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독립영화가 극장가의 하나의 흐름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보라 감독의 <벌새>는 많은 관객들에게 위로를 주고, ‘전세계 영화제 46관왕’, ‘관객 수 14만 명 이상’이라는 어마어마한 성과를 기록해 한국 독립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 기류를 이어받을 2020년 개봉예정인 독립 영화들을 모아봤다.


기도하는 남자

<기도하는 남자>

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 상영되어 호평을 받았던 영화 <기도하는 남자>는 신의 시험을 받는 사제의 이야기다. 극심한 경제난을 겪으며 개척교회를 운영 중인 목사 태욱(박혁권)은 아내 정인(류현경)으로부터 장모(남기애)의 병원비가 급히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여기저기 돈을 빌리러 다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궁지에 내몰린 부부는 각자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고, 목사는 온갖 범죄의 유혹 속에서 번뇌한다.

<기도하는 남자>는 단지 영화 속 목사 개인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현재 한국 사회의 상황을 한 가정을 통해 압축하여 보여주며,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는 밑바닥을 떠올릴 수 있게끔 확장시킨다. 강동헌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2월 20일 개봉예정이다.


하트

<하트>

‘여자 홍상수’라고 불리는 감독이 있다. <비치온더비치>, <밤치기> 등을 통해 특유의 재기발랄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직접 감독과 주연을 맡아 이야기해온 정가영 감독이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였던 <하트>는 이전 작품들처럼 발칙한 연애담을 그렸다. <꿈의 제인>에서 병욱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 이석형이 성범 역을 맡았다.

유부남을 좋아하게 된 가영(정가영)은 자신을 좋아하는 유부남 성범(이석형)을 찾아가 유부남과의 연애 고민을 털어놓는다. 유부남과의 사이가 더 깊어질까봐 걱정된다는 가영에게 성범은 불륜을 하지 말라고 조언하지만 늘 제멋대로인 가영의 횡포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영화를 통해 늘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과 여성의 성적 욕망을 솔직하게 꺼내 놓았던 정가영 감독의 신작 <하트>는 2월 27일 개봉 예정이다.


후쿠오카

<후쿠오카>

한산한 대학가 앞 정은서점의 주인 제문(윤제문)은 그곳을 매일 같이 찾아오는 소담(박소담)의 투정으로 함께 후쿠오카에 간다. 28년 전 제문과 친한 대학 선후배 사이였던 해효(권해효)는 후쿠오카의 어느 골목에 작은 술집을 운영하고 있다. 둘은 28년 전 순이라는 여자를 함께 사랑했고, 순이는 그해 자퇴를 한 뒤 자취를 감췄다. 첫사랑 때문에 28년간을 안 보고 산 두아저씨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소담은 고개를 젓는다.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 초청 및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인 바 있는 장률 감독의 신작 <후쿠오카>는 3월 개봉 예정이다.


이장

<이장>

정승오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이장>은 제35회 바르샤바국제영화제에서 신인감독경쟁부문대상과 넷팩상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 창작지원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아버지의 묘를 강제 이장해야 한다는 통보 문자를 받은 장녀 혜영이 흩어져 사는 동생들을 모아 아버지의 묘를 이장하러 가는 여정을 그렸다.

싱글맘인 장녀 혜영(장리우), 남편의 외도를 의심 중인 둘째 금옥(이선희), 답답한 남자와의 결혼을 앞둔 셋째 금희(공민정), 페미니즘으로 무장한 늦깎이 대학생 넷째 혜연(윤금선아), 무책임한 막내아들 승락(곽민규), 영화는 이 각기 다른 가족 구성원들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유쾌하게 나타내면서도 가부장제의 모순을 꼬집는다. 3월 5일 개봉 예정이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찬실이는 복도 많지>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단편영화 <겨울의 피아니스트>, <우리 순이>, <산나물 처녀>로 주목 받은 김초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 영화로 감독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평생 일복만 넘친 영화 프로듀서 찬실(강말금)은 따르던 감독의 죽음으로 밥줄이 끊기자 친한 배우 소피(윤승아)의 집 가사도우미로 취직한다. 영화에만 목숨 걸었던 찬실이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모습을 통해 빈곤한 청년들의 문제에 현실적으로 접근하면서도 배우 윤여정, 윤승아, 배유람, 김영민의 발랄한 케미 속 기발한 웃음 코드를 만나볼 수 있다.

김보라 감독의 <벌새>, 이옥섭 감독의 <메기>, 김도영 감독의 <82년생 김지영> 등 여성 감독들의 데뷔작이 관객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은 가운데 김초희 감독의 <찬실이는 복도 많지>도 그 흐름을 이어 큰 사랑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영화는 3월 5일 개봉 예정이다.


담쟁이

<담쟁이> 촬영현장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가족과 그럴 수 없는 가족이 있다. 한제이 감독은 동성 부부가 응급실에 갔을 때 서로의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해 면회를 못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인상을 영화에 녹여냈다. <담쟁이>는 2018년도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장편예술영화 제작지원작으로, 서로 사랑하는 두 여성 은수(우미화)와 예원(이연) 그리고 조카 수민(김보민), 이렇게 셋이 함께 대안 가족을 이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성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그 안의 위태로운 사랑을 주로 그렸던 한국 퀴어영화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가족이라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가족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영화 <담쟁이>는 한제이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2020년 개봉 예정이다.


최선의 삶

<최선의 삶>에 출연하는 방민아.

<최선의 삶>은 제작단계부터 충무로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좋은 원작, 감독, 배우가 모였기 때문이다. 원작은 2015년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한 임솔아 작가의 동명 소설이다. 연출은 <애드벌룬>으로 제29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작품상을 받은 이우정 감독이 맡았다. <최선의 삶>은 그의 장편 데뷔작이다.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이자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미녀 공심이> 등 드라마를 통해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 방민아가 고등학생 강이를 연기했다.

<최선의 삶>은 더 나아지기 위해 기꺼이 더 나빠지기를 선택한 위태로운 세 명의 고등학생들의 치기 어린 방황과 관계의 균열을 그린 작품이다. 방민아가 연기하는 강이 이외에 여고생 아람은 <페르소나-키스가 죄>, <세마리>, <동아> 등 단편영화에서 신선한 마스크와 독특한 연기력을 보여준 심달기가 연기했다. 강이가 질투하는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친구 소영은 모델 겸 배우 한성민이 연기했다. <최선의 삶>은 2020년 개봉 예정이다.


씨네플레이 대학생 기자 최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