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와 잃어버린 황금의 도시>는 12월 19일(목) 올레 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 극장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2019년, 놓쳐선 안 될 역대급 어드벤처

미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 유독 안타까운 작품이 있다. 기대했던 만큼 완성도가 훌륭한 작품이라면 그 아쉬움은 배로 짙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도라와 잃어버린 황금의 도시>는 놓쳐선 안 될, 올해의 ‘역대급’ 어드벤처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열대 우림을 모험하며 자란 도라(이사벨라 모너). 도라의 부모님은 잉카 제국 전설의 도시 ‘파라파타’를 찾아 떠나기 위해 16살이 된 도라를 도시의 학교로 진학시킨다. 사촌 디에고(제프리 윌버그)와 함께 학생이 된 도라는 지루한 일상을 맞이한다. 정글을 그리워하며 학교생활을 버티던 도라. 그녀의 삶이 다시 스펙터클해진 건, 현장 학습으로 간 자연사 박물관에서 보물 사냥꾼 무리를 만나고서부터다. 도라는 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부모님에 대한 정보, 파라파타의 보물을 노리는 도둑들에게 납치된다. 다행스럽게도 아버지의 친구라는 알레한드로 교수(유지니오 델베즈)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빠져나온 이들. 도라 일행은 수백 년 전 잃어버린 도시, 파라파타의 비밀을 찾아 부모님을 구해내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왼쪽부터) 애니메이션 <도라 디 익스플로러> <도라와 잃어버린 황금의 도시>

‘뽀로로’만큼 유명한 미국 애니메이션,

<도라 디 익스플로러>의 실사 작품

<도라와 잃어버린 황금의 도시>는 미국의 ‘뽀로로’라 불릴 만큼 유명한 애니메이션 시리즈, <도라 디 익스플로러>를 원작으로 한다. <네모바지 스폰지밥> <앨빈과 슈퍼밴드> 등을 제작한 니켈로디언에서 제작한 원작은 2000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14년간 방영됐고, 30여 개의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도라와 잃어버린 황금의 도시>는 애니메이션 도라보다 10살 많은, 16살의 청소년 도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원작이 엄청난 인기를 자랑했기에 실사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던 바. 북미 개봉 이후 <도라와 잃어버린 황금의 도시>는 해외 평단으로부터 “애니메이션과 라이브 액션 사이 균형 감각을 잃지 않은, 성공적인 실사화”라는 평을 받았다. 도라와 함께 자란 이들에겐 재회의 즐거움을, 이 영화로 도라를 처음 볼 이들에겐 스펙터클한 모험의 쫀쫀한 즐거움을 안길 작품이다.


어드벤처물 좋아한다면 ㄱㄱ!

10대 버전 ‘인디아나 존스’의 탄생

<도라와 잃어버린 황금의 도시>는 모험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탐험가들이 수백 년 찾아 헤맸던 잉카 제국 전설의 도시, ‘파라파타’를 찾아 나서는 이들 위론 자연스레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이 겹쳐진다. 친구들이 힘을 합쳐 탐험의 미션을 수행한다는 데에선 <구니스>가, 유머러스하고 개성 강한 캐릭터가 모여있다는 점에선 <애들이 줄었어요> 등의 1980년대 어드벤처 영화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정글 탐험의 레전드 <쥬만지> 시리즈 속 캐릭터들,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 속 보물 사냥꾼 벤 게이츠(니콜라스 케이지)를 넘나드는 10대 탐험가 도라의 수준급 위기 탈출 능력에 놀랄 수밖에 없을 것. <툼 레이더> 시리즈 속 라라 크로프트가 떠오르는 도라의 액션 신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두자.


도라와 친구들은 하이틴! 성장물로서의 재미

<도라와 잃어버린 황금의 도시>는 단순한 탐험 영화에서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본격적인 탐험기가 시작되기 전,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겉도는 도라의 모습을 비중 있게 다룬다. 제 마음이 가는 대로 친구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열대 우림에 대한 애정을 표하는 도라는 친구들 사이 ‘별종’으로 통한다. 모두의 무시를 당하며 나답게 살 것인가, 혹은 모두를 무시하며 나답게 살 것인가, 나답게 사는 것을 포기하고 적당히 어울려 사는 것이 정답인가. <도라와 잃어버린 황금의 도시>는 여러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한 10대들의 심경을 모험담과 버무려, 스스로를 믿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용기 있는 일인지 말하는 성장 영화로서의 역할도 온전히 해낸다. 앙숙 관계였던 캐릭터들이 차차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은 하이틴 영화로서 재미를 더하는 부분. 10대만이 나눌 수 있는 미묘한 감정 변화, 그 간질간질함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도라와 잃어버린 황금의 도시> 역시 만족하며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찐’ 라틴 영화로서 자부심을 지키다

극 초반부 어린 도라가 제4의 벽을 뚫고 관객에게 말을 거는 신이 있다. “따라 해봐요, Delicioso!”(맛있어요!) 이는 스페인어 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원작 <도라 디 익스플로러>에 충실한 장면이다. <도라 디 익스플로러>는 미국에서 스페인어가 주 언어인 애니메이션으로선 최장기간 방영된 뜻깊은 기록을 세웠다. <도라와 잃어버린 황금의 도시> 역시 이에 비견할만한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 우선 도라를 연기한 이사벨라 모너를 비롯해 주요 캐릭터들의 자리를 히스패닉계 배우들이 메웠다. 할리우드 한복판에서 제작된 영화에선 쉽게 볼 수 없는 풍경. 할리우드의 다양성 문제를 해결할 올바른 작품의 예가 된 셈이다. 주요 언어로 스페인어가 등장하는 걸 넘어서, 남아메리카 토착민들의 언어인 케추아어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인상 깊다. 영어로 스페인어를 가르치며 라틴계 대표 아이콘으로 우뚝 선 캐릭터 도라처럼, 실사 영화 역시 언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 세계 관객에게 라틴 문화에 대한 인식을 심어준 것. 라틴 애니메이션으로서 자부심을 지켰던 <도라 디 익스플로러>의 명맥을 이은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캐릭터 매력 100배 살린 배우, 이사벨라 모너

<도라와 잃어버린 황금의 도시>를 보고 나면 입덕할 수밖에 없는 배우가 있다. “<도라 디 익스플로러>와 함께 성장해 이 작품이 너무나 큰 의미로 다가왔다”는 배우, 이사벨라 모너다. 이사벨라 모너는 <도라 디 익스플로러>의 첫 방영으로부터 1년 후인 2001년 태어난 페루·미국 국적의 배우다. 호기심 가득한 표정, 선함으로 가득 찬 눈빛, 절벽 사이를 맨몸으로 뛰어넘는 건 일도 아닌 듯한 모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건강한 에너지까지. 이사벨라 모너는 해외 평단으로부터 “원작에 충실한 건 물론, 실사 도라 캐릭터만의 새로운 매력을 창조해냈다”는 코멘트를 받았다.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알고 보면 이전부터 전 세계 많은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던 배우. 이사벨라 모너는 <도라와 잃어버린 황금의 도시>에 출연하기 전엔 액션 영화 속, 주로 어둡고 강인한 캐릭터로 눈도장을 찍어왔다.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17년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의 뉴페이스로 발탁되면서부터. 이 작품에서 그녀는 디셉티콘의 습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서 제 살길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던 이자벨라를 연기했다. 이후 눈여겨볼만한 출연작은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다. 가족의 복수를 꿈꾸는 알레한드로(베네치오 델 토로)가 납치한 카르텔 보스의 딸 이사벨라를 연기했다. 대사보단 눈빛으로 더 많은 말을 전하던 그녀의 밀도 높은 연기력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