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뷰티>는 영화 내내 죽음의 기운이 떠돌아다닌다. 은유가 아니라, 주인공 레스터(케빈 스페이시)의 내레이션은 끊임없이 죽음에 대해 말하려 든다. 레스터의 딸 제인(도라 버치)가 남자친구 리키(웨스 벤틀리)에게 누가 아빠를 없애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첫 장면을 지나, 영화는 레스터의 건조한 삶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아침에 혼자 일어나 아내 캐롤린(아네트 베닝)가 펜스를 따라 만든 장미 꽃밭을 가꾸는 걸 보고, 집을 나서는 길에 늘 그래왔던 것처럼 실수를 하자 경멸 가득한 아내와 딸의 눈초리를 마주해야 한다. "난 올해 마흔둘이고, 1년 이내에 죽을 것이다. 실은 죽은 거나 다름없다"고 중얼거리는 그의 목소리와 함께 음악감독 토마스 뉴먼(Thomas Newman)의 'Dead Already'가 흐른다. 뉴먼은 타블라, 우쿨레레 반조, 만돌린, 바글라마 등 이국적인 소리의 악기를 전면에 내세워 알쏭달쏭한 리듬을 만들어 <아메리칸 뷰티>의 희비극적인 분위기를 강조한다. 샘 멘데스는 데뷔작 <아메리칸 뷰티>부터 최신작 <1917>까지, 저예산 영화 <어웨이 위 고>를 제외한 모든 작품의 음악을 뉴먼에게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