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출연한다는데, 어쩐지 영화 속에서 통째로 사라진 배우들이 있다. 촬영까지 마쳤지만, 특정한 이유 때문에 최종 편집 단계에서 편집됐기 때문이다. 유명 배우의 카메오부터 첫 영화 데뷔를 놓치게 된 배우까지, 영화에서 통째로 삭제된 배우들을 정리했다.
<오션스8>
맷 데이먼
유명 케이퍼 무비 <오션스> 시리즈를 여성 버전으로 재탄생시킨 <오션스8>. 산드라 블록, 케이트 블란쳇, 앤 해서웨이 등 주연 배우들도 쟁쟁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깜짝 카메오가 있었으니 맷 데이먼이다. 맷 데이먼은 <오션스> 시리즈에서 라이너스 캘드웰 역으로 출연한 바, 그와 사울 브룸 칼 라이너가 <오션스8>에서 얼굴을 비출 예정이었다. 하지만 극장 상영본에선 만날 수 없었는데, 영화의 전개를 바꾸면서 카메오 장면을 편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항간에는 맷 데이먼이 하비 와인스타인 성추문을 언급했던 게 논란이 되면서 편집됐다는 얘기가 오갔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팀 로스
1960년대 할리우드를 그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당시 미국 문화에 대한 세세한 고증으로 쿠엔틴 타란티노의 덕심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타란티노의 작품에 자주 출연한 팀 로스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촬영에 참여했다. 그가 맡은 역은 제이 세브링(에밀 허쉬)의 영국인 집사. 그러나 결국 상영본에선 실제 촬영 장면이 아니라 엔딩크레딧 이름으로만 만날 수 있었다. 타란티노는 장면 삭제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더 인비트위너스 2>
데이지 리들리
단편 영화와 드라마 단역이었던 데이지 리들리에게 <더 인비트위너스 2>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영화의 오프닝을 맡은 캐릭터로, 그에겐 상업영화 데뷔작이었다. 촬영은 모두 끝마쳤지만, 제작진은 후반 작업 도중 오프닝 부분을 재촬영하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배우 교체 없이 재촬영을 하려 했지만, 당시 데이지 리들리는 촬영 스케줄이 꽉 차 재촬영에 참여할 수 없었다. 결국 <더 인비트위너스 2>는 다른 배우를 섭외해 영화를 마무리 지었고, 데이지 리들리는 당시 촬영 중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윌리엄 왕자, 해리 왕자
서양에서 <스타워즈>의 인기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중 영국의 <스타워즈> 사랑은 독보적이다. 오죽하면 영국 왕실에서도 카메오를 자처했겠는가. 영국의 윌리엄, 해리 왕자는 런던의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촬영장에서 카메오 촬영 장면을 찍었다. 두 사람은 스톰 트루퍼로 등장할 예정이었는데, 아쉽게도 극장에서 만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너무 커서 다른 스톰트루퍼들과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 윌리엄 왕자는 191cm, 해리 왕자는 186cm이다.
<23 아이덴티티>
스털링 K. 브라운
스털링 K. 브라운은 미국 드라마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배우다.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나 <아미 와이브스> 같은 유명작들도 있다. 그런데 M. 샤말란 나이트 감독은 <23 아이덴티티>에서 스털링 K. 브라운의 장면은 전부 삭제했다. 왜? 관객들의 시선은 영화의 메인 플롯에서 먼 곳으로 가져갔기 때문. 그는 플레처 박사(베티 버클리)의 이웃 교수로 출연했다. 그의 장면은 대부분 박사에게 케빈에 대한 조언을 주는 것. 완성본이 117분인데 이 장면이 들어갔으면 긴장감이 중요한 스릴러 장르치고 너무 길긴 했겠다.
<이터널 선샤인>
엘렌 폼페오
TV 스타의 통편집이라면 여기도 빠질 수 없다. <이터널 선샤인>에는 엘렌 폼페오가 출연할 예정이었다. <그레이 아나토미>의 닥터 메레디스 그레이로 유명한 그는 이 영화에선 조엘(짐캐리)의 전 여자친구 나오미 역이었다. 국민 드라마의 주인공인 이 배우가 통편집된 이유? 나오미의 존재가 조엘의 캐릭터성을 모호하게 만들어서였다. 우리가 본 <이터널 선샤인>의 조엘은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에게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칠 소심하고 순한 인물인데, 나오미와 원나잇 스탠드를 하거나 통화를 하는 장면 등이 들어가자 조엘이 이중적인 캐릭터로 비친 것. 미셸 공드리는 조엘의 캐릭터와 조엘, 클레멘타인의 사랑에 집중하고자 결국 엘렌 폼페오의 장면을 모두 들어냈다.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폴 러드
코미디에 일가견 있는 폴 페이그 감독 영화에 폴 러드라니! 상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조합이지만, 이 듀오 또한 극장에선 만날 수가 없었다. 폴 러드가 출연한 영화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애니(크리스틴 위그)의 세 번째 데이트 상대 역. 폴 페이그는 폴 러드의 연기는 정말 좋았지만 완성본이 너무 길었고, 애니에게 세 번째 상대가 굳이 필요한지 고민하다가 결국 해당 장면을 삭제하게 됐다고 밝혔다.
<베니티 페어>
로버트 패틴슨
로버트 패틴슨은 <해리 포터> 시리즈나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전에 뜰 수도 있었다. <베니티 페어>에서 편집되지 않았다면. 로버트 패틴슨은 <베니티 페어>에서 베키 샤프(리즈 위더스푼)의 아들로 나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촬영을 마치고 편집해보니 두 사람은 모자 관계라기보다 커플처럼 보였다고(두 사람은 9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결국 <베니티 페어>에서 두 사람의 연기는 만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7년 후 <워터 포 엘레펀트>에서 주연으로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모자가 아닌 커플로.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재클린 비셋, 안젤라 바셋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의 사정은 복잡하다. 원래 재클린 비셋이 출연한 장면이 있다. 그런데 이 장면을 찍고 보니 영화에 어울리지 않아 재촬영을 했다. 재클린 비셋 대신 안젤라 바셋이 해당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영화를 완성하던 중 더그 라이만 감독은 새로운 결말을 떠올렸다. 그 결말을 따르려면 해당 장면이 없어야 했다. 그래서 두 번이나 재촬영한 장면은 영화에서 삭제됐다. 안젤라 바셋의 목소리는 극중 존(브래드 피트)과의 통화로 들을 수 있긴 하나, 그래도 재촬영까지 하고 자르다니. 잔인하신 감독님.
<야성녀 아이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팬들은 그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란 말에 <야성녀 아이비>를 찾아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곳에서 디카프리오를 찾을 수 없었는데, 그 또한 편집됐기 때문. 그는 이 영화에서 실비(사라 길버트)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장면을 찍었다. 하지만 캐릭터와 장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질 못했고, 촬영을 하긴 했지만 삭제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몇몇 장면에선 엑스트라로 등장한 덕분에 엔딩크레딧에 이름이 남았고, 그게 많은 팬들을 낚아버린 것. 끝까지 살아남은 그의 분량이 얼마나 되냐고? 음, <야성녀 아이비>는 그의 출연작 중 유일하게 대사가 없는 작품이라고 한다. 팬들이 간신히 찾아낸 출연장면은 아래 영상. 청색, 녹색 럭비 옷을 입은 세 번째 남자.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