만 위안, 우리 돈으로 666억 원을 벌어들이며 속편 제작에 청신호를 켰다.
8년만에 복귀, <천녀유혼>, <동방불패> 등 무협계 장인 정소동 감독 신작
<주선>은 정소동 감독이 <백사대전> 후 8년 만에 복귀하는 무협 영화다. 1974년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정소동 감독은 1980년대 이르러 <생사결>, <채운곡>을 시작으로 연출 감독이자 무술감독으로서 발군의 기량을 보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영웅본색 2>, <소호강호> 등 다수의 영화에서 무술감독 직을 맡았으며, 그가 본격적으로 연출에 국제적 명성을 지니게 된 것은 영화 <천녀유혼>을 통해서다. 1990년대 <소오강호>, <동방불패>가 큰 인기를 끌었고 <신용문객잔>과 같은 작품들로 여러 유수 영화제에서 액션감독상·무술감독상을 수상했다. 2011년 <백사대전>까지 쉬지 않고 무술 액션을 연출한, 그야말로 무협 영화계의 살아있는 장인. <천녀유혼>과 같은 판타지 무협 영화가 그리웠다면 정소동 감독의 <주선>은 그 갈증을 잠시나마 덜어줄 선택이 될 것이다.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