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나입니다(I'm Lana)”. 만나자마자 당당하게 악수를 건넨 그녀는 영화 속 ‘라라 진’이 아닌 배우 ‘라나 콘도르’였다. 지난해 9월 2일, 씨네플레이는 한국을 방문한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시리즈의 주역 라나 콘도르를 직접 만났다. 어린 시절 남몰래 쓴 비밀 러브레터가 동생에 의해 발송되고, 그로 인해 겪게 된 러브스토리를 그린 이 영화는 저물어가던 하이틴 로맨스 코미디 장르를 부활시킴과 동시에 인종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큰 호평을 받았다. 오는 2월 12일, 넷플릭스를 통해 속편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P.S. 여전히 널 사랑해>가 공개될 예정. 2편을 관람하기에 앞서, 배우와 직접 나눈 이야기를 통해 영화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보는 건 어떨지. 인터뷰 내내 활기차고 사랑스러웠던 배우 라나 콘도르와의 인터뷰를 전한다.
한국에 자매 역을 맡은 배우들이 모두 온 걸로 알고 있는데, 한국에 와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 많은 것을 체험하면서 말 그대로 즐기고 있어요. 스킨케어, 뷰티 제품 등 쇼핑을 했어요(웃음). 가장 멋졌던 장소는 경복궁이었어요. 색채들의 화려함이 믿을 수 없을 정도였어요. 아! 판타스틱 한 음식도 빼놓을 수 없죠. 저희가 여기 온 지 3일 정도 됐는데, 프로덕션에 들어가기 전에 익숙해지기 위한 3일이었어요. 프로덕션 기간에 이렇게 기막힐 정도로 멋진 풍경을 보고 다닌 것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동료들과 함께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면서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이하 <내사모남>) 시리즈에서 연기하는 캐릭터가 한국계인 '라라 진'이에요. 이 점을 고려했을 때, 한국을 방문하고 둘러보게 되면서 느낀 점이 있나요?
- 물론이죠! 당연하게도 어제 저녁에 쇼핑을 했는데(웃음), 그냥 길을 걸어가다가 아주 예쁘고 작은 가게를 발견했어요. 거기엔 펠트 페인팅 같은 작품들이 구매와 판매를 위해 전시되어 있었어요. 대다수의 작품들엔 사랑에 빠진 소년, 소녀가 그려져 있었는데 굉장히 부드러우면서도 아름다워 보였어요. 전 그 그림들과 비슷한 그림들을 라라 진의 방과 집에서 봤었죠. 그리고 라라 진의 패션도 있어요. 우리는 라라 진의 패션을 한국의 패션과 최대한 비슷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해요. 그래서인지 한국에 와서 여러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게 정말 재밌어요. 왜냐면 돌아다니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것도 라라 진이야. 저것도 라라 진, 라라 진" 이러기 때문이죠(웃음). 이건 꽤 놀라운 일이에요. 저는 라라 진의 눈을 통해 보고, 항상 머릿속에 있는 아름다움을 이해하려 노력해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직접 보고 문화를 경험하고 나니 라라 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1편 <내사모남>이 엄청난 성공을 거뒀어요. '2018년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은 다시 보기를 기록한 영화 2위'에 올랐습니다. 덕분에 시퀄 제작으로도 이어졌고요. 시퀄 제작이 확정됐다는 걸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1편과는 어떻게 다른 마음가짐으로 작품에 임했는지 궁금합니다.
- 1편을 찍고 나서 마음속에 2, 3편을 찍고 싶다는 희망이 있었어요. 그러나 이와 관련한 어떤 대화조차 없었고, 전 <내사모남>이 독립적인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 3편을 찍을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어요. 태어난 것과 같이 말이죠. 믿을 수 없는 기분이었어요. 가장 멋진 건 라라 진의 스토리를 더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죠. 라라 진의 생각과 감정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게 된 것도요. 첫 번째 영화는 피터(노아 센티네오)에게 보내는 러브 레터로 시작해 겪게 되는 놀라운 일들에 관한 영화였어요. 하지만 두 번째 영화는 '한 인간으로서 라라 진이 누구인지'에 관해, 그리고 그녀의 마음에 관해 들여다보는 작품이에요. 10대인 라라 진은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대면하죠. 입체적인 한 존재로서 그녀를 설명하기에 시간이 더 주어졌다는 사실에 저는 정말 축복받았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3번째 영화 역시 마찬가지고요. 성장과 동시에 친구들로부터 라라 진이 더 많은 서포트를 받게 되는 모습을 볼 기회를 얻었으니까요. 우리가 처음 라라 진을 만났을 때만큼, 라라 진이 첫사랑을 겪을 때만큼 그녀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아요. 라라 진은 친구들을 통해 뭔가 다른 것들을 이룰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을 때까지 혼자 있는 것에 만족해온 인물이에요. 이제 라라 진과 친구들은 3편을 통해 멋진 우정을 더 키워 나가죠. 그래서 풀 스토리를 보여 줄 시간들이 정말 기대가 돼요.
2편에서 느낄 수 있는 1편과의 차별화된 매력이 있다면요. 스토리만 보면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라라 진의 이야기인데, 그 두 남자의 매력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 가장 큰 차이점은 또 다른 사랑이 등장한다는 것이죠! 그의 이름은 존 앰브로스(조단 피셔)이고, 라라 진의 유년기를 함께 보냈으며, 십대가 됐을 때 다시 만났어요. 라라 진-존 앰브로스의 관계가 특별한 이유는 라라 진-피터 관계와는 다르기 때문이에요. 존과 라라 진은 어린 시절 절친한 친구 사이였어요. 그래서 둘 사이 우정의 기반이 매우 견고하죠. 이건 그들 사이에 있는 잠재적인 로맨틱한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됐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친구에서 먼저 관계가 시작하고, 연인이 되는 건 그 이후라고 믿어온 편이에요. 영화를 보면 명백하게 알 수 있듯이, 라라 진과 존은 그런 우정을 갖고 있죠. 그들은 서로를 친구로서 사랑하는데, 어쩌면 서로를 좀 더 나은 관계로 사랑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이건 훨씬 더 복잡한 문제에요. 왜냐하면 라라 진은 피터에게 굉장히 헌신적이고, 피터 또한 존 보다 (관계에 있어) 더욱 자신감이 있고 헌신적인 인물이기 때문이죠. 반면, 피터가 진심으로 라라 진을 만나게 된 게 10대였다는 점에 비해 존이 라라 진을 만나고 알게 된 건 어린 시절 때부터였어요. 이건 <내사모남 2>에서 찾아볼 수 있는 놀라운 갈등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제게 묻는 질문 중, 밤새 저를 생각하게 만드는 "피터 팀인가요, 존 팀인가요?"(웃음)와 같은 질문에 대해 여러분들이 제게 답을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아, 덧붙이자면 2편을 통해서는 라라 진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는 것? 라라 진의 마음이라던가 성격이라던가 말이죠. 이건 우리가 그녀를 개별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만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랍니다.
트레버, 존 등 전 편에 이어 다양한 캐릭터들의 비중이 더 늘어났어요. 기대해도 좋을 새로운 조합이나 눈여겨봐야 할 조합이 있다면요? 라라 진을 포함해도 좋아요.
- 새로운 캐릭터로 홀랜드 테일러가 연기하는 '스토미'가 있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에요. 왜냐하면 스토미는 '벨뷰'에 사는 주민이고, 원작을 읽으셨다면 알 텐데, 스토미는 마고(자넬 패리쉬)가 그곳에서 좋아했던 주민이었어요. 라라 진은 마고의 뒤를 이어 벨뷰에 자원 활동가로 가길 결심하죠. 스토미는 라라 진이 어린 시절 엄마의 부재로 인해 형성되지 못한 강한 여성의 관점을 고취하게 한다는 점에서 영화 속에서 중대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진심으로 홀랜드 테일러와 호흡을 맞추게 되어서 영광이었어요.
또, 사라유 블루가 연기한 '트리나'는 라라 진의 아버지가 관심을 갖는 캐릭터에요. 그녀는 라라 진에게 있어 어머니와 같은 존재를 대신하는데, 스토미와 마찬가지로 트리나는 강력한 여성성의 목소리를 얻게 도와주죠. 이건 라라 진이 유년기 시절 절대적으로 필요로 했던 것이었다는 점에서 멋진 일이에요. 또, 로스 버틀러가 연기하는 '트레버'도 있어요. 로스는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에요. 트레버는 라라 진의 절친인 크리스틴(매들린 아서)와 가까워지는데, 그들이 로맨틱한 관계에 있는지 없는 건지 아주 묘한 관계를 느낄 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그 둘의 관계가 매우 재밌고 흥미진진하게 다가오는 거겠죠.
영화가 라라 진의 사랑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성장 이야기나 다름없지 않다고 생각해요. 여성이라든지, 아시안이라든지 아이덴티티의 측면에서 말이죠. 이 영화를 찍으면서 본인 스스로 또 한 발 성장하게 된 지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사실 한 존재로서 나 스스로에 대해 발견하게 해주고,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드문 일이에요. <내사모남>은 저에게 이 모든 걸 선물해주었죠. 저는 어린 나이에 미국인 가족들에게 입양되었어요. 그래서인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저는 제 문화와 정체성을 탐험하는 걸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왜냐면 저는 정말 제가 누군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죠. 이 영화는 제게 "와우, 내 정체성이 뭔지 이제 알겠어!"와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요. 저는 아시안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우리가 어디에 있든 간에, 예를 들면 하얏트 호텔이라던가(웃음), 꼭대기에 올라 서서 이 사실을 소리치고 싶어요. <내사모남>은 제가 누군지에 대해 자랑스럽게 만들어 주었고, 넷플릭스가 이 작품을 세상에 보여 줄 기회를 제게 주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해요. 전 확실히 제 정체성을 찾는 데 도움을 받았고, 이 경험을 통해 더 나아갈 수 있었어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2>를 기다리고 있을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번외 질문인데, 만약 본인이 진짜 라라 진 이라면 피터, 존, 트레버 등 등장인물들 중에 누굴 선택하실 건가요?
- 노오오! 트레버는 절대 아니에요, 트레버는(웃음). 우선 먼저 한국 '친구들', 그러니까 저의 팬이자 친구인 분들께 저를 '라라 진'으로 받아들여주셔서 정말, 정말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라라 진을 연기할 영광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건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멋진 역할이에요. 매일 일을 하러 가는 날마다 저는 제 명예를 걸고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길에서 만난 분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웃음). 제가 마스크를 쓰고 길을 걷는 데, 소녀들이 저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울고, 소리 지르고 스스로 붙잡고 그랬다니까요. 그들에게 포옹과 함께 고맙다고 말했는데, 정말 대단한 경험이었어요. 영화를 사랑해주시고 저를 라라 진으로 받아 준 한국 팬들에게 다시 한번 더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더 바랄 것이 없고, 앞으로도 당신들을 자랑스럽게 만들도록 노력할 거예요.
그리고 만약에 제가 라라 진이라면, 오 마이 갓! 이건 너무 가혹한 질문이라고요(일동 웃음). 지금 이 순간에 제가 무슨 말을 하든지 한 달 안에 "나는 다른 사람이 더 좋아, 뿅!" 하고 바뀔 수 있다는 걸 아셔야 해요! 제가 생각하기에 피터와 라라 진의 사랑은 영원할 것 같고, 그들은 함께 성장하면서 관계도 더 발전할 것 같아요. 도전을 겪으며 서로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들 거예요. 최악의 상황이 닥쳐도 서로를 선택하고 말이죠. 피터와 라라 진은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존 앰브로스는 정말 멋지지만... 세상에, 나는 그도 정말 좋아한다고요! (웃음). 하지만 피터는 라라 진을 성장하는 것을 도울 것이고 그로 인해서 마지막 3편에서 우리가 보게 될 라라 진은, 스포일러는 할 수 없지만, 제가 항상 라라 진이 성장하길 바라는 그 모습대로 일 거예요.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