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로치가 <나, 다니엘 블레이크> 이후 또 한번 은퇴를 번복하게 만든 건 '기그 이코노미'의 문제성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다. 이는 기업이 근로자를 정규 채용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임시로 일을 맡기는 고용 형태를 뜻한다. <미안해요, 리키>는 켄 로치와 폴 래버티가 그려낸 현실 중 가장 잔인하다. 연이어 사업에 실패하고 방문간병인 일을 하는 아내의 차까지 팔아 택배기사 일을 시작한 리키는 목돈을 벌기는커녕 갈수록 험난한 고난에 부딪힌다. 부모 모두가 한나절 이상을 바깥에서 일하는 탓에 아이들은 방치되고, 한 식탁에 앉아 다함께 밥을 먹는 걸 중요하게 여겼던 리키 가족은 서서히 부서진다. 한국 개봉 버전이 가장인 리키를 향한 연민을 담고 있지만, 리키와 그의 아내. 아들, 딸 모두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경험한다는 점에서 그 아픔이 더 크게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