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컷 젬스>

지난 1월 3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언컷 젬스>는, <굿 타임>(2017)으로 미국 내 가장 주목받는 시네아스트로 손꼽히는 사프디 형제가 미국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 아담 샌들러를 캐스팅 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도박 때문에 빚에 쫓기던 뉴욕의 보석상 하워드가 단백석(opal)을 손에 쥐게 되면서 마지막 한탕을 꿈꾸는 이야기. 커리어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을 명연을 보여준 아담 샌들러에 관한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간호학교 교사인 어머니와 전기기술자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났다. 러시아/이스라엘 유대인 혈통.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6살에 뉴햄프셔 맨체스터로 이사해 학창시절까지 거기서 성장했다. 아버지가 화를 잘 내는 편이라 그를 진정시키는 요령을 궁리하다보니 코미디언의 자질을 갖추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아담 샌들러와 주드 애퍼토우 감독은 무명 시절 룸메이트였다. 코미디 클럽 '임프로브'에서 알게 된 두 사람은 한 달에 900달러 하는 방을 나눠 썼다. 당시 샌들러는 침대보도 없는 매트리스에서 잤다고 한다. <40살까지 못해본 남자>(2005)와 <사고친 후에>(2007)를 연이어 성공시킨 애퍼토우는 샌들러를 캐스팅 해 <퍼니 피플>(2009)을 연출했다.


LA 코미디 클럽에서 공연하던 아담 샌들러를 발견한 코미디언 데니스 밀러는 <SNL> 총감독 론 마이클에게 그를 추천해 1990년 <SNL>의 작가 일을 맡게 됐고 3년 뒤 메인 캐스트가 됐다.


<SNL> 작가로 일하다 무대에 올라온 아담 샌들러는 1992년 11월 21일, 직접 만든 추수감사절 노래 'The Thanksgiving Song'을 방송에서 선보여 제대로 얼굴을 알렸다. 이듬해엔 같은 노래를 브루스 스프링스틴처럼 부르기도 했다. 1994년 12월 3일 방송에서 발표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유대인 어린이의 마음을 담은 노래 'The Chanukah Song'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닐 다이아몬드가 리메이크 하기도 했다.


<SNL> 멤버로 활동하던 당시 무대공포증에 시달렸다. 샌들러는 한 인터뷰에서 "언제나 리허설 때 더 잘했다. 아무도 날 보고 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라고 밝힌 바 있다. 2018년 10월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스탠드업 코미디 <신선도 100%> 속 샌들러는 너무나 의연해 보인다.


1993년 코미디 음반 <그 사람들 다 너 보고 웃을걸 (They’re All Gonna Laugh at You)>을 발표해 2백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그래미 어워드의 베스트 코미디 앨범 부문 후보에도 올랐다. 그 다음 앨범 <나한테 젠장 뭔 일이 일어난 거야? (What the Hell Happened to Me?)> 역시 2백만 장 이상을 팔아치웠다. 2004년까지 총 5개의 코미디 앨범을 발표했다.


1995년 <SNL>에서 크리스 팔리와 함께 해고됐다. <SNL>에서 나온 이후 샌들러는 영화에 매진해 머잖아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가 되었으니 차라리 잘된 일이었는지도.

크리스 팔리와 아담 샌들러


1999년 말, 제작사 '해피 매디슨'(Happy Madison Productions)을 세웠다. <해피 길모어>(1996)와 <백만장자 빌리>(1995)의 제목을 따서 이름을 지었다. 롭 슈나이더 주연의 <듀스 비갈로>가 첫 작품. 현재까지 40편이 넘는 영화를 만들어 흥행 실패작은 손에 꼽을 정도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2005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프로덕션 로고는 우아하게 돌아가던 골프공을 골프채가 쳐서 화면이 박살나고, 뉴잭스윙 비트 위로 (2003년 세상을 떠난) 샌들러의 아버지가 "Terrific!"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빅 대디>의 재클린 티톤

슈나이더는 <빅 대디>(1999)에 캐스팅 됐을 때, 아담 샌들러에게 자기가 원탑으로 활약한 영화 <듀스 비갈로>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재클린 티톤을 소개했다. <빅 대디> 현장에서 만난 티톤과 샌들러는 연인이 되었다. 2000년 티톤은 샌들러를 따라 유대교로 개종했고, 3년 뒤 두 사람은 결혼했다. 2006년과 2008년 두 딸을 얻어, 가족 모두가 샌들러 영화에 종종 출연하곤 한다.


1990년대 후반은 샌들러의 전성기라 할 만하다. 98년 2월과 99년 6월 사이 <웨딩 싱어>, <워터보이>, <빅 대디> 세 작품이 개봉해 모두 합쳐 국내에서만 405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펀치 드렁크 러브>

폴 토마스 앤더슨은 기자회견에서 <매그놀리아>(1999) 다음 작품으로 아담 샌들러가 출연하는 코미디를 만들 거라고 말했고, 기자들은 폭소를 터트렸다. 불과 20대에 <부기 나이트>(1997)와 <매그놀리아>를 연달아 만든 젊은 거장과 철저히 상업적인 코미디만 작업해온 아담 샌들러는 좀처럼 떠올리기 힘든 조합이었기 때문일 터. 그리고 정말 2002년 <펀치 드렁크 러브>를 칸 영화제에서 공개해 (<취화선>의 임권택과 함께) 감독상을 수상했다. 앤더슨은 <펀치 드렁크 러브>를 '아담 샌들러의 예술영화'라고 칭했고, 미국의 저명한 영화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처음 아담 샌들러의 출연작에 호의적인 리뷰를 썼다.

칸 영화제 초청 당시 <펀치 드렁크 러브> 팀


미트볼이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키웠다. <리틀 니키>(2000)에서 말하는 개로 나왔던 미스터 비피의 자식이다. 아담 샌들러의 공식 홈페이지에 미트볼의 페이지가 따로 있었을 만큼 애정이 두터웠다. 샌들러의 결혼식에서는 턱시도를 입고 (유대교의 전통모자인) 키파를 써서 좌중을 사로잡았다. 5살 되던 2004년 안타깝게도 심장마비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매해 '최악'의 영화에 상을 수여하는 '골든 라즈베리 어워드'에 2번째로 많이 노미네이트/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의 경우, 지난 25년간 13번 후보에 올랐다. 아담 샌들러를 누르고 가장 많이 후보에 오른 이는 실베스터 스탤론이다.


자기 영화에 친한 배우들을 여러번 출연시키는 경우가 많다. '해피 매디슨'의 프로듀서이기도 한 앨런 코버트의 경우 <해피 길모어>, <웨딩 싱어>, <워터보이>, <미스터 디즈> 등 20편이 넘는 샌들러의 영화에 출연했다. 롭 슈나이더, 닉 스워드슨, 케빈 닐런, 데이비드 스페이드 역시 샌들러의 단골배우들이다.

<웨딩 싱어>의 앨런 코버트 / <첫 키스만 50번째> 롭 슈나이더


<콜래트럴>(2004)의 택시 운전사 역을 맡기로 돼 있었으나 <스팽글리쉬>(2004)에 출연하느라 결국 빠지게 됐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의 윌리 웡카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의 로켓 목소리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콜래트럴> / <찰리와 초콜릿 공장>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데니스 듀간과 프랭크 코라치는 샌들러가 특별히 신뢰하는 감독이다. 듀간의 <해피 길모어>(1996)는 샌들러에게 영화배우로서 명성을 안겨주었고, 듀간이 2007년부터 연출한 6개 영화는 모두 샌들러가 제작/주연을 맡은 것이었다. 코라치는 1998년 <웨딩 싱어>를 시작으로 <워터 보이>, <클릭>(2006), <주키퍼>(2011), <블렌디드>(2014), 2015년 작 <리디큘러스 6>까지 총 6편을 협업했다. 드류 배리모어와는 <웨딩 싱어>, <첫 키스만 50번째>, <블렌디드> 3편의 로맨틱코미디를 작업해 세 작품 모두 성공을 거두었다.

아담 샌들러, 드류 배리모어, 프랭크 코라치


<워터보이>

프로레슬링의 열혈 팬이다. <백만장자 빌리>의 교장, <워터보이>의 캡틴 인세이노, <빅 대디> 속 목 조르기 기술 등 직접 시나리오를 쓴 작품에는 프로레슬링과 관련한 설정들이 자주 등장한다. <리틀 니키> 홍보 기간엔 <WWF 스맥다운>에 출연하기도 했다. <롱기스트 야드>(2005)에선 '스톤 콜드' 스티븐 오스틴, 케빈 내쉬, 빌 골드버그가 미식축구 선수로 나온다.

<롱기스트 야드> 스티븐 오스틴, 케빈 내쉬, 빌 골드버그


할리우드에 위치한 골디 혼과 커트 러셀의 집을 샀다. 샌들러의 아내 재키가 골디 혼의 며느리인 친구 에린 바틀렛이 연 파티에 참석했다가 그곳에 푹 빠져 약 1300만 달러에 구입했다.

구글맵에서 본 샌들러의 집


미국 소년소녀 클럽 (어린 시절을 보낸) 맨체스터 지사에 100만 달러를 쾌척했다. 샌들러도 어릴 때 이 클럽에 참여했다. 그가 기부한 2007년은 미국 소년소녀 클럽이 100주년 되던 해였다.

소년소녀 클럽 맨체스터 지사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수입이 가장 많은 남자 배우' 리스트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넷플릭스와 본격적으로 손잡은 최근 3년 연속 10위 안에 들었다. 2017년엔 5050만 달러로 4위, 2018년엔 3950만 달러로 8위, 2019년엔 5700만 달러로 (공동)6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는 요즘 아담 샌들러 행보에서 단연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넷플릭스와 샌들러의 제작사 '해피 매디슨'은 계약을 맺고 2015년 말 공개된 <리디큘러스 6>부터 올해 중 선보이게 될 신작 <허비 할로윈>까지 7편의 작품을 제작했다. <리디큘러스 6>는 평단의 일관된 악평에도 불구하고 30일 만에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하던 모든 영화들의 조회수를 뛰어넘었고, 2019년 6월 공개된 샌들러와 제니퍼 애니스톤의 공동주연작 <머더 미스터리>는 4주 만에 7300만 뷰를 넘어서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서비스 된 샌들러의 작품 중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해피 매디슨이 제작하지 않은 샌들러의 주연작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2017)와 <언컷 젬스>(2019)도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 됐다.


25년 넘게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흥행 배우로 군림해왔지만 최고 흥행작은 목소리 출연한 애니메이션 <몬스터 호텔 3>다. 2018년 바캉스 시즌에 개봉해 총 5286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샌들러의 첫째 딸 새디도 목소리를 보탰다. <몬스터 호텔 2> 이후 샌들러의 작품 대부분이 넷플릭스 독점으로 공개되고 있으니, 이 극장 수익 기록은 오랫동안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사프디 형제는 뉴욕에서 보석상을 하던 아버지의 친구에게서 모티브를 얻은 <언컷 젬스>의 초안을 썼다. 주인공 하워드 역을 유대인 배우가 맡아주길 원했던 그들은 아담 샌들러에게 시나리오를 보냈지만 거절당했다. 하비 케이틀, 사샤 바론 코헨, 조나 힐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2017년 작 <굿 타임>이 흥행에 성공하고, 샌들러 역시 <굿 타임>을 마음에 들어해 결국 그가 하워드를 연기하게 됐다. 샌들러는 사프디 형제가 지난 1월 16일 발표한 7분짜리 단편 <골드맨 v 실버맨>에도 출연했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