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봤을 영화놀이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영화에 등장하는 음식 맛보기!
영혼을 채우는 '영화의 맛'이라고나 할까. 음식이 등장하는 영화는 너무나 많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오랜 시간 동안 사랑 받았던 영화 속 이색적인 음식을 간단히 살펴보자.

<대부>(1972)의 토마토 스파게티
영화사에 길이 남을 느와르 걸작 <대부> 3부작은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 마피아 돈 콜레오네 가족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대부’ 즉, 조직의 우두머리인 돈 콜레오네(말론 브란도)와 그 뒤를 잇는 후계자 마이클(알 파치노) 패밀리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손에 피를 묻히는 무시무시한 갱스터다. 그런 그들도 매 끼니 때마다 엄마의 전통 레시피로 수준급의 토마토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는다. 식사 때만큼은 기관총보다 카놀리를 소중히 여기는 이들의 모습을 기억하는 당신이라면 미식가, 아니 영화광이 맞다.


<못 말리는 비행사>(1991)의 배꼽 아침식사
1990년대 할리우드 최고의 패러디 시리즈 중 하나였던 찰리 쉰 주연의 <못 말리는 비행사>는 온갖 영화 속 인용이 잡다하게 뒤섞여 있는 코미디 영화다. 여기 등장하는 수많은 영화 속 패러디 중에서 음식과 관련 있는 장면이 있는데, 조종사 할리(찰리 쉰)가 여의사인 라마다(발레리아 골리노)의 배꼽 근처 위에 날계란과 베이컨을 올려 굽는다. 둘 사이의 뜨겁게 달아오른 연정을 달궈진 프라이팬으로 묘사하는 코믹한 장면인 것. 당대 최고로 웃기면서 식욕을 북돋는 장면이었다.


<백 투 더 퓨처>(1985)의 펩시 콜라
지금 당장 미래로 간다면 무엇을 먹게 될까. 타임머신과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의 2편은 영화 제작 당시에는 머나먼 미래였을 2015년이 배경이다. 끈 없는 자동 농구화나 공중 부양 호버 보드 등이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상상 속 미래인데 펩시 콜라는 변함없이 살아받는다. 주인공 맥플라이 주니어(마이클 J. 폭스)는 콜라 한 잔 시켜 놓고 50달러를 지불한다. 요즘 관객들은 영화 속 펩시 콜라가 인상적이었던 장면으로 <28일 후>(2003)나 <월드워 Z>(2013)를 꼽겠지만 오랜 영화광들에게는 이 펩시 콜라야말로 향수를 부르는 영화 속 대표 음료라 하겠다.


<식신>(1996)의 ‘오줌싸개완자’
영화 속 먹거리를 이야기할 때 코미디의 거장 주성치의 <식신>을 빼놓을 수 없다. 최고의 요리사이자 사업가인 식신 주성치가 승승장구하다가 경쟁자와의 암투에 휘말려 거리로 내몰렸다가 재기에 성공하는 단순한 이야기의 영화다. 당연하게도 맛있는 산해진미가 등장하지만 망해가던 식신 주성치를 다시 살아나게 만드는 음식으로 등장하는 요리가 바로 ‘오줌싸개완자’다.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완자의 특징은 얌체공처럼 튕기며 가지고 놀다가 배고프면 씹고 뜯고 맛볼 수 있다는 거다. 응? 이게 무슨 음식이냐고? 궁금하면 영화를 보시라.


<소일렌트 그린>(1973)의 ‘소일렌트 그린’
리처드 플레이셔 감독의 1973년작 <소일렌트 그린>은 고전 SF 영화 중 걸작에 손꼽히는 작품이다. 근미래인 2022년 뉴욕이 배경인데 이 영화가 상상하는 미래는 전 인류가 식량난에 허덕인다. 정부와 거대 권력은 인간이 섭취하는 식량을 전부 관리하게 되는데 야채나 곡물, 육류, 과일 등이 아니라 일종의 가공식인 ‘소일렌트 그린’을 직접 배식하며 사람들을 지배한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어려서 맛봤던 과일을 기억하지만 정부의 식량 지배 후 태어난 젊은 세대들은 단 한 번도 음식을 날 것으로 먹어 본 적이 없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영화의 결말에 밝혀지는 ‘소일렌트 그린’의 정체는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만큼 충격적이니 궁금한 관객들이라면 꼭 찾아보길 추천한다.


<황금광 시대>(1925)의 구두 스파게티
흑백 영화라는 진입장벽을 극복하고 보면 놀라운 영화 세계가 펼쳐지는 찰리 채플린의 걸작이다. 이런 흑백영화에 무슨 인상적인 음식이 등장하느냐고? <황금광 시대>는 금광을 찾아 알래스카로 떠난 찰리가 온갖 고생을 겪으며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백만장자가 된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찰리는 알래스카에서 조난을 당해 죽을 고비를 넘기는데 이때 등장하는 역사상 가장 엽기적인(?) 음식이 등장한다. 그것은 바로 ‘구두끈 스파게티’와 ‘구두밑창 스튜’. 배가 너무 고파 죽을 것 같은 찰리는 자신의 낡디 낡은 구두를 벗어 끈으로는 스파게티를 만들어 말아 먹고 밑창은 뜯어서 잘게 썰어 스튜를 끓여 먹는다. 이 장면은 처절할 정도로 웃기면서도 아름다운 음식 장면 중 하나로 여전히 손꼽히고 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