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거울을 본 남자와 여자가 소리를 지른다. 남자, 여자의 몸이 바뀌는 설정은 영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화제가 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역시 도쿄의 남학생과 시골의 여학생의 몸이 바뀌는 설정이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타인의 삶을 살게 된다는 점에서 유해진 단독 주연 코미디 <럭키>도 유사한 설정인 듯하다. 극 중 캐릭터의 몸이 바뀌는 영화, 뭐가 더 있을까. 궁금증은 해결하라고 있는 거다. 유형별로 정리해봤다.
1. 소년X소녀 체인지
체인지
소년과 소녀의 몸이 바뀌는 영화로 가장 먼저 떠오른 작품은 1997년에 개봉한 <체인지>다. <체인지>는 국내에서 아마 최초로 몸 바꾸기를 시도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공부와 담 쌓고 사는 강대호(정준)와 세침떼기 모범생 고은비(김소연)의 몸이 벼락을 맞고 바뀐다. 청소년 드라마 <사춘기>에 출연했던 정준의 내숭 연기가 인상적인 영화다. 지금 보면 좀 유치할지도 모르겠다. 김혜수, 박중훈 등 당시 최정상급 배우들이 카메오 출연한다.
전학생
<체인지>는 일본 영화 <전학생>(1982)이 원작이다. <전학생>은 야마나카 히사시의 소설 <내가 그 녀석이고 그 녀석이 나이고>가 원작이다. 1982년 버전에 이어 2007년 일본에서 다시 <전학생>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다. 원작 소설에서는 초등학생, 2007년 <전학생>에서는 중학생, 한국 영화 <체인지>에선 고등학생이 주인공이다.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에는 거의 모든 작품에 소년, 소녀가 등장하는 듯하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도쿄에 사는 남학생 타키와 시골에 사는 여학생 미츠하의 몸이 바뀐다.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그들은 서로의 몸에 들어가 꿈을 꾸는 것 같다. 그런데 그 꿈이 현실이 되는 거다. 미츠하의 몸을 가진 타키는 눈을 뜨자마자 가슴을…. 궁금하시면 극장에서 확인하시길. 개봉은 내년 1월 예정.
보이걸 씽
소년, 소녀의 몸이 바뀔 때는 법칙이 있다. 절대 비슷한 성향의 사람끼리 바뀌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래야 몸 바꾸기의 재미가 커지니까. <보이 걸 씽>(2006)도 마찬가지다. 셰익스피어를 사랑하는 모범생 소녀 넬(사마이어 암스트롱)과 풋볼선수 킹카 우디(캐빈 지거스)의 몸이 바뀐다. 우디의 몸을 가진 넬은 학교 대표로 시합을 뛰어야 하고, 넬의 몸을 가진 우디는 예일대 면접을 준비해야 한다. <보이 걸 씽>은 전형적인 하이틴 코미디다.
2.남자X여자 체인지
핫칙
남녀 몸 바꾸기의 핵심은 몸이 바뀐 남녀 배우의 연기를 보는 재미다. <핫칙>(2003)의 롭 슈나이더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날라리 여고생 제시카를 기가 막히게 연기해낸다. 이 영화에서는 여고생 제시카(레이첼 맥아담스)와 좀도둑 클라이브(롭 슈나이더)의 몸이 바뀐다. 레이첼 맥아담스의 비중은 롭 슈나이더에 비해 적다. 왜냐면 주인공이 제시카니까. 정확하게는 아저씨의 몸인 제시카.
미스 체인지
<미스 체인지>(2013)는 이른바 ‘섹시 코미디’ 영화다. 쑥맥이면서 찌질한 변호사 체칠(송삼동)이 빗속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완벽한 몸매의 여자(이수정)을 집으로 데러온다. 그리고 몸이 바뀐다. 언제든 자신의 몸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컨셉인 게 특이한 점이다. <몽정기>로 유명한 정초신 감독의 영화다. 좀 야하긴 한데 추천할 만한 영화는 아니다.
키스의 전주곡
알렉 볼드윈과 멕 라이언이 연인으로 나오는 <키스의 전주곡>(1992)에서는 결혼식 직전 리타 보일(멕 라이언)의 몸에 한 노인의 영혼이 들어가는 이야기다. ‘리즈‘ 시절의 알렉 볼드윈과 멕 라이언을 볼 수 있다.
스위치
<스위치>(1991)의 주인공 스티브는 바람둥이다. 여자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여자(엘렌 바킨)로 환생한다. 1990년대 이런 영화가 유행이었던 듯하다.
시크릿 가든
영화는 아니지만 현빈, 하지원의 드라마 <시크릿 가든>(2010~2011)을 빼놓을 수가 없다. 몸 바꾸기 영화들은 전반적으로 대충 만든 코미디 영화가 많은 데 비해 <시크릿 가든>은 훌륭한 드라마다. 다시 보고 싶네.
3. 남자X남자 체인지
신석기 블루스
<신석기 블루스>(2004)는 남자와 남자의 몸이 바뀔 때 외모에서 차이를 뒀다. 이름이 같은 잘생긴 신석기(이종혁)와 못생긴 신석기(이성재)의 영혼이 엘리베이터 사고로 바뀐다. 이성재 정도면 잘생겼는데 싶으신 분은 위 스틸을 참고하시길. 분장을 세게 했다.
체인지업
미치(라이언 레이놀즈)와 데이브(제이슨 베이트먼)는 어릴 때부터 친구였다. 데이브는 변호사, 남편, 아버지 역할을 해야 하는 유부남이고 미치는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체인지업>(2011)의 주인공 두 사람의 영혼은 분수대에서 오줌을 싸고 난 뒤 바뀌었다. 서로의 삶을 살고 싶다고 빌었는데 소원이 이뤄진 거다.
더 게임
아무리 돈이 많아도 늙는다는 것, 죽는다는 건 두려운가보다. <더 게임>(2008)의 강회장(변희봉)은 거리의 화가 민희도(신하균)의 몸을 탐하고 결국 손에 얻는다. 코미디가 아니라 스릴러로 몸 바꾸기 설정을 활용한 영화 <더 게임>에 대한 평가는 많이 갈리는 편이다.
4. 엄마X딸 체인지
비밀
오늘 소개하는 몸 바꾸기 영화 가운데 가장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비밀>(1999)이다. 히로스에 료코가 나와서 그런 건 아니다. 그런 이유로 추천해도 되긴 하지만. 어쨌든 <비밀>은 몸 바꾸기 영화 가운데 드물게 진지하고 슬픈 영화다. 아내 나오코(키시모토 가요코)가 죽으면서 딸 모나미(히로스에 료코)의 몸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니까 사실은 딸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주인공 헤이스케(고바야시 카오루)는 그녀를 아내로 생각해야 할까, 딸로 생각해야 할까. 영화의 마지막 그녀의 선택은 슬프지만 응원하고 싶은 것이었다.
프리키 프라이데이
<프리키 프라이데이>(2004)는 린제이 로한 주연의 전형적인 몸 바꾸기 코미디 영화다. 엄마(테스 콜만)와 고교생 딸(린제이 로한)의 몸이 바뀐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모녀는 몸 바꾸기를 통해 조금씩 가까워진다.
아따맘마 극장판
2003년에 일본에서 개봉하고 국내에선 2011년 개봉한 <아따맘마> 극장판의 내용은 엄마와 딸의 몸이 바뀌는 것이다. 재미도 있고 나름 감동도 있다. <아따맘마> 시리즈의 팬이라면 꼭 봐야 할 애니메이션.
5. 늙음X젊음 체인지
수상한 그녀
<수상한 그녀>(2014)는 꽤 잘 만든 몸 바꾸기 영화다. 욕쟁이 할매(나문희)가 꽃처녀(심은경)가 되는 판타지는 의외의 웃음과 감동을 만들어냈다. 사실 감동은 좀 쥐어짜는 경향이 있어서 울고는 있지만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은 안 들었다. 나문희, 박인환을 비롯해 성동일, 심은경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힘이 크게 작용한 영화다.
빅
톰 행크스의 연기는 완벽했다. 페니 마샬 감독의 <빅>(1988)은 13살 조쉬가 갑자기 30살 어른(톰 행크스)이 된 이야기다. <빅>은 이 계통 영화의 클래식이다. 꼭 보시길.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2004)은 치아 교정기를 낀 어린 제나가 서른 살의 잘나가는 제나(제니퍼 가너)가 된다는 내용이다. 여성판 <빅>이라고 봐도 될 듯하다. <빅>만큼의 재미는 보장 못한다.
소년, 천국에 가다
<소년, 천국에 가다>(2005)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영화다. 예정보다 일찍 죽음을 맞은 네모는 다시 이승으로 돌아간다. 갈 때는 13살이었는데 올 때는 33살이 됐다. 어른이 된 네모(박해일)는 부자(염정아)와 짧은 사랑을 한다. 왜냐면 <빅>처럼 네모는 다시 소년으로 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네모의 시간은 하루가 1년이다.
6. 동물X사람 체인지
미스터 캣
10월20일 개봉하는 <미스터 캣>은 억만장자 CEO가 고양이가 되는 황당한 내용의 영화다. 주인공 톰은 케빈 스페이시가 연기했다.
꼬리치는 남자
<꼬리치는 남자>(1995)는 시각 장애인 향수 감별사 백재수(박중훈)가 자신의 개 다롱이와 몸이 바뀌는 영화다. 개의 몸이 된 재수는 자신이 좋아하던 여인 영은(김지호)을 직접 보게 된다. 그리고 응큼한 짓을 많이 한다. 박중훈의 목소리 연기가 압도적이다.
7. 기타 체인지
럭키
몸 바꾸기는 영혼이 아닌 기억에 의해서도 가능하다. <럭키>의 킬러 형욱(유해진)은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지면서 기억을 잃는다. 무명배우 재성(이준)이 목욕탕 열쇠를 바뀌치기 하면서 형욱은 자신을 재성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게 된다.
페이스 오프
의술의 힘을 빌려도 몸 바꾸기가 가능하다. 오우삼 감독의 <페이스 오프>(1997)가 그런 경우다. FBI 요원 숀(존 트라볼타)은 테러를 막기 위해 범죄자 트로이(니콜라스 케이지)의 얼굴을 이식 받는다. <페이스 오프>는 두 배우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액션 영화다.
뷰티 인사이드
몸 바꾸기를 밥 먹듯이 하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 역시 한 사람의 영혼을 다른 사람의 몸으로 표현하는 영화다. <뷰티 인사이드>의 주인공 우진은 잠을 자고 일어나면 다른 사람이 되는 기이한 병(?)에 걸렸다.
몸 바꾸기 영화 유형별로 살펴봤다. 생각보다 작품이 많았다. 몸 바꾸기라는 식상한 설정이라도 참신한 접근이 있으면 재밌는 영화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히로스에 료코가 나오는 <비밀>이나 다시 봐야겠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