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야빵야, 자신 안의 온갖 매력 총출동시켜 관객들의 마음을 저격하는 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럭키>의 유해진이죠.
1997년 데뷔부터 지금까지 작업한 작품만 무려 57편! 우리가 익히 기억하는 감초 조연의 맛깔나는 연기부터 엘리트 지성미 넘치는 역할, 웃음기 싹 뺀 무게감 있는 역할까지. 같은 성격의 인물이어도 각기 다른 디테일을 살려 천차만별의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능력자 배우, 유해진! 20년 동안 한결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방부제 섭취 배우 유해진의 유형별 얼굴들을 한자리에 모아보았습니다. 온갖 캐릭터 소화해내는 그의 넓은 스펙트럼에 퐁당, 빠져보시죠!
엘리트형 인물
<베테랑> 최 상무
그의 필모에서 빠질 수 없는 얼굴, <베테랑>의 최 상무입니다. 뭐든지 제멋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의 온갖 사건 뒤처리를 도맡는 인물이었죠. 권력에 이리저리 휘둘리던 인간의 약한 내면을 훌륭히 소화! "신경 쓰지 마, 내 선에서 알아서 처리할게." 속은 타들어가지만 일단 급한 불은 끄자는 심정으로 애쓰며 웃었던 그의 얼굴이 아직까지도 머릿속에 선하네요!
<이장과 군수> 군수 노대규
유해진의 필모에 있어서 <이장과 군수>는 빼놓을 수 없는 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그의 인생 예능 '삼시세끼' 속 차줌마와 참바다의 완벽한 케미를 존재하게 한 영화이기도 하니까요. 액면가 40대를 자랑하는 18세 소년 대규(유해진)는 학창시절 내내 언제나 춘삼에게 밀려 이인자의 자리를 벗어나지 못 합니다. 하지만 결국 인.생.역.전 성공! 유해진은 군수 자리에 올라 이장 춘삼을 시시때때로 코믹하게 무시하는 자격지심 왕 대규를 찰지게 소화해냈죠. 극 중에서 춘삼(차승원)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소수의견> 변호사 대석
국가를 상대로 펼치는 법정 공방을 다룬 영화 <소수의견>에서는 변호사 대석을 연기합니다. 대석은 아직 형사 소송 경험도 없는 '이혼 전문 변호사'로, 깨알같이 쌓인 연륜을 발휘해 후배 진원(윤계상)과 함께 국가에 맞서 싸우는 인물이었죠. 이 영화에서는 특히나 유해진의 생활 연기가 돋보였습니다. 무거울 법한 영화의 분위기를 가볍고 산뜻하게 살려주며 무게의 중심을 잡았죠. 소수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들의 모습은 관객들의 마음에 온기 어린 통쾌함을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다크포스100형 인물
<죽이고 싶은> 박성업
같은 병실을 쓰게 된 민호(천호진)와 성업(유해진)은 원수 사이입니다. 서로를 '죽이고 싶은' 사이죠. 애석하게도 민호는 뇌졸중, 성업은 기억상실에 전신마비로 병실 침대에 누워있을 뿐입니다.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두 환자, 민호와 상업은 서로에 대한 증오 아래 온갖 엽기적인 방법을 다 행하며 서로를 죽이려 애씁니다. 전에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캐릭터들은 이 영화만의 독특한 장르적 매력을 탄생시켰죠. 선배 천호진에 맞선 유해진의 광기 어린 연기가 돋보였던 영화였습니다.
<부당거래> 장석구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아요." 류승범의 역대급 명대사도 인상 깊지만, "너 지금부터 범인해라" 말하며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내던 석구(유해진)의 모습도 잊히지 않습니다. 유해진은 가짜 범인을 만드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석구로 등장, 류승범-황정민에게 밀리지 않는 에너지를 선사하며 웃음기 쏙 뺀 훌륭한 악역을 탄생시켰죠. 스틸컷만 봐도 넘나 무서운 것....!
<그놈이다> 민약국
<그놈이다>의 민약국(유해진)은 다중적인 모습을 지닌 캐릭터입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신임을 얻는 '약사 선생님'의 모습부터, 장우(주원)의 의심을 끄는 수상하고 다크한 모습까지 아우르고 있는 캐릭터죠. 윤준형 감독은 '정말 범인일지 아닐지 혼란을 줘야 하는 배우가 꼭 필요했다'며 그를 캐스팅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아마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무거운 캐릭터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꼬질꼬질 감초형 인물
<왕의 남자> 육갑
<왕의 남자> 육갑(유해진)은 대중들에게 유해진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킨 캐릭터입니다. 그는 이 영화로 제43회 대종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깐족거리며 재잘대는, 듣기만 해도 웃음이 터지는 그만의 언어 구사력은 이 작품에서부터 탄생된 게 아닌가 싶네요. 개인적으로 그가 궁에 들어와 허겁지겁 백숙을 먹던 장면이 잊히지 않는군요. 웃음부터 눈물까지, 육갑은 관객의 마음을 쥐락펴락하기에 충분한 캐릭터였습니다. 유해진이 본격적으로 '감초 조연'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것도 이 작품 이후부터였죠.
<전우치> 초랭이
망나니 전우치(강동원)와 그림 속에서 탈출해 500년 후의 서울로 오게 된 초랭이(유해진). 원래는 개의 모습이었으나 전우치의 도술로 인간의 모습을 한 초랭이는 깨알같이 개의 디테일을 살려내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 캐릭터였습니다. 그와 우치가 휘황찬란하게 변한 서울의 풍경에 정신 못 차리고 헤매던 모습이나, 악당들에게 맞서 가로등을 뽑아 이리저리 휘두르던 엄청난 스케일의 액션이 떠오르네요. 초랭이는 유해진 스타일의 감초 연기가 너무나 잘 녹아들었던 캐릭터였습니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철봉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속 관객들 웃음의 팔할은 철봉(유해진)이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해진은 이 영화에서 감초 연기의 바이블을 선보였죠. 철봉은 '뱃멀미가 싫어 산적으로 이직한 해적'이라는 설정만으로도 웃긴 캐릭터입니다. 그가 산적들에게 고래를 설명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이죠. 유해진은 이 작품으로 대종상 영화제와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자 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소시민형 인물
<트럭> 정철민
유해진 하면 코미디만 떠오르던 시절, 그는 <트럭> 속 정철민이란 인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합니다. 트럭 운전사 정철민은 딸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조직 보스의 살인 현장 뒤처리를 맡게 되는데요. 시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설상가상 그의 트럭에 연쇄 살인마가 탑승하게 되죠. 예상치 못한 극단적 상황에 빠진 한 남자의 모습을 훌륭히 소화해낸 그! 그의 연기 스펙트럼이 탄탄히 구축되어있다는 걸 알려준 작품이었습니다.
<타짜> 고광렬
유해진의 연기 인생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캐릭터, 서민형 타짜 고광렬입니다. 사진만 봐도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화투판에서 요란스러운 입담으로 판을 흔드는 고광렬은 <타짜>의 주인공 고니와 완벽한 합을 선사하며 역대급 케미를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깐족거리다가도 패를 잡으면 확 달라지던 그의 표정이 인상 깊은 영화였죠.
<이끼> 김덕천
<이끼>에서 잊을 수 없는 장면이 하나 있다면, 이장 천용덕(정재영)에게 당한 압박을 줄줄이 읊던 김덕찬의 모습입니다. 관객들의 숨마저 차게 만들었던,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 연기였죠. <이끼>는 유해진의 연기 인생에 있어 꽤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김덕찬은 무겁고 진중한 성격을 지닌 정극 연기를 맘껏 뽐낼 수 있었던 캐릭터였거든요. 유해진에게 이런 면이? 그의 진정한 반전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극비수사> 김중산
<타짜>, <전우치>에 이어 또다시 김윤석과 호흡을 맞춘 작품 <극비수사>에서 그는 도사 김중산을 연기합니다. 주연으로서 진지하고 무거운 호흡을 유지했던 영화는 처음이었기에, 관객들도 '유해진의 색다른 연기 변신'에 기대를 품었던 작품이었죠. 김중산은 아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와중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캐릭터였습니다. 자신의 소신을 믿고 그를 뚝심 있게 밀어붙인 그의 신념이 빛을 발한 영화였죠. 소시민적인 아버지로서의 온기 어린 모습도 돋보였던 작품이었습니다.
출구 없는 매력남형 인물
<미쓰GO> 빨간구두
무려 고현정과 커플 연기를 펼친 영화 <미쓰GO>에서는 엄청난 포스를 자랑하는 빨간구두 역을 맡았습니다. "천수로씨,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비장한 목소리로 외치는 그는 천수로(고현정)를 사랑하는 스파이로 등장하죠. 쭉 올린 머리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반짝이는 빨간구두, 한결 흐트러짐 없이 잘 다듬은 눈썹까지. 꽤 부담스러운(?) 겉모습을 지녔지만 내면만은 따스한 남자 빨간구두는 품격 있는 옴므파탈의 모습과 섬세함 넘치는 순수남의 모습을 오가는 남자였습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유해진의 새로운 모습! 역대급 매력을 발산한 캐릭터였죠.
<럭키> 형욱
미스터리, 액션, 누아르, 드라마, 멜로까지. 하나의 캐릭터로 온갖 매력을 생산해내는 유해진의 매력이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 <럭키>! 완벽하게 다른 두 캐릭터의 탄생은 유해진의 연기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재성(이준)의 삶을 살아가면서 무명 배우의 발연기까지 소화해낸 그! 그 장면을 보고 있자면 개성 있던 마스크로 눈길을 끌던 그의 무명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죠! 그의 다양한 매력이 총집합된 형욱은 이미 유해진의 인생 캐릭터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코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