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해리 포터> 팬들에게 매년 새로 나오는 시리즈를 관람하는 것은 일종의 연례 행사였다. 10년에 걸친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편 관람이 끝나고 아쉬움이 컸던 건 필자뿐만이 아니었을 것. 그런 팬들의 마음을 달랠 새로운 연례 행사가 생겼다. 2018년 시리즈의 첫 편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시작으로 매년 한 편씩 4DX로 재개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재개봉 때마다 표를 구하기 힘들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모았다. 2월 26일에 개봉한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이하 <아즈카반의 죄수>)는 코로나 여파로 기세가 덜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좌석 점유율은 꽤 높다. 선뜻 관람 추천이 어려운 시기인 만큼, 이번 시리즈를 극장에서 보지 못할 독자들을 위해 관람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4DX로 즐기니까 꿀잼이었던 장면들
<해리 포터> 시리즈 팬들이라면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4DX를 기대할만한 장면은 해리(다니엘 래드클리프)가 탔던 구조 버스(Knight Bus) 장면일 것이다. 좁혀졌다 넓어졌다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런던 한복판을 전력 질주하는 3층 구조버스의 탑승감을 4DX로 고스란히 재현해냈다. 버스의 속도감과 급정지의 순간까지. 사실적인 탑승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영혼을 빨아들이는 아즈카반의 간수 '디멘터' 등장 장면들도 인상적이다. 해리 포터의 영혼을 빨아들이는 으스스 한 장면에서 모션 체어 효과가 몰입을 더한다. 벅빅을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과 <해리 포터> 시리즈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퀴디치 월드컵 장면도 재밌었다. 지금 보기엔 시시해 보였던 1,2편의 시각효과와 달리 3편은 시리즈의 스케일이 커지고, CG도 완성도가 높아져서 더욱 역동적으로 느껴졌다.
<아즈카반의 죄수> 편에서 4DX 체험이 가능했던 마법 도구는 바로 <몬스터 북 오브 몬스터스> (Monster Book of Monsters) 책. 입이 달려서 책을 열면 이빨을 딱딱거리며 쫓아온다. 그 딱딱거림을 관객은 등으로(?) 느낄 수 있다. 보는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로 변신하는 보가트를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바꾸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해리 앞에는 디멘터의 형상으로 나타나 긴장감을 주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네빌(매튜 루이스) 앞에 할머니로 여장한 스네이프(앨런 릭먼)가 나타나는 웃음 포인트도 있던 장면이었다.
다시 보니까 다르게 보이던 포인트
1. 여전히 어려 보이는 삼총사
2004년 당시, 2년 만에 개봉한 3편 <아즈카반의 죄수>를 보면서, 어두워진 분위기와 함께 배우들이 폭풍 성장을 한 모습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비슷한 또래인데 나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모습에 '역시 서구권 배우들은 발육이 빨라'했더랬다. 그런데 웬걸. 16년이 지나 나이 먹고 다시 보니 여전히 어려 보이고 귀여워 보이는 것이다. 매년 한편씩 재개봉한다고 가정했을 때 4~5년 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부> 출연 모습들도 분명 귀여워 보이겠지.
2. 게임에서 잡던 벅빅이...!
2019년 출시된 게임 <해리 포터: 마법사 연합>을 해보셨는지. <포켓몬 고>처럼 현실에서 마법세계를 체험하게 하던 증강현실 게임이었다. 게임이 나온 초기엔 꽤나 열심히 했었다. 그때 필자의 동선 안에서 정말 많이 나오던 해리 포터 동물이 바로 벅빅이었다.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벅빅은 중요한 동물로 나온다. 깐족거리는 말포이(톰 펠튼)를 시원하게 날려 버리고, 해리와는 끈끈한 관계를 형성한다.
3. 입닥쳐 말포이(!)
<아즈카반의 죄수>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가장 유명한 명대사가 탄생했던 시리즈다. 바로 '입닥쳐 말포이'. 많이 봤어도 언제나 관객들의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이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젠 웃어주지 않으면 아쉬운 포인트가 됐다. 물론 한글 자막의 워딩이 '입닥쳐 말포이'는 아니어서 아쉬웠지만.
다른 4DX 효과가 훌륭한 스케일 큰 신작 영화들이 많이 나오면서 4DX를 체감하는 재미는 상대적으로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1,2,3편을 모두 4DX로 재관람했던 필자 역시 1편 <마법사의 돌>은 마법 효과들을 체험하는 재미를 느꼈던 반면 2편 <비밀의 방>은 효과가 익숙해져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긴 했다. 3편은 그에 비해 지금 봐도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많았다. 어린 시절에는 거장인지 몰랐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구현한 해리 포터 판타지 세계를 지금 다시 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팬들을 위해 4DX로 개봉해주길.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