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보가 전해졌다. 2월 9일 열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 포함 총 6개 부문에 후보 지명을 받았다. 또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도 한국 최초로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의 후보 지명을 받았다. 한국 영화 100년 역사상 지금까지 한 번도 노미네이트 되지 못했다가, 두 작품이 7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특히 작년 5월 칸영화제부터 영화계에 돌풍을 일으킨 <기생충>이 시상식 시즌의 종착지 아카데미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기대된다. 봉준호 감독 말마따나 “로컬 시상식”이고 여성과 비백인에 대한 배척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영화인들이 꿈꾸는 최고의 영예인 만큼 결과가 궁금한 건 당연하다. 두 영화가 최종 투표에서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지지를 받길 바라며, 이번 주 주목할 만한 말들을 모았다.


<스타 트렉: 피카드>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로건>이다

- 패트릭 스튜어트

패트릭 스튜어트

패트릭 스튜어트는 <스타 트렉: 넥스트 제너레이션>과 <엑스맨> 프랜차이즈의 중심으로 활동했다. 대중문화 역사에 남을 시리즈를 두 편이나 했으니, 다시 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1월 23일, 그가 장 룩 피카드 선장으로 복귀하는 <스타 트랙: 피카드>가 공개된다. 마지막 TV 영화가 2002년에 나왔으니, 무려 18년 만이다. 왜, 다시 피카드가 되기로 결심한 걸까? 계기는 <로건>이었다. 스튜어트는 “같은 캐릭터이지만 세계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로건>을 자신과 휴 잭맨(울버린)이 경험한 최고의 <엑스맨>이라고 말했다. 2017년 <스타 트렉> 제작자들을 만났을 때 피카드가 이전과 같다면 복귀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제작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서 살아야만 했던 피카드를 선사했다. 교양과 학식의 결정체인 피카드가 이번엔 욕도 거침없이 한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더 퍼스트 템테이션 오브 크라이스트> 상영 금지는 종교 사회와 국가를 위한 결정이다

- 브라질 법원

<더 퍼스트 템테이션 오브 크라이스트>

지난달 넷플릭스에서 가장 이슈가 된 작품 중 하나는 <더 퍼스트 템테이션 오브 크라이스트>다. 브라질 코미디 크루 ‘Porta dos Fundos’(한국어로 번역하면 ‘항문’이다)가 제작한 이 작품은 게이 예수가 성모 마리아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한다거나, 성모 마리아가 마약을 하는 파격적인 소재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성모독이라는 의견이 존재했다. 특히 인구 절반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브라질에서는 수백만 명이 상영 금지 청원에 동참하고 Porta dos Fundos 사무실이 화염병 테러를 당하는 사건도 발생했을 정도로 거부감이 상당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리우 데 자네이루 법원은 비판론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지난 9일 베네딕토 애비케어 재판장은 “상영 금지는 종교 사회뿐 아니라, 브라질을 위한 결정이기도 합니다”라며 판결 이유를 들었는데, 법원의 결정은 곧바로 대법원에 의해 뒤집어졌다. 같은 날 대법원장 호세 안토니오 디아스 토폴리는 유머를 동반한 풍자가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종교적 믿음의 가치를 훼손할 정도의 힘은 없다며 해당 판결을 기각, 현재 <더 퍼스트 템테이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넷플릭스 브라질에서 정상적으로 서비스 중이다.


관객이 절 못 알아보는 게 더 좋아요

- 플로렌스 퓨

2019년은 플로렌스 퓨에게 상당히 뜻 깊은 해였다. <파이팅 위드 마이 패밀리>와 <미드소마>, <작은 아씨들>까지 흥행과 비평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플로렌스 퓨의 연기가 호평의 중심에 있었다. 그랬던 그가 올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영화 <블랙 위도우> 출연을 앞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 플로렌스 퓨를 모르는 관객은 많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플로렌스 퓨는 현재 누리고 있는 여유가 마음에 든 모양이다. 편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이름보다는 ‘어떤 작품에서 연기 잘한 배우’로 불리는 정도의 인지도 말이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제 작품을 봤는데도 제가 출연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제법 있어요. 정말 기분 좋은 일이죠. ‘이번에도 통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며 자신의 연기 철학을 이야기했는데, 배우에겐 독이 될 수 있는 특정한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고 매번 새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는 의미다. <블랙 위도우> 이후 플로렌스 퓨의 차기작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지만, 어떤 작품에 출연하더라도 멋진 연기를 보여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호아킨 피닉스를 크래커로 달래야 할 때도 있었다

- <조커> 분장팀

<조커>

골든글로브의 선택을 받은 호아킨 피닉스가 크리틱스초이스어워드에서도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관객과 평단 모두 피닉스의 연기를 극찬해 유력한 아카데미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조커> 분장팀이 그와의 작업이 몹시 힘들었다고 고백해 이목을 사로잡았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예비 후보를 위한 프레젠테이션 행사가 지난 9일 열렸다. 이러한 자리에선 ‘성과’를 어필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재미있게도 <조커> 분장팀은 호아킨 피닉스와 일하며 어려웠던 점에 대해 설명했다. 메이크업이나 촬영 도중 사라지는 일이 다반사였고, 몸에 손대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고 스스로 메이크업을 하려 해서 설득하는 데 굉장히 애를 먹었다고. 호아킨 피닉스가 이런 기행(?)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서 플렉이 워낙 연기하기 어려운 인물인 것도 한 몫했지만, 영화를 위해 20킬로 이상 감량하면서 극도로 예민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양껏 먹을 수가 없어 항상 배고프다는 말을 달고 살았던 그에게 크래커를 주자 비로소 잠잠해졌다고 하는데, 역시 기본적인 욕구를 억제당하는 것만큼 힘든 일도 드문 듯하다.


영화인이 아니라 초대 가수 취급을 받는 기분이었다

- 신시아 에리보

신시아 에리보

지난주 후보를 발표한 영국 아카데미상(BAFTA)가 다양성 부족으로 비난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한 배우가 같은 부문에 두 번 이름을 올린 것도 그렇지만, 제니퍼 로페즈, 아콰피나 등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음에도 단 한 사람도 후보 지명을 받지 못했다. 영국 출신인 신시아 에리보도 마찬가지다. 노예해방 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의 전기 영화 <해리엇>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자국 아카데미상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영국 아카데미는 에리보에게 <해리엇>의 주제가 ‘스탠드 업’(Stand Up)을 시상식에서 공연해 달라고 요청했고, 에리보는 거절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공연 요청은 유색 인종을 대표하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거절했으며, 초청 자체가 “영화계에 속한 사람이 아닌 초대 가수로 취급받는 기분”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에리보는 미국 아카데미상에는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연기상 후보 20명 가운데 백인이 아닌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에그테일 에디터 영준, 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