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운 나날>

모든 배우들이 연기를 잘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 안에서 빛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아마도 ‘나다움’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12월 12일 개봉한 <영화로운 나날>의 조현철이 딱 그런 배우다. 조현철이란 이름을 들으면 183cm의 훤칠한 키나 말끔한 외모보단 특유의 어수룩한 말투와 부끄러운 듯 슬며시 짓는 미소가 또렷하게 떠오른다. 그가 가진 ‘보통남자‘라는 분위기는, 보통 남자이기에 무슨 역할이든 소화할 수 있는 특별함으로 변화하곤 한다. 배우 조현철의 출연작 5편을 소개한다.

※ 아래 소개한 영화들은 12월 13일(금) 정오부터 12월 20일(금) 정오까지 네이버 시리즈에서 바로 사용 가능한 즉시 할인 쿠폰을 발급받을 수 있다.


<터널>

터널 Tunnel, 2016

김성훈|하정우, 배두나, 오달수|12세 관람가|다운로드

극장에서 <터널> 보던 당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매드클라운 아냐?” 그때만 해도 대중들에게 조현철이란 배우보다 그의 친형 매드클라운(조동림)이 더 친숙한 듯했다. 하지만 그의 어리버리 막내 대원 연기는 극장을 나선 관객들이 이 배우가 도대체 누군지 궁금해서 검색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의 동그란 안경 속 눈빛이 유독 빛나 보였다. ‘막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귀여우면서 답답한 어눌함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배우를 또 찾을 수 있을까.


<마스터>

마스터 Master, 2016

조의석|이병헌, 강동원, 김우빈|15세 관람가|다운로드

<터널>에 이어 대중에게 배우 조현철을 각인한 상업 영화 2. ‘조희팔 사건’을 각색한 <마스터>는 다단계 사기꾼 진현필(이병헌)과 그를 쫓는 형사 김재명(강동원), 진현필의 참모이자 김재명의 정보원이 된 박장군(김우빈) 세 인물의 갈등 구조가 중심이다. 조현철은 박장군의 동료이자 친구 안경남으로 출연했다. 원 네트워크의 전체적인 돈 흐름을 조망하는 천재 해커지만, 복고풍의 금테 안경이 말하듯 호구스러운 성격 때문에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한다. 특히 까불이 캐릭터엔 일가견이 있는 김우빈과의 티키타카는 많지 않은 분량에도 <마스터>의 명장면을 남겼다.


<서울연애> 중 <뎀프시롤: 참회록>

서울연애 Romance in Seoul, 2013

최시형, 이우정, 정재훈, 김태용, 이정홍, 정혁기, 조현철 연출|청소년 관람불가|다운로드

물론 상업영화에서의 조현철도 빛나지만, 그의 진가는 독립영화에서 발휘된다. 여러 단편이 합쳐진 옴니버스 <서울연애>에서 조현철은 <상냥한 쪽으로>와 <뎀프시롤: 참회록>에 출연한다. 이중 <뎀프시롤: 참회록>은 정혁기 감독과 함께 공동으로 각본, 연출에 주인공 병구 역까지 도맡았다. 펀치 드렁크 증후군에 걸린 병구는 판소리 복싱을 하는 독특한 복서. 체육관의 유일한 선수 민지(이민지)와 애틋한 감정을 나누면서도, 판소리 복싱을 세계 최고로 만들자는 교환(구교환)과의 약속을 떠올리며 다시 복싱을 시작하려 한다. 최근 엄태구, 혜리가 출연한 <판소리 복서>의 원작 단편. 작품의 화려함이나 깊이감은 장편 <판소리 복서>가 낫지만, 극한의 허술함으로 승부하는 B급 코미디로는 <뎀프시롤: 참회록>가 한 수 위. 더불어 독립영화계의 스타 조현철X이민지X구교환, 그리고 박종환을 한 영화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다.

<뎀프시롤: 참회록>(왼쪽)과 <판소리 복서> 모두 보고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초행>

초행 The First Lap, 2017

김대환|김새벽, 조현철|12세 관람가|다운로드

조현철 팬들에게 가장 조현철스러운 영화를 고르라면 <초행>을 뽑지 않을까. 김대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초행>은 장기 연애 커플 지영(김새벽)과 수현(조현철)의 이야기를 담았다. 커플이 각자의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는 이야기는 평범하지만, 장면마다 큰 설정만 주고 배우에게 연기를 맡겨 <초행>만의 생명력을 얻었다. 사실상 즉흥연기인 장면 속에서 인간 조현철이 평소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모나지 않게 상대를 배려하는지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에 팬들로서는 애정 할 수밖에 없다. 조근조근한 말투로 시선을 사로잡는 조현철, 김새벽 두 배우의 대화를 듣다 보면 내 일처럼 아프다가도 희망이란 단어가 마음 한편에 자리 잡는다.


<차이나타운>

차이나타운 Coinlocker Girl, 2014

한준희|김혜수, 김고은, 엄태구|청소년 관람불가|다운로드

마지막은 가장 조현철스럽지 않은, 그래서 기억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를 소개한다. 김혜수, 김고은이 출연한 <차이나타운>은 지금 보면 은근히 꿀캐스팅이 많은 영화. ‘우곤’ 엄태구, ‘석현’ 박보검, ‘치도’ 고경표, ‘쏭’ 이수경, 그리고 ‘홍주’ 조현철. 그렇다. 누나, 누나하고 따르던 일영(김고은)이 배신하자 “제일 먼저 잡아서 죽이겠다”고 울분을 토하는 지적장애인 홍주가 조현철이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 땡그란 안경이 없는 것도 있지만, 살짝 벌어진 입과 허공을 떠도는 시선을 내세워 홍주를 돋보이게 하는 조현철의 연기가 일품이다. 조현철 왈, 자신의 마지막 연기가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평소보다 더 열심히 연습했다고. 영화 속 연기를 보나,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는 걸 보나 그만한 결실을 얻은 셈이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