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달력을 펼치면 하게 되는 일들이 있다. 먼저 공휴일을 확인해보는 것. 그 다음은 나에게 중요한 날짜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일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주요 기대작의 개봉날짜를 확인하고 빨간펜을 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씨네플레이’가 동그라미 친 주요 기대작의 개봉일을 소개한다.
1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스타워즈>는 언제나 기대작이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이후 마음속에 지운 사람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존재감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게다가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총 9편으로 이뤄진, 3대에 걸친 스카이워커 가문의 이야기, 즉 스카이워커 사가(saga)의 마지막 챕터이기 때문에 기대작일 수밖에 없다. 뭐가 됐든 마지막은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이미 미국 등 해외에서 개봉했으나 국내는 1월로 늦어진 점이 아쉽다.
<닥터 두리틀>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다른 영화에서 만난다는 건 색다른 체험이다. 크리스 에반스가 출연한 <나이브스 아웃>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를 만든 창조자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아이어맨/토니 스타크으로 살아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영화라는 걸 제외하고 <닥터 두리틀>의 기대 포인트는 뭘까? 동물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닥터 두리틀(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특별한 능력 정도? 휴 존 로프팅이 쓴 원작 소설의 팬이거나, 1998년에 제작된 에디 머피 주연의 <닥터 두리틀>을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좀더 특별할 수 있겠다.
<나쁜 녀석들: 포에버>
윌 스미스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나쁜 녀석들>이 부활했다. 1995년 1편, 2003년 2편 이후 17년 만에 속편이 나왔다. 흑인 경찰 버디무비 <나쁜 녀석들>의 당시 인기는 대단했다. 마틴 로렌스에게는 미안하지만 마이애미 해안을 질주하는 포르쉐 자동차를 몰던 윌 스미스가 그 중심에 있었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는 <나쁜 녀석들>을 지나 <맨 인 블랙>으로 할리우드 대표 배우로 성장했다. 풋풋한 신참 윌 스미스가 2020년에는 베테랑 형사로 돌아온다. ‘배드 보이즈’에 대한 추억이 있는 아저씨들이라면 꼭 봐야하지 않을까.
2월
*2월부터는 북미 개봉일 기준
<버즈 오브 프레이: 할리퀸의 황홀한 해방>
2020년 DC코믹스의 희망은 두 여성 캐릭터가 맡았다. 마고 로비가 연기한 할리퀸이 첫번째 주자다. 단, 그녀는 혼자가 아니다. 2020년 5월 8일에 개봉하기로 예정돼 있는 <버즈 오브 프레이: 할리퀸의 황홀한 해방>(이하 <버즈 오브 프레이>)에는 할리퀸만 출연하지 않는다. 지금은 이 영화를 두고 할리퀸만 얘기하지만 영화가 개봉한 뒤에 또 어떤 여성 캐릭터가 관객을 사로잡을지는 모를 일이다. <원더 우먼>의 페티 젠킨스 감독처럼 <버즈 오브 프레이>의 캐시 얀 감독이 DC 영화를 대표하는 여성 감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수퍼 소닉>
<수퍼 소닉>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팬들이 예고편에 등장한 소닉 캐릭터를 보고 충격을 받았고 거세게 항의했다. 스튜디오는 급히 디자인을 수정했다. 그렇게 다시 만들어진 캐릭터는 그나마 팬들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줬다. 이렇듯 <수퍼 소닉>은 너무나 유명한 원작 게임으로 제작되는 부담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동시에 너무나 유명한 원작이라는 점이 <수퍼 소닉>을 제작하게 된 원동력임은 분명하다. 내가 어릴 때 조이스틱으로 조종하던 그 캐릭터가 나에게 말을 건다고 상상해보자. 당장 극장으로 가야 할 이유다. <데드풀>로 유명한 팀 밀러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이 아저씨도 젊은 시절 게임 좀 하셨던 듯.
3월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참으로 신박한 설정이었다. 관객은 숨을 죽였다. 스크린 속 캐릭터처럼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 입을 틀어막을 정도였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팝콘 씹는 소리가 이렇게 크게 들린 적도 없었다. 미드 <오피스>의 배우로 더 익숙한 존 크래신스키가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해낸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를 매개로 한 색다른 공포영화였다. 소리만으로 반응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크리처와 이를 피하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그전에 보지 못했던 것이다.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대성공을 거두고 속편 제작으로 이어졌다. 2편은 1편의 가족이 다른 생존자 그룹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뮬란>
<뮬란>은 보이콧 대상 영화다. 주연 배우 유역비 때문이다. 그는 홍콩 대신 중국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이를 본 해외팬들은 <뮬란>을 보이콧하자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뮬란>은 기대작이다. 디즈니의 라이브액션, 실사화 프로젝트 영화이기 때문이다. 2019년의 <알라딘>과 <라이온 킹>을 생각해보면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잠깐. 2019년에는 <덤보>라는 영화도 있었다. 이 역시 라이브액션 작품인데 국내에선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 어쩌면 <뮬란>도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인어공주>, <알라딘>, <미녀와 야수>보다 인지도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그럼에도 디즈니 영화는 기대작에서 빼놓기 어렵다. 왜냐면 디즈니니까.
4월
<엑스맨: 뉴 뮤턴트>
드디어 볼 수 있는 건가. <엑스맨: 뉴 뮤턴트>는 개봉 연기를 숱하게 한 영화다. 그렇다면 기대작 리스트에서 빠져야 할지도 모른다. 최근에 개봉한 <엑스맨> 시리즈 영화들도 별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반대로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얼마나 영화가 형편없었으면 이렇게 개봉이 연기됐을까. 그 이유가 궁금해서 극장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진지하게 한다면? 분명 이상하고 못된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다. <엑스맨> 시리즈의 팬들에게 미안한 발언이지만 <엑스맨: 뉴 뮤턴트>의 실체가 궁금하긴 하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다니엘 크레이그는 지난 14여 년의 시간을 제임스 본드로 살았다. 그가 처음 살인면허를 발급받고 MI6에 발을 들인 건 2006년이다. <007 카지노 로얄>부터 <007 퀀텀 오브 솔러스>, <007 스카이폴>, <007 스펙터> <007 노 타임 투 다이>까지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시대가 끝을 향해 가고 있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이후에는 정말로 새 제임스 본드가 나오겠지? 우리 시대의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에게 마지막 박수를 보내기 위해 극장을 찾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5월
<블랙 위도우>
MCU는 새 시대에 접어들었다. 시작은 <블랙 위도우>가 한다.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블랙 위도우 캐릭터가 언제 처음 출연했더라. 그는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었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타샤 로마노프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던 그가 어떻게 어벤져스가 됐는지 <블랙 위도우>에서 확인해볼 수 있겠다. 또, 그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캐릭터도 등장한다. 물론 페이즈4에 대한 여러 떡밥을 확인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해본다.
<분노의 질주 9>
다시 가속페달을 밟을 때다. <분노의 질주 9>이 2020년 5월에 개봉한다. 시리즈를 오랫동안 이끌었던 반가운 이름, 저스틴 린 감독이 돌아온다. 빈 디젤, 샤를리즈 테론, 미셸 로드리게즈 등 전편에 등장했던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한다. <분노의 질주: 홉스 & 쇼>에 출연한 드웨인 존슨과 제이슨 스타뎀은 출연하지 않는다. 대신 새로 합류한 존 시나를 볼 수 있다.
6월
<원더 우먼 1984>
할리 퀸과 함께 2020년 DC 영화를 이끌 여성 캐릭터는 원더우먼(갤 가돗)이다. 슈퍼맨(헨리 카빌)도 배트맨(벤 애플렉)도 그녀 앞에서는 작아졌다. 원더우먼은 관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2017년에 나온 첫 솔로 영화 <원더 우먼>에도 호평이 쏟아졌다. 워너브러더스는 즉각 속편 제작을 늦출 이유가 없었다. <원더 우먼 1984>는 제목처럼 198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2년 전 캐릭터의 탄생을 보여줬다면 이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원더 우먼 1984>는 DC 코믹스 영화의 첫 솔로영화 속편이다. DC에 할리 퀸과 원더우먼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