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21일 문을 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아 특별전 시간을 달리는 BIFAN’을 마련했다. 지난 19년의 상영작 리스트 가운데 영화제와 관객들의 선택을 거쳐 선정된 20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스무 편의 영화에서 특히 챙겨봐야 할 작품 7편을 골랐다.



킹덤
(Riget)

심야상영은 영화제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다. 온갖 장르영화가 모여드는 BIFAN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킹덤>(1994)은 발표하는 작품마다 열띤 지지와 비판을 동시에 몰고 다니는 덴마크의 거장 라스 폰 트리에연출한 4부작 드라마다. 종합병원을 배경으로 미스터리와 블랙코미디가 뒤섞인 작품이다. 느닷없이 놀래키는 잔기교 없이,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만으로도 288분 동안 관객을 포박한다. 1997년 여름 어느 날 새벽 내내 상영된 <킹덤>은 첫 번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가장 큰 화제작이었다.


사무라이 픽션
(Samurai Fiction)

<사무라이 픽션>(1998)의 감독 나카노 히로유키는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커리어를 쌓았다. 나카노 히로유키의 영화 데뷔작 <사무라이 픽션>은 그의 장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대부분 흑백으로 펼쳐지는 비주얼은 단출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사무라이라는 엄숙한 소재를 비튼 코미디는 맥락 없이 출몰한다.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감독은 작품을 두고 구로사와 아키라를 향한 오마주라고 밝힌 바 있다. 시뻘건 배경 위에 비춰지는 그림자 액션이 인상적인 오프닝(영화의 주연이기도 한) 기타리스트 호테이 토모야스가 만든 음악(<무릎팍도사>의 바로 그것!)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2004)에 인용됐다.


(The Ring)

두말할 것 없는 공포영화의 클래식! 비디오테이프와 TV라는 친근한 소재를 적극 활용해 현대 공포영화의 수준을 저만치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감독 나카다 히데오가 두 번째 영화 <>(1998)으로 단숨에 호러영화의 거장으로 떠올랐음은 물론이다. 창백한 몸, 치렁치렁한 머리, 느리고 기괴한 움직임 등으로 대표되는 귀신 사다코의 형상은 오랫동안 수많은 호러물에서 재생산됐다. 우물에서 솟아 TV를 기어나오는 전설적인 신을 뭇 관객들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번 상영을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레퀴엠
(Requiem For A Dream)

<블랙 스완>(2010), <노아>(2014)의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야심찬 초기작이다. 어머니(엘렌 버스틴)와 아들(자레드 레토) 그리고 그의 연인(제니퍼 코넬리) 세 사람이 약물에 중독되어 망가져가는 과정을 처절하게 그렸다. 파멸로 직진하는 이야기, 눈을 사로잡는 과감한 편집, 극단적인 인물을 온몸으로 나타내는 세 배우의 호연 등 영화 팬들이 사랑해 마지않을 요소들이 즐비하다. 서정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품은 현악 소리가 인상적인 음악은 데뷔작 <파이>(1998)부터 <블랙 스완>까지 아로노프스키와 꾸준히 작업해왔던 동료였던 클린트 만셀이 작곡했다. 영화만큼이나 OST 또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데브다스
(Devdas)

<데브다스>2002년 당시 볼리우드 역사상 최대의 제작비(1030만 달러)가 투입돼 인도영화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만큼 영화는 그야말로 화려함이 무엇인지 보란듯 증명한다. 절제라고는 없는 격한 감정 표현(처음엔 정말 느끼하다!), 갑자기 이야기를 멈춰 펼쳐지는 춤과 노래를 즐기다보면 184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은 휙 지나가고 만다. '인도의 영원한 스타' 샤룩 칸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 선정되기도 했던 아이쉬와라 라이의 전성기를 만날 수 있다.




지구를 지켜라

만약 저주 받은 한국영화라는 타이틀이 있다면 <지구를 지켜라>(2003)는 그 꼭대기에 서는 작품일 것이다. 한국영화 사상 전에 없던 상상력이 샘솟는 한국형 SF에 수많은 영화인들이 엄지를 추켜세웠지만 영화는 개봉 당시 약 73000명의 관객밖에 만나지 못했다. 과거 독특한 조연 정도로 간간이 브라운관에 등장하던 배우 백윤식은, 주인공 병구가 외계인이라 몰아세우는 중소기업 사장 강만식 역으로 격이 다른 연기력을 보여주며 화려한 전성기를 맞이했다. 영화의 마지막은 단언컨대 한국영화의 가장 충격적인 엔딩이다. 늦기 전에 이 걸작을 스크린에서, 필름으로 알현할 기회를 놓치지 말자.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