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작 배우들이 늘어난 충무로. 자연스레 같은 시즌 두 편의 개봉작으로 관객을 만나는 배우들이 많아졌다. 출연작 개봉일이 겹쳐 누구보다 바쁜 시즌을 보낸 배우들, 그리고 그들의 출연작 흥행 성적을 정리해봤다.


안성기

<페이스 메이커> 2012.01.18 개봉 | 관객수 467,697 명

<부러진 화살> 2012.01.18 개봉 | 관객수 3,460,212 명

“영화 시작한 후 50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다” <페이스 메이커>와 <부러진 화살> 홍보 당시 안성기의 말이다. 안성기는 2012년 1월 누구보다 바쁜 날들을 보냈다. 김명민과 함께 출연한 스포츠 드라마 <페이스 메이커>, 사법부 부패에 관련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으로 화제를 모았던 <부러진 화살>이 같은 날 개봉한 것. <페이스 메이커>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지만, 사회적으로 이슈를 모은 <부러진 화살>은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설경구

<우상> 2019.03.20 개봉 | 관객수 183,784 명

<생일> 2019.04.03 개봉 | 관객수 1,197,565 명

설경구는 2019년 봄 극장가에서 두 편의 작품으로 활약했다. <한공주>로 전 세계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이수진 감독의 신작 <우상>이 그의 2019년 첫 영화. 배우들의 무시무시한 연기력과 그로 인해 들끓던 에너지가 관객을 압도했지만, 넘쳐나는 상징적 요소나 자막이 필요할 정도의 사투리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아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우상>의 아쉬운 성적을 뒤로하고 2주 후 개봉한 영화가 <생일>. 사려 깊은 시선이 돋보였던 <생일>은 평단과 관객에게 모두 공감 어린 호평을 받았고,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주지훈

<신과함께-인과 연> 2018.08.01 개봉 | 관객수 12,276,350 명

<공작> 2018.08.08 개봉 | 관객수 4,975,517 명

주지훈은 2018년 여름 극장가를 대표하는 얼굴로 남았다. 그 해 여름의 쌍끌이 흥행작, <신과함께-인과 연> <공작>에서 모두 출연했기 때문. <신과함께-인과 연>에선 유쾌하고 쿨한 성격의 저승차사 혜원맥을 연기했다. <신과함께-인과 연>엔 혜원맥의 현재와 과거 스토리가 교차되며 소개됐고, 덕분에 1인 2역과도 같은 연기를 선보인 주지훈의 다양한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공작>에선 북한의 보위부 요원 정무택 역으로 관객을 만났다. 등장만으로도 극에 긴장을 불어넣었던, 그의 날카로운 카리스마가 빛났던 영화다.


하정우

<신과함께-죄와 벌> 2017.12.20 개봉 | 관객수 14,411,775 명

<1987> 2017.12.27 개봉 | 관객수 7,232,387 명

주지훈 이전에 하정우가 있었다. 하정우는 <신과함께-인과 연>의 전편인 <신과함께-죄와 벌>, ‘박종철 고문치사사건’부터 ‘6월 항쟁’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1987년을 담은 영화 <1987>에 출연하며 2017년 연말 극장가를 책임졌다. 제작 시기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던 <신과함께-죄와 벌>은 비주얼로 관객을 만족시킨 건 물론, 눈물샘까지 책임지며 1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뜨거운 울분이 실린 시대의 공기를 담아낸 <1987> 역시 관객의 마음을 울린 건 마찬가지. <1987>은 700만 관객을 넘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그해의 베스트 영화로 자주 거론됐다.


마동석

<동네사람들> 2018.11.07 개봉 | 관객수 461,693 명

<성난황소> 2018.11.22 개봉 | 관객수 1,593,298 명

충무로 대표 다작 배우, 마동석이 이 리스트에서 빠질 수 없다. 2018년엔 마동석의 주연작 네 편이 개봉했고, 그중 2편이 11월에 관객을 만났다. 먼저 개봉한 작품은 실종된 학생을 찾기 위해 나선 기간제 교사 역기철(마동석)의 한 판 승부를 담은 <동네사람들>. '역기철'이란 이름만큼 철인 같은 파워 액션을 선보인 마동석을 만날 수 있었다. 그로부터 2주 후 개봉한 <성난 황소>에서 그는 납치된 아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성난 황소’, 동철을 연기했다. 마동석이 주연한 영화가 늘 그러했듯, 본격 ‘악당이 불쌍해지는’ 영화들이었다.

<시동> 2019.12.18 개봉 | 관객수 3,315,257 명

<백두산> 2019.12.19 개봉 | 관객수 8,247,340 명

2019년 마동석은 무려 다섯 편의 작품으로 관객을 만났다. 그중 같은 시즌 개봉한 작품은 <시동>과 <백두산>. 두 영화 모두 2019년 연말에 베일을 벗었다. <시동>은 핑크빛 의상에 단발머리 가발을 쓴, 쉽게 상상하지 못할 마동석의 외형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영화다. <백두산>에선 이전에 보지 못했던 마동석의 지적인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작품 중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한 건 <백두산>이다. 지금까지 약 824만 명의 관객이 <백두산>을 관람했다.


이성민

<미스터 주: 사라진 VIP> 2020.01.22 개봉 | 관객수 531,500 명

<남산의 부장들> 2020.01.22 개봉 | 관객수 3,625,513 명

마동석의 동시 개봉 바통을 이어받은 배우는 이성민이다. 그는 현재 상영 중인 두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와 <남산의 부장들>에서 주연으로 활약한다. 이성민의 극과 극 얼굴을 한 시즌에 만날 수 있단 점이 흥미롭다. 이성민의 '박통' 연기를 만날 수 있는 <남산의 부장들>은 개봉 2주차만에 36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중이다.

<공작> 2018.08.08 개봉 | 관객수 4,975,517 명

<목격자> 2018.08.15 개봉 | 관객수 2,524,634 명

그의 주연작 동시 개봉은 처음이 아니었으니. 2018년 여름 시즌에도 두 편의 작품에서 활약하는 이성민을 만날 수 있었다. 먼저 <공작>에선 북으로 내려온 스파이 흑금성(황정민)과 긴장감 넘치는 브로맨스를 형성했던 북 고위 간부 리명운을 연기했다. 그의 강렬한 연기에 호평이 쏟아졌던 작품. 충무로 대표 남성 배우들이 총출동한 <공작>은 497만 관객을 돌파하며 <신과함께-인과 연>을 잇는, 그 해 여름 두 번째 흥행 강자의 자리에 올랐다. <목격자>는 <공작>보다 일주일 늦게 개봉한 작품이다. 아파트 내 살인사건을 소재로 현실 밀착 공포를 전했던 <목격자> 역시 252만 관객을 돌파하며 실망스럽지 않은 흥행 성적을 남겼다.


이희준

<오빠생각> 2016.01.21 개봉 | 관객수 1,069,962 명

<로봇, 소리> 2016.01.27 개봉 | 관객수 476,653 명

<남산의 부장들>에서 이성민과 찰떡 호흡(!)을 선보인 이희준. 그는 이전 <로봇, 소리>로 이성민과 협업한 바 있다. <로봇, 소리>에서 그는 해관(이성민)으로부터 로봇 소리를 찾기 위해 그를 열심히 방해하는 국정원 직원 진호를 연기했다. <로봇, 소리> 홍보 당시 이희준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스케줄을 소화했는데, 일주일 간격으로 그의 출연작 <오빠생각>이 개봉했기 때문. <오빠생각>에서 그는 한상렬(임시완)과 아이들을 위협하는 인물 갈고리를 연기했다. 선함과 악함 그 중간 어딘가에 서 있는 복합적인 연기를 펼친 그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오빠생각>은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박성웅

<물괴> 2018.09.12 개봉 | 관객수 723,951 명

<안시성> 2018.09.19 개봉 | 관객수 5,441,020 명

박성웅 역시 다작 배우 반열에서 빠질 수 없다. 2018년 추석 극장가에선 박성웅의 사극 캐릭터가 맞붙었다. 먼저 <물괴>에서 그는 물괴를 수색하는 윤겸(김명민)을 시시각각 방해하는 진용을 연기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그의 비열한 얼굴을 만나볼 수 있었던 캐릭터다. 일주일 후엔 <안시성>이 개봉했다. 그는 수십만 대군을 동원해 고구려 안시성을 침공한 당나라 황제 이세민 역을 맡았다. 그의 중국어 연기가 돋보였던 캐릭터다.

<내안의 그놈> 2019.01.09 개봉 | 관객수 1,917,999 명

<그대 이름은 장미> 2019.01.16 개봉 | 관객수 89,238 명

열일몬 박성웅은 쉬지 않았으니. 이듬해 1월 극장가에서도 나란히 걸린 그의 주연작 두 편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8년 추석 극장가에서 선보인 악역의 얼굴과 달리, 코믹하고 어리숙한 모습으로 관객을 찾았다는 점이 인상 깊다. 먼저 개봉한 <내안의 그놈>은 조폭 출신 건설사 사장과 고등학생의 몸이 뒤바뀌며 벌어지는 소동을 담은 영화다. 고등학생의 영혼이 들어간 몸으로 마음껏 망가지는(!) 그의 코믹 연기를 즐길 수 있다. <그대 이름은 장미>는 딸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 장미(유호정)의 이야기를 담으며 우리가 몰랐던 엄마의 일생을 조명한다. 박성웅은 장미의 청춘 시절을 함께했던 과거의 남자 명환을 연기했다.


유재명

<봄이가도> 2018.09.13 개봉 | 관객수 3,379 명

<죄 많은 소녀> 2018.09.13 개봉 | 관객수 22,001 명

<명당> 2018.09.19 개봉 | 관객수 2,086,418 명

무려 세 편의 영화로 같은 시즌 극장가를 찾은 배우, 바로 유재명이다. 그는 세월호를 소재로 한 단편 세 편을 묶은 영화 <봄이 가도>, 2018년 베스트 영화 리스트의 단골손님이었던 <죄많은 소녀>, 추석 시즌을 노리고 만든 대형 영화 <명당>으로 2018년 추석 극장가를 찾았다. <봄이가도>에선 홀로 운 좋게 살아남아 감당할 수 없는 트라우마와 죄책감에 시달리는 상원을, <죄많은 소녀>에선 학생의 실종 뒤 진실을 밝히는 김 형사를 연기했다. <명당>에선 코믹한 감초 캐릭터 구용식을 연기하며 관객에게 웃음을 전했다. 세 편의 영화에서 제각각 다른 개성의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