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는 지금까지도 ‘현실 병장 연기’로 회자되는 <용서받지 못한 자>속 하정우다. 대학 시절부터 하정우와 함께 해온 윤종빈 감독이 직접 출연까지 한 졸업 작품이다. ‘군대에서는 별별 사람들을 다 만난다’는 말처럼 온갖 인간 군상이 담긴 영화 속에서 하정우는 부대의 실세, 유태정 병장을 맡아 살벌한 리얼리티를 자랑했다. 가장 유명한 신병 교육 장면은 하정우가 애드리브까지 대거 가미해 완성한 부분이다. “그러면 도와줄 수가 없어”, “친구들 전화번호 외운 거야?”, “토할 것 같은데 나는” 등 적재적소로 등장한 찰진 대사들 앞에서는 웃음을 참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군대 부조리를 참담하게 풀어낸 작품. 이에 걸맞게 하정우는 코믹한 요소 외에도 연민, 회의, 이기심 등 복합적인 모습을 실감 나게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