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에게 어머니를 잃고 요괴 잡는 집요사가 된 '적인걸'
8살 되던 해, 마을에 나타난 범 요괴에 의해 눈앞에서 어머니를 잃은 적인걸(백우). 이에 적인걸은 요괴혈을 마시고 요괴 잡는 집요사 겸 수사관이 되어 여러 사건을 해결했다. 아륜, 아곤, 개원 등 집요사 형제들과 요괴들을 소탕하러 다니던 어느 날, 그는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급히 황궁으로 돌아오지만 그 사이 황상은 요괴들의 공격을 받아 정신을 잃은 상태. 설상가상으로 적인걸은 재상으로부터 수천 명의 집요사들이 요괴들의 공격으로 전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황상의 혼백을 앗아간 요괴들의 귀왕을 잡기 위해 집요사 형제들 그리고 귀왕이 숨은 장소를 알고 있는 한 요괴와 길을 나서게 되는데….
무협 판타지의 주인공으로 무예와 지략을 모두 갖춘 ‘적인걸’. 그가 실존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역사로 전해지는 적인걸은 당나라 시대 고종과 측천무후 시대를 거치며 명성을 날린 정치인이다. 당 고종 때 대리승(중요한 사건을 심리하여 판결을 내리는 관리)을 지내며 1년 안에 1만 7천 건의 사건을 처리하면서도 한 사람의 억울한 이도 없을 정도로 공명정대했고, 측천무후 시대에는 재상에 올라 국정쇄신을 통해 중앙집권체제를 강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명재상으로 추앙받던 역사적 인물 적인걸이 수사와 추리에 정통한 탐정의 이미지를 갖게 된 이유는 대중문화의 힘이다. 판관으로서의 일화들이 청나라 때에는 민간문학으로 탄생했고, 외교관을 지내며 동양 문화와 언어, 문학에 관심이 많던 네덜란드의 소설가 로베르트 반 홀릭에 의해 발간된 소설집 <적인걸 이야기>는 적인걸의 추리담과 수사 방식, 판례들을 소개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다.
<적인걸6 – 집요술사>는 <적인걸>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이다. 유덕화와 양가휘, 리빙빙, 유가령 등 중국 탑스타들이 출연한 1편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2010)은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가는 수사관의 이야기에 중국 영화 고유의 화려한 무협을 더해 국내외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속편이자 프리퀄인 <적인걸2: 신도해왕의 비밀>부터 가장 최근 개봉한 <적인걸5: 측천무후 지유명도>까지 총 5편이 제작, 주연 배우는 교체되었으나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가는데 성공했다.
<적인걸> 시리즈는 유능한 수사관인 적인걸이 의문의 방화 살인사건, 괴수로 인한 침몰사건 등 의문에 둘러싸인 죽음 혹은 사건들과 이를 둘러싼 거대한 음모를 밝혀내며 ‘중국판 셜록 홈즈’라는 별칭이 붙은 작품이다. 무협 액션과 휘황찬란한 소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무엇보다 시리즈의 핵심은 바로 ‘수사’에 있었다. 그러나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신선한 시도가 더해져야 하는 법. 이에 <적인걸>은 4편부터 수사의 뼈대에 ‘요괴’라는 살을 붙여 판타지 무협 액션에 비중을 더 두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도의 가능성을 본 것일까. 이번 <적인걸6 –집요술사>는 수사를 덜어내고 요괴를 소탕하는 것에 집중하며 완벽히 ‘판타지 무협 액션 활극’으로 재탄생했다.
기존 시리즈의 분위기를 형성했던 미스터리가 주는 스산함은 보다 직관적으로 무채색의 채도와 안개를 활용해 채워 넣었으며, 요괴에 맞서 싸우는 집요사들의 다양한 액션으로 스릴감을 더했다. 고전 무협의 고장인 중국 영화인만큼 검과 여러 무기를 동원한 액션신이 가장 눈길을 끈다. 거기에 ‘퇴마 행위’가 연상되는 초능력과 요괴를 구현한 CG가 더해져 한층 더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처럼 <적인걸6 - 집요술사>는 시각적 요소를 더해 시리즈의 변화가 팬들에게 아쉬움 없게 다가올 수 있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설정으로 '전작을 다 봐야 이해가 간다'는 시리즈 영화의 피로감 없이 새로운 팬들이 손쉽게 유입될 수 있도록 영리한 변화를 꾀했다.
중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중드팬’이라면 반가울 얼굴! 배우 변요한과 양조위를 떠오르게 하는 중국의 스타 백우가 주연 적인걸 역을 맡아 연기했다. 백우는 <미미일소흔경성>에서 뽀글 머리에 뿔테안경을 쓴 찌질한 캐릭터 ‘조광’ 역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홀이금하>, <진혼>으로 배우 생활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인기리에 방영된 근작 <신탐>에서는 탐정 뤄페이 역으로 출연했는데, 당나라 탐정이나 다름없었던 ‘적인걸’이 연상되는 부분이다. 한 가지 비하인드를 전하자면 백우는 이번 <적인걸6 – 집요술사>에서 우정 출연만 하려 했으나, 주인공이 구해지지 않자 자신이 직접 주연을 맡아 연기했다고. 주로 현대극에 출연했던 그의 색다른 매력을 찾아보고 싶다면 <적인걸6 – 집요술사>가 좋은 선택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