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에 작가성을 증명해 보인 <공동경비구역 JSA>는 상징적인 의미로서 박찬욱의 데뷔작이라 할만하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은 남/북 초소병이 각각 지키는 비무장지대 내 특수구역이다. 이곳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 위해 중립국에서는 수사관 소피 장(이영애)을 파견한다. 그녀의 꼼꼼하고 명석한 추리로 풀리지 않던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할 즈음, 상부에서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내세운 압박이 내려온다. 최초의 목격자 남성식(김태우) 일병, 총격 사건의 당사자 이수혁(이병헌) 병장, 북한의 오경필(송강호) 중사, 일곱 발의 총상으로 전사한 북한 초소병 정우진(신하균)을 둘러싼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점차 베일을 벗는다. 탁월한 지점에서 변주되는 시간상의 배열이나, 네 병사를 담는 카메라의 독특한 패닝 기법 등 고민을 거듭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복잡다단한 사건의 심지를 겨냥하는 '소피 장' 이영애의 이지적인 캐릭터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