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4일 토요일 저녁,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큘라>의 특별 상영회가 청담 CGV의 특별관 ‘Private Cinema’에서 열렸다. 특별관은 첫 방문이라 어떤 공간일지 궁금증을 갖고 상영회 장소로 향했다. 짜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어둠이 반겼다. 바로 맞은편엔 횃불을 든 두 명의 문지기가 상영관 앞을 지켰고, 옆에는 수녀 복장을 입은 분들이 좌석을 체크했다.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컨셉의 기운이 느껴졌다.
문지기 사이 장막을 걷고 들어선 곳. 예스럽게 연출된 작은 파티 공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드라마 속 드라큘라 저택의 저녁식사 자리에 초대된 것 같은 컨셉의 공간이었다. 이날 참석자들의 드레스코드는 블랙&레드였다. 케이터링 된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나눠주는 안내자들은 드라큘라 망토를 두른 채 공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이 망토와 드라큘라 이빨은 굿즈로 제공됐다. (<킹덤> 팝업존에서 받은 조선시대 갓에 이어 본의 아니게 할로윈 분장 도구만 늘어가고 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곳곳에 재미있는 컨셉의 소품들이 눈에 띄었다. 드라마 컨셉에 잘 어울리는 레드 와인과 드라큘라 이빨을 떠올리게 하는 쿠키와 핫도그가 제공됐다. 그 옆에는 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포토존이 있었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더하는 소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그러다 마치 깜짝 쇼처럼 한쪽 벽면이 열리고 본격 상영관이 드러났다. 제목에서 짐작했겠지만, 맞다. 넷플릭스가 우리들을 위해 관을 짜줬다(...!)
처음 들어가 본 관(?)은 생각보다 푹신하고 아늑했다. 마치 침대에 누워서 보는 것 같은 색다른 느낌이었다. 상영관에 불이 꺼지며 본격 상영회가 시작됐다.
전 세계 넷플릭스 첫 공개 시간인 5시에 맞춰 상영을 시작했다. 이번 상영회에서는 총 3부작으로 구성된 시즌 1의 1화만 상영됐다.
<셜록> 만든 제작진, 이번엔 '드라큘라'를 재해석
이 드라마를 기다렸던 많은 팬들이 가장 기대한 포인트는 바로 <닥터 후>, <셜록> 제작진인 마크 게이티스와 스티븐 모펏이 제작했다는 점일 것이다. <닥터 후>와 <셜록>은 매력적인 캐릭터,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라인으로 오랫동안 시즌을 이어가며 덕후들을 양산했다. 특히나 두 드라마는 미국드라마에 익숙하던 국내 관객들에게 영국드라마의 매력을 알린 입문작으로도 손꼽힌다. <드라큘라>는 <셜록>이 떠오르면서도 또 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고전 캐릭터 '셜록'을 현대로 소환했던 것과 달리 <드라큘라>는 원작 호러소설에서 쓰였던 시기인 빅토리아 시대 그대로 한다. 그러나 몇몇 클로즈업 연출 스타일과 크고 작은 떡밥들을 하나하나씩 푸는 전개 방식은 <셜록>의 구성을 떠올리게 했다. 총 3부작의 지휘를 맡은 감독이 다르다. 1화는 <웨스트월드>의 조니 캠벨, 2화는 <킬링이브> 데이먼 토마스, 3화는 <셜록>의 폴 맥기건 감독이 함께했다.
수녀 VS 드라큘라, 팽팽한 대결구도
<드라큘라>에서 드라큘라(클라에스 방) 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눈에 띄는 캐릭터는 돌리 웰슨이 연기한 애거사 수녀다. 애거사 수녀는 드라큘라를 막는데 몰두하는 캐릭터로 드라큘라의 기세에 밀리지 않는 강인한 면모를 보여준다. 애거사 수녀는 드라큘라 성에 갇혀있다가 탈출한 하커(존 페허넌)의 이야기를 들으며 드라큘라의 존재를 추적해 나간다. 극 초반 하커의 사연을 듣는 청자인 듯 보였다가 점차 드라큘라와 맞서는 대결 구도의 한 축을 담당할 때 드라마의 긴장도가 확 높아진다. 1화는 하커의 회상, 그가 어떻게 드라큘라 백작 성에 들어가게 됐고, 피와 젊음을 빼앗기며, 그곳에서 만난 기이한 존재들과 드라큘라로부터 탈출했는지를 보여주는 액자식 구성을 취한다. 드라큘라의 음산한 기운과 맞서는 애거사 수녀의 포스가 대단하다.
공포 지수는 어땠을까.
드라마는 궁금한데 공포물이라 선뜻 손이 안 가는 (필자 같은) 독자들을 위해 덧붙인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래 예고편보다 덜 무섭다. 예고편에선 꽤나 갑툭튀하는 장면들이 있는 것처럼 보이나 막상 전체 장면을 보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손톱 빠지는 장면은 필자 한정 취약한 장면이라 알고 봐도 힘들긴 했지만.) 영화의 무서움 지수에 비해 분장은 꽤 리얼해 드라마의 음침하고 눅눅한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글·사진 /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