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늑대, 게롤트(헨리 카빌)의 여정이 다시 시작됐다. 넷플릭스가 지난달 20일 오리지널 TV 시리즈 <위쳐>를 공개했다. <위쳐>는 폴란드 작가, 안제이 삽코프스키의 동명 판타지 소설 시리즈가 원작이다. 소설을 기반으로 한 동명의 비디오 게임 시리즈도 유명하다. 수많은 팬을 거느린 <위쳐>의 세계에 TV 시리즈로 입문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 포스트가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위쳐>를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다섯 가지 키워드를 소개한다.
1. 천구의 합
<위쳐>의 세계는 혼돈의 공간이다. 얼핏 보면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한 것 같지만 단순하지 않다. 인간, 엘프, 괴물이 하나의 세계에 살고 있다. 이는 천구의 합(Conjunction of the Spheres)이라는 현상 때문에 가능하다. 합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지구에서 봤을 때 태양과 행성이 나란히 있게 되는 것을 뜻한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평행우주가 충돌하면서 대륙(Continent)이라고 불리는 엘프와 드워프의 세계에 다른 우주의 생명체인 인간과 괴물들이 오게 됐다. 새로운 세계에 정착한 인간은 문명을 이루고 번성했다. 이후 인류는 엘프와 전쟁을 치뤄 승리한다. <위쳐>는 이 천구의 합 이후 2000여 년이 지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 위쳐
위쳐(Witcher)는 돌연변이 인간이다. 슈퍼 솔져, 인간병기 같은 존재다. 풀의 시험(Trial of Grasses)이라는 시술을 통해 위쳐가 탄생한다. 풀의 시험으로 신경계를 발달시킨 위쳐는 보통 인간보다 강하고 예민한 감각을 가지게 된다. 또 위쳐는 간단한 마법을 부릴 수도 있다. 단, 자신의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위쳐는 한곳에 살지 않고 대륙을 돌아다니며 의뢰를 받아 괴물을 사냥하고 보수를 받으며 살아간다. 대부분의 인간은 위쳐를 좋아하지 않는다. 별종이라고 업신여기는 경우가 많다. 위쳐는 괴물을 사냥할 때 은검을 쓰고, 일반적인 전투에서는 강철검을 쓴다. 게임에서는 두 검을 모두 등에 메고 다닌다. <위쳐>의 주인공 게롤트는 늑대교단에 속한 위쳐다. 그는 늑대 문양의 메달을 목에 달고 다닌다.
3. 대륙
<위쳐>는 대륙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이 대륙의 이름은 특별히 정해지지 않았다. 원작자인 삽코프스키는 대륙의 지도조차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다. 팬들이 만든 지도와 게임에서 사용한 지도가 존재한다. 이 대륙은 테메리아, 르다니아, 에이단, 케드웬, 리리아와 리비아, 코비어와 포비스, 신트라 등이 속한 북부 왕국과 닐프가드 제국이 지배하는 남부가 주된 공간으로 설정돼 있다. 신성로마제국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닐프가드 제국이 대륙을 통일하기 위한 전쟁을 벌인다. 닐프가드 제국이 북부 왕국의 신트라를 함락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4. 마법사
<위쳐>의 세계는 기본적으로 마법의 공간이다. 인간도 엘프의 도움으로 마법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들이 바로 마법사들이다. <위쳐>에 등장하는 마법사들은 대륙의 많은 일에 관여하고 있다. 그들은 각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음모와 배신을 보여주는 존재들이다. <위쳐>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예니퍼(안야 차로트라)가 마법사 캐릭터다. 엘프의 피를 물려받은 그녀는 아레투자 마법학교 출신이다. 챕터라고 불리는 최고위급 마법사들의 회의에서 마법학교를 졸업한 마법사들이 어느 왕국에 배치될지 결정한다. 궁정 마법사들은 각 왕국에 소속돼 국왕을 보좌한다. 마법사들은 전투에도 참여한다. 시즌 1에는 소든 언덕의 전투에서 마법사 간의 전투를 볼 수 있다.
5. 의외성의 법칙
<위쳐>의 세계에 사는 인류는 의외성의 법칙(Law of Surprise)이라는 전통을 만들었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 이가 보답으로 의외성의 법칙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면 생명의 은인을 입은 자는 예상하지 못한 어떤 것을 반드시 줘야 한다. 여기서 예상하지 못한 어떤 것은 무엇을까. 대체로 앞으로 태어날 아이가 보답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의외성의 아이 혹은 운명의 아이다. 의외성의 법칙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다. 문서로 된 계약도 아니다. <위쳐>의 세계에서 의외성의 법칙이 효력을 발휘하게 되면 운명이 연결된다. 그렇게 게롤트와 <위쳐>의 또다른 주인공 시릴라 공주/시리(프레이아 앨런)의 운명이 얽히게 된다.
<위처>는 거대한 판타지 세계를 만들어냈다. 소설, 게임, TV 시리즈는 조금씩 다른 설정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원작 소설을 읽어보는 것이 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제대로 된 길일 것이다. 원작 소설을 읽고, 게임을 경험하고, TV 시리즈를 본다면 진정한 팬이라고 자부해도 좋겠다. 이미 <위쳐> 시즌 1을 본 사람이라면 2021년 공개 예정인 시즌 2를 기다리며 소설 혹은 게임을 즐겨도 좋겠다. 참고로 헨리 카빌 스스로 자신이 <위처>의 팬임을 밝히고 게롤트 역에 캐스팅된 것처럼 마크 해밀이 시즌 2에서 게롤트의 스승인 베스미 역을 하고 싶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