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정서를 보여주는 사건은 기택의 동익에 대한 살인 행위입니다. 기택은 기우에게 쓴 편지에서 자신이 왜 동익을 칼로 찔렀는지 모른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모욕에 대한 분노의 표출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오감이 있는데 바로 ‘냄새’입니다. 동익의 가족은 적극적으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냄새를 이용하여 기택(과 가족)을 모욕합니다. 다송이가 기택과 충숙, 기정에게 같은 냄새가 난다고 킁킁거리고, 동익이 거실 쇼파 위에서 연교를 애무할 때 기택의 냄새를 지하철 냄새라고 모욕하며(심지어 거실 탁자 밑에 아들딸과 함께 숨어서 부부가 나누는 모욕적 뒷담화와 신음소리를 들어야 했던 기택이 느끼는 감정은 모욕감 그 이상으로 추측됩니다), 연교는 다송이의 생일파티 준비를 위해 기택이 운전하는 차 뒷좌석에 앉아서 손으로 코를 막으며 창문을 내리고, 범행일인 다송이의 생일날 동익은 쓰러진 근세의 몸 밑에 깔린 자동차 키를 꺼내려고 근세(박명훈)의 몸을 만질 때 역한 냄새를 온몸으로 보여주듯 인상을 쓰면서 손으로 코를 막고 열쇠를 집어 듭니다. 근세의 냄새에 대한 동익의 행동을 자신에 대한 것으로 순간적으로 느낀 기택의 분노는 결국 폭발하고 동익의 가슴을 칼로 찌르게 됩니다. 법적 측면에서, 동익(과 가족)에게 모욕죄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모욕죄는 ‘공연성’을 요건으로 하는데, 동익(과 가족)의 모욕적 언행에 공연성이 인정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연성은 차치하고, 가운뎃손가락을 사람을 향해 들면 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널리 인정된 것처럼, 냄새난다고 말하고 손으로 코를 막는 행동도 ‘모욕죄’로 처벌될 수 있을까요. 판례 중에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주먹을 쥐고 눈을 부릅뜨는 행동이 피해자에게 모욕감을 준다고 인정한 예가 있습니다. 즉, 위 행동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이 기준에 의하면 동익의 행동은 기택에 대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보는 데 무리가 없을 겁니다. 영화 <기생충>에 대한 소감은 제각각이겠으나, 모욕적 언행이란 살인의 범의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정서적 파장이 크고, 가운뎃손가락으로 욕하면 모욕죄로 처벌될 수도 있다! 는 것을 한 줄 보태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