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위쳐>

게임으로 출시돼 GOTY(Game Of The Year)를 수상하기도 했던 위쳐, 넷플릭스 TV 시리즈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처음 발표된 것은 무려 2년 전인 2017년 봄이었다.

이후 2018년 9월, DCEU의 슈퍼맨 역할을 맡아 <맨 오브 스틸> 등의 영화에서 열연을 펼친 바 있는 배우 헨리 카빌이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이 실사화 시리즈는 히어로 팬덤과 게이머들 양쪽으로부터 기대를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공개된 공식 트레일러 영상은 그리 반응이 좋지 못했지만, 지난달 공개된 메인 예고편에서는 한층 자연스러워진 분장과 액션신 등으로 다시금 화제를 모았다.

‘위쳐’ 시리즈는 게임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원작은 폴란드의 작가 겸 학자인 안제이 사프콥스키가 쓴 총 8권 분량(외전 등 포함)의 판타지 소설 ‘더 위쳐’로, 드라마에서 원작으로 삼은 것은 게임이 아니라 바로 이 소설이다. 타임라인 상으로 보면 소설이 먼저고, 게임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므로 시간 순대로 실사화에 들어갈 예정일 지도.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들과 더불어, 넷플릭스의 신규 시리즈 <위쳐>가 토대로 하는 세계관과 세부적인 정보 몇 가지를 정리해 봤다. 물론 몰라도 시청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알고 보면 조금 더 재미있지 않을까!

참 팍팍한 그곳의 세계관

천구의 결합

위쳐의 배경이 되는 세계는 약 1500년 전쯤 발생한 ‘천구의 결합’을 시발점으로 혼란의 시국으로 접어든다. 이 천구의 결합은 여러 세계가 갑자기 통합된 현상으로, 각자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던 인간과 늑대 인간, 뱀파이어, 이형의 몬스터 등이 한 세계에 공존하게 되어 버린 사건을 의미한다.

천구의 결합 이후의 세계

작중의 세계는 본래 자연 그대로의 세계였고 노움과 드워프, 엘프 종족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천구의 결합’ 때문에 다른 세계에 살고 있던 인간과 서리 거인, 뱀파이어, 늑대 인간과 구울, 트롤 등이 들어오게 되면서 여러 존재들이 각자의 생존을 위해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다. 이 생존 경쟁은 인간에게도 예외는 아니었고, 인간들은 자구책을 마련해야만 했다.

인간들이 생존을 위해 택한 방법은 강화 인간의 일종인 ‘위쳐’라는 존재였다. 신체 개조 수술과 연금술, 마법, 그리고 수십 년에 달하는 강화 훈련을 통해 초인적인 능력을 갖게끔 만든 특수한 인간이 바로 ‘위쳐’인데,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괴물들을 처치할 수 있는 전사를 양성한 셈이다. 말하자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강화 혈청(슈퍼 솔저 등)과 비슷한 과정이나 보다 장기적인 훈련을 담보로 하고, 마법의 힘과 과학기술이 접목되었다는 점에서 이보다 넓고 깊은 형태의 강화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퍼, 곰, 늑대, 살쾡이, 그리핀 교단의 상징

게임 확장팩에서 등장한 만티코어까지 총 6개의 교단이 게임과 소설에서 등장했다

300년 전, 강화 인간 위쳐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자 인간들은 ‘위쳐 교단’ 창설을 통해 위쳐 양성 과정을 체계화시켰으며 수많은 인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도하게 된다. 하지만 위쳐로서 완성되기 위한 과정이 매우 험난하고 까다로웠기 때문에(성공 확률이 20%가 채 되지 않으며 실패하면 죽음에 이른다) 많은 후보생들이 희생되어 갔다.

거기에 총 3단계인 위쳐 양성 과정을 통과하면 생식능력이 사라지기 때문에 완성된 위쳐들조차도 새로운 위쳐 양성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시대가 흐르면서 괴물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자 위쳐라는 강화 인간의 필요성 역시 줄어들었던 데다, 위쳐로서의 과정을 통과하고 나면 외모 면에서 보통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게 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간들에게는 소외 당했고, 종국에는 사회적 멸시까지 받게 됐다.


죽을 고비 넘기고 취업했더니 3D업종인 현실

인간들의 삶을 위협했던 괴물을 목숨 걸고 퇴치하는 위쳐들이 대체 왜 사회적으로 멸시를 당할까. 세계관에 존재하는 인간 이상의 능력을 지닌 또 다른 존재인 마법사들은 대부분의 인간들과 친화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위쳐들과의 관계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게임 ‘위쳐’ 시리즈의 게롤트

일단 외모부터가 그랬다. 세 단계의 위쳐 수련과정을 거치고 나면 기본적으로는 인간과 같은 모습이지만, 눈이 고양잇과의 맹수처럼 바뀌게 되고 밤에도 빛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일반 인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또한 반사 신경과 기본적인 신체능력 역시 차원이 다른 수준이지만 늘 괴물과 싸워야 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피비린내가 풍길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평민들 입장에서는 이질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했다. 거기에 돈을 받지 않으면 일하지 않는다는 위쳐들의 기본적인 룰 때문에 작중의 세계에는 ‘위쳐’들이 영웅이라기보다는 수전노나 다름없는 놈들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실제로 게롤트가 되어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게임 전반에서 일반인들이 위쳐를 얼마나 멸시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드라마의 게롤트는 헨리 카빌이 맡았다.

때문에 의뢰를 수행하고 돌아왔는데도 보수를 주지 않으려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며(물론 위쳐들은 물건이라든가 다른 수단을 통해서라도 보수를 받아내고야 만다) 게임에서는 심지어 의뢰를 완료하고 돌아온 위쳐를 암살하려 하는 마을도 등장한다. 주인공인 게롤트 역시 이런 대우로부터 자유롭지 않은데, 지나가는 게롤트를 보며 침을 뱉질 않나 도움을 받고도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질 않나 별별 일이 다 벌어진다. 이제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는 헨리 카빌이 누군가를 구해내고도 멸시를 당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 예정(…).

하지만 위쳐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포션도 필요하고(그만큼 괴물을 상대하는 일이 녹록하지 않다) 괴물을 상대할 때 사용하는 은검 등의 장비 관리부터 기본적으로 먹고사는 비용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이 보상금의 액수는 사실상 푼돈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는 같은 일을 하더라도 일반 용병들의 보수에 비해 보잘것없는 액수를 받게 되기 때문에 위쳐들은 아무리 많은 임무를 수행하더라도 풍족하지 못하다.

위쳐 시리즈의 최신작 <위쳐 3: 블러드 앤 와인>

마음만 먹으면 위쳐들끼리 연합해서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겠지만… 위쳐들은 기본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고 개입하지 않도록 교육받기 때문에 고위 관료들과 국가의 정치상황에 깊게 개입해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마법사들과는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게롤트는 주인공인 데다 세계관 최강의 위쳐인 관계로 이래저래 정치싸움에 개입될 수밖에 없는 처지이긴 하다.


원작소설이 게임 스토리로 오해 받는 건 싫었겠지만

안제이 사프콥스키

이번 넷플릭스 드라마 <위쳐>의 원작은 폴란드의 경제학자이자 비평가이면서 작가이기도 한 사기캐(!?) 안제이 사프콥스키의 작품으로, 1992년부터 2013년까지 이어진 총 8권 분량의 베스트셀러 판타지 소설이다. 게임 출시 이전에는 동유럽 위주로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지만, <위쳐>가 게임으로 만들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가 높아져 북미 및 아시아권에도 출판되어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CDPR의 게임이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높은 몰입도로 호평을 받아 3편까지 제작되었음은 물론이고, 넘버링 시리즈 전부가 GOTY 수상을 이뤄내는 쾌거를 거두었으며 최신작인 2015년의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는 무려 257개의 GOTY를 수상하면서 꼭 해 봐야 할 게임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되었다.

게임에서 다루고 있는 시점은 소설 원작의 완결 이후이기도 했고, 원작자인 안제이 사프콥스키는 게임 제작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며 게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만 고수해 왔다. 심지어 2018년에는 게임 개발 초기 단계에서 저작권료를 이미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1600만 달러를 추가로 지급하라는 소송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안제이 사프콥스키의 원작 소설 표지

물론 안제이 사프콥스키 입장에서는 엄연히 자신이 최초 원작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토대로 만든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자기 작품이 게임의 부수적인 프리퀄 스토리 정도로 여겨지는 것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의 인기로 인해 원작까지 글로벌한 유명세를 얻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전 세계적으로 위쳐 시리즈의 인지도가 높아진 계기는 다름 아닌 게임이었고 저작권료 지불 당시에도 매출액에 따라 일정 비율로 지불하겠다고 했던 CDPR의 제안을 거절한 것은 원작자 본인이었기 때문인데... 결국 CDPR이 원작자의 제안을 일부 받아들이는 것으로 합의를 보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스토리는 방대한 세계관과 그에 따르는 수많은 등장인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개 방식 등 어둡고 냉혹한 판타지로서의 재미를 십분 보여주는 수작이다. 거기에 소설판 이후의 이야기가 게임에서 좀 더 인터랙티브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이런 ‘어른의 사정’과는 관계없이 양쪽 콘텐츠가 모두 흥미롭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슈퍼맨’ 헨리 카빌, 이제 최강의 ‘위쳐’ 게롤트로

드라마 <위쳐> 캐릭터 포스터. (왼쪽부터) 게롤트, 시리, 예니퍼

넷플릭스 TV 시리즈 <위쳐>는 게임이 아닌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주인공인 게롤트(헨리 카빌)와 시릴라(프레이아 앨런)가 처음 만나게 되는 시점을 다룰 예정이다. 더불어 게롤트의 연인인 예니퍼(안야 찰로트라)도 등장한다.

헨리 카빌은 2018년에 한 인터뷰에서 시리즈의 주인공인 게롤트를 연기하고 싶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바 있으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 캐스팅되었다. 카빌은 평소 하드하게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로 유명한데...그를 글로벌 스타덤에 올려놓은 영화 <맨 오브 스틸>의 캐스팅 확정 전화를 못 받은 이유가 WoW(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레이드 중이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헨리 카빌

와우 레이드 관련 얘기는 농담 섞인 에피소드일 가능성이 높지만, 헨리 카빌은 ‘위쳐’ 시리즈를 전부 플레이해 본 것은 물론이고 원작 소설도 완독했다고 밝히며 작품에 대한 열망과 열의를 여과 없이 드러내어 왔으니, 높은 캐릭터 이해도만큼은 인정해 줘야 할 듯.

영국 왕실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튜더스>에서 귀족 역할로 호평을 받는 등, 본래 영화보다는 TV 드라마에서 다양한 배역을 보여주었던 배우가 바로 헨리 카빌이다. 이제까지의 작품 평가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연기력만큼은 늘 인정받았기에 이번 <위쳐>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쳐>

이외의 주역으로 시릴라 역할을 맡은 프레이아 앨런은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2017년 <블루버드>를 시작으로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활약하고 있는 배우다. 2001년생으로 아직 18세. 또 게롤트의 연인인 예니퍼 역에는 안야 찰로트라가 캐스팅되었는데, 1996년생으로 영국 태생이나 아버지가 인도 출신이라 이국적인 외모의 소유자. 2018년 BBC 드라마인 <원더러스트>에 출연한 이력을 갖고 있다.


게임 ‘위쳐’의 캐릭터들

가상의 중세 세계관을 토대로 하는 판타지 소설들은 이제까지 수없이 많은 실사화 프로젝트를 통해 관객과 만나 왔다. 때문에 중세의 갑옷을 입은 배우들이 말을 타고 화려한 액션을 펼치는 이야기만으로는 이제 그다지 독특한 매력 요소가 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위쳐’의 세계관은 원작 소설과 게임을 통해 입증되었듯 폭넓고 방대한 이야기, 그 속에서 살아 숨쉬는 게롤트라는 주인공을 위시한 수많은 등장인물들을 통해 흥미로운 볼거리와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질문들을 던져 왔다. 헨리 카빌의 캐스팅, 넷플릭스가 이제까지 수많은 콘텐츠를 통해 입증해 온 완성도 때문이 아니더라도 관심을 가져 볼 만한 콘텐츠임에는 틀림이 없다.

드라마 <위쳐>

본문에서 소개하지는 않았지만(뜻하지 않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게롤트와 그의 연인 예니퍼, 그리고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일지도 모를 시릴라를 둘러싼 음모와 수많은 사건들이 넷플릭스가 새로 선보일 콘텐츠에서 어떻게 그려질지는 원작을 읽어보지 않은 시청자에게도, 헨리 카빌을 슈퍼맨으로 기억하는 관객에게도, 위쳐 시리즈를 감명 깊게 플레이했던 게이머에게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일 것이다. 원작 소설과 게임이 그랬던 것처럼 넷플릭스 콘텐츠도 이름값에 걸맞은 완성도와 흥미로움을 선사하기를 기대해 본다.


희재 / PNN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