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시리즈의 3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이하 <아즈카반의 죄수>)가 4D 버전으로 2월 26일 재개봉 됐다. <그래비티>(2013)와 <로마>(2018)의 감독 알폰소 쿠아론이 연출한 <아즈카반의 죄수>는 유년기의 판타지 같았던 <해리 포터> 세계관이 어둠 속으로 진입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제대로 해내면서 시리즈의 최고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아즈카반의 죄수>에 관한 사실들을 정리했다.


1,2편의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는 원래 <해리 포터> 전 시리즈를 연출하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10년간 8편의 영화를 만드는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자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못 보게 될 거라는 걸 깨닫고 후속작의 감독에선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아즈카반의 죄수>에선 프로듀서를 맡긴 했지만, 이후 <해리 포터> 시리즈 작업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크리스 콜럼버스와 그의 가족


<소공녀>

'프로듀서' 크리스 콜럼버스는 알폰소 쿠아론의 두 번째 영화 <소공녀>(1995)를 보고 쿠아론에게 연출을 제안했다.


(왼쪽부터) 기예르모 델 토로와 알폰소 쿠아론

<아즈카반의 죄수> 연출 제의를 받았을 당시, 알폰소 쿠아론은 원작 소설을 읽어본 적도 없고, 영화 1, 2편도 안 본 상태였다. 기예르모 델 토로는 “바보같이 굴지 말고 책부터 즉시 읽어라” 하고 그가 수락하길 권유했다. 또한 쿠아론이 감독직을 받아들이자 긴 장면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카메라 같은 스타일을 누그러뜨리고 1, 2편의 방식에 충실하라고 조언했다.


어느 누구도 촬영장에 있는 아이들 앞에서 욕하지 않는 것. 알폰소 쿠아론이 내세운 계약 조건 가운데 하나였다.


<이 투 마마>

알폰소 쿠아론이 감독으로 발표되자 몇몇 팬은 우려를 표했다. 관능적인 30대 여성과 섹스에 정신이 팔린 10대들의 여행을 그린 쿠아론의 전작 <이 투 마마>(2001)가 높은 수위의 신체 노출과 저속한 유머를 담고 있어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듀서 데이비드 헤이먼은 <이 투 마마> 속 10대 소년들의 감정을 이해했기 때문에 쿠아론이야 말로 <아즈카반의 죄수>에 완벽한 감독이라고 생각했다. 진작에 <이 투 마마>를 보고 좋아했던 J.K. 롤링은 쿠아론이 이 영화를 감독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흥분했다.


기예르모 델 토로는 <헬보이>(2004)를, M. 나이트 샤말란은 <빌리지>(2004)를, 마크 포스터는 <네버랜드를 찾아서>(2004)를 작업하기 위해 <아즈카반의 죄수> 연출 제안을 고사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세 주연 배우와 가까워지기 위해 1인칭 관점에서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에세이를 써달라고 청했다. 엠마 왓슨은 헤르미온느 스타일로 약간 과하게 16페이지 분량의 에세이를 썼다.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해리처럼 간단히 한 페이지 분량의 요약본 써냈고, 과연 론답게 루퍼트 그린트는 아예 제출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비공식 헤어 스타일리스트야." 테이크 사이사이 엠마 왓슨은 알폰소 쿠아론의 긴 머리를 가지고 놀았다. 심지어 양갈래를 땋기도 했다고.


오프닝 시퀀스에서 해리는 한밤중 이불을 뒤집어 쓰고 마법을 연습한다. 17세 이하의 마법사가 호그와트 바깥에서 마술을 쓰는 건 법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은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과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중요 모티브였다.


영화 초반 해리가 타는 구조버스의 경비요원 스탠리와 운전자 어니의 이름은 J.K. 롤링의 두 할아버지에게서 따왔다.


구조버스가 초고속으로 도로를 질주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버스는 정상 속도로 달리고 나머지 차들은 서행하는 걸 느리게 촬영해 다시 정상 속도로 트는 방식을 택했다.


영국 최고의 록밴드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밴드 '스톤 로지스'의 이안 브라운이 카메오로 출연했다. 영화 초반 구조버스를 타고 도착한 해리가 바에 들어설 때 보이는,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읽고 있는 남자가 바로 그다. 본래 펍 주인으로 캐스팅 됐지만 시간 제약으로 역할이 날아가서 책 읽는 남자로 대신하게 됐다. 브라운의 아내가 알폰소 쿠아론의 친구였고, 아들을 위해 출연하기로 했다.


시각효과 팀은 6개월 동안 디멘터를 만들었다. 원래 알폰소 쿠아론은 CG를 사용할 생각이 없었고 인형술과 같은 전통적인 기술을 더 많이 쓰길 바랐다. 제작진은 디멘터 인형을 바람에 흩날리는 아주 기초적인 방법을 시도했지만, 그 형상은 영 성에 차지 않았다. 인형술사 바질 트위스트는 인형을 물에 빠뜨려 슬로 모션으로 촬영해 필름을 거꾸로 돌리는 기법까지 선보였지만, 결국 CG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알폰소 쿠아론은 디멘터가 호그와트 익스프레스에 접근하면 비가 얼음으로 변할 것이라고 설정했다. 하지만 그의 강한 멕시코 억양 때문에 시각효과 팀은 얼음(ice)을 눈(eyes)으로 잘못 알아듣고 하늘에서 눈알이 떨어지는 걸 묘사하는 스토리보드까지 만들게 됐다.


헤르미온느가 말포이를 주먹으로 치는 신. 시나리오에선 뺨을 때리도록 돼 있었다. 리허설 중 톰 펠튼은 직접 때리지 않길 의도하면서 엠마 왓슨에게 뺨을 때리라고 말했으나, 있는 힘껏 그의 얼굴을 가격했다. 훗날 왓슨은 그때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법사의 돌>

알폰소 쿠아론은 등장인물의 성격을 더 많이 보여주기 위해 해리, 헤르미온느, 론에게 호그와트 교복보다 사복을 더 자주 입히도록 했다. 또한 다른 학생들에게는 마법사 학교의 이미지를 위해 교복을 입히되 배우들이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입는 걸 허락했다. 시리즈에 새롭게 합류한 의상 디자이너 재니 테밈은 호그와트 교복과 퀴디치 복장을 현대적이면서 지나치게 유행은 타지 않는 방향으로 만들었다. 스네이프(앨런 릭먼) 교수만 기존의 옷을 그대로 입었다. 테밈은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2011)의 의상을 담당했고, 쿠아론의 <칠드런 오브 맨>(2006)과 <그래비티>(2013)에도 참여했다.

<아즈카반의 죄수>


호그와트 비밀 지도(Marauder's Map)를 만들 때, 그래픽 디자이너 미라포라 미나와 에두아르도 리마는 가장자리가 불에 탄 것처럼 보이고 둘둘 말린 전형적인 지도가 아닌, 각각 호그와트 성의 층계를 나타내는 접이식 지도를 고안했다. 백지에 인쇄됐지만 커피를 혼합시켜 오래된 양피지의 외관을 갖췄다.


사탕 가게 허니듀크 세트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속 올리밴더 지팡이 가게,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속 서점이었던 공간이다. 색색의 사탕들로 채워진 공간은 아역 배우들에서 단연 인기였는데, 제작진은 촬영 중 사탕이 사라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허니듀크 사탕에는 라커 칠이 되어 있다고 속였다.

<마법사의 돌> / <비밀의 방>


천문실

루핀(데이빗 듈리스) 교수가 패트로누스 마법을 해리에게 가르치는 천문실은 <비밀의 방>에서 덤블도어(리처드 해리스) 사무실이었던 곳이다. 그 세트를 좋아한 알폰소 쿠아론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도 사용하길 원했지만, 시나리오에 덤블도어 사무실은 나오지 않아, 세트장을 완전히 다시 꾸며 천문실을 만들었다. 이 공간은 이후 작품들을 위해 다시 덤블도어 사무실로 돌아갔다.

덤블도어 사무실


아즈카반 감옥은 언급만 될 뿐 영화엔 등장하지 않았지만 콘셉트 아트는 제작됐다. 거대한 폭포 가장자리에 세워진 삼각형의 돌 요새로 묘사하고 있다.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2007)에서 아즈카반이 처음 목격되었을 때, 제작진은 이 스케치를 따라 삼각 형태를 유지했지만 공간은 책에서 묘사된 것과 유사하게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으로 옮겼다.


(왼쪽부터) 알폰소 쿠아론과 J.K. 롤링

J.K. 롤링은 알폰소 쿠아론에게 원작의 근간은 고수한다는 조건으로 수정을 허용했다. 롤링은 호그와트 땅에 해시계를 놓는 건 허락했지만, 묘지는 그것이 당시엔 공개되지 않았던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에 중요한 역할하기 때문에 거절했다. 한편, 쿠아론은 호그와트에 사는 소인족들이 피아노 건반 위로 뛰어드는 장면을 찍으려고 했지만, 소인족은 <해리 포터>의 세계과 이질적이라며 단호히 거절했다.

롤링은 <아즈카반의 죄수>가 <해리 포터> 시리즈 마지막 두 권의 책에 실린 사건들을 무심코 언급하고 있는 걸 보고 소름이 돋았고, “사람들은 이 작품을 되돌아보고 그걸 의도적으로 넣었다고 생각했을” 거라고 말했다.


게리 올드먼은 “일이 필요해서 시리우스 블랙 역을 수락했다”고 한다. 당시 그는 2002년 촬영한 <신>(2003) 이후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1년 넘도록 연기를 하지 않았던 상태였다. 또 다른 이유는 어린 두 아들을 기쁘게 하기 위함이었는데, <해리 포터>에 출연한 덕분에 그는 두 아들과 그들의 학교 친구들의 영웅이 됐다.


게리 올드먼은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만났을 때 베이스 기타를 선물했다.


게리 올드먼은 알폰소 쿠아론에게 자기 캐릭터에 대해 영감을 구했는데, 그는 시리우스를 “삶에 대한 열정과 즐거움”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존 레논에 비유했다. 올드먼은 또 다른 생명을 얻게 된다면 존 레넌이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데이빗 듈리스는 알폰소 쿠아론이 루핀 교수 역을 맡길 1순위 배우였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퀴렐 교수를 연기했던 이안 하트는 듈리스에게 루핀이 “<해리 포터> 책에서 최고의 캐릭터”라고 말해 그를 설득시켜 결국 캐스팅이 성사됐다. 그도 그럴 것이, J.K. 롤링은 루핀이 학창시절 자신이 원했던 선생님 상이고, 시리즈 등장인물 가운데 딱 한 명만 만날 수 있다면 루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2편에서 덤블도어를 연기한 리처드 해리스는 처음엔 그 역할을 꺼렸음에도 불구하고 전 시리즈에 출연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러나 <비밀의 방> 촬영할 때 호지킨 림프종을 진단 받았다. 후반 작업 때 프로듀서는 해리스를 병문안 해 해리스는 대체 배우를 섭외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지만, 안타깝게도 <아즈카반의 죄수> 촬영 전에 세상을 떠났다.


이안 맥켈런

리처드 해리스의 죽음 이후 영국의 대배우들이 덤블도어로 고려됐다. 이안 맥켈런은 여러 신문에 보도되기도 했지만 결국 덤블도어 역 캐스팅을 거절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간달프를 연기한 그는 “하나의 전설에 걸맞게 살아가는 것도 충분히 버거웠다. 둘은 너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스가 생전 맥켈런을 “끔찍한 배우”라고 불렀기 때문에, 그의 역할을 맡는 것은 부적절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스토퍼 리와 리처드 애튼버러도 물망에 있었다. 한편 해리스의 가족은 그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피터 오툴이 이 맡기를 바랐다.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리 / 피터 오툴 / 리처드 애튼버러


<해리 포터> 시리즈의 리처드 해리스(왼쪽), 마이클 갬본.

마이클 갬본이 리처드 해리스의 캐릭터를 이어받은 건 <아즈카반의 죄수>가 처음이 아니다. 해리스는 <메그레>(1988)에서 탐정 쥘 메그레를 맡았는데, 갬본은 TV 시리즈 <메그레>(1992)에서 같은 역을 맡았다.

<마이그레트> 시리즈의 리처드 해리스(왼쪽), 마이클 갬본


엠마 톰슨은 4살 난 딸을 위해 트렐로니 교수의 역을 수락했다. 틸다 스윈튼은 이 역할을 거절했다.


해리 멜링은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더들리 더슬리 역의 배우가 교체될 뻔했다. 의상을 뚱뚱하게 입어서 살이 올라 보이게 해 멜링이 계속 연기하게 됐다. <아즈카반의 죄수> 속 더들리는 대사 없이 TV를 보고 웃기만 하다가 깜짝 놀라 두 번 숨을 헐떡인다.


1,2편의 플리트윅 / <아즈카반의 죄수> 이후의 플리트윅

<아즈카반의 죄수> 시나리오에는 플리트윅 교수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 알폰소 쿠아론은 플리트윅 역의 배우 워릭 데이비스를 계속 출연시키고 싶어 그를 위해 합창단 지휘자를 만들었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2005)의 감독 마이크 뉴웰이 지휘자의 외모를 좋아해 그대로 계속 등장시키고 싶어서 지휘자가 플리트윅이 되었고 덕분에 1, 2편보다 젊고 멀끔한 모습을 갖게 됐다.


그리핀도르와 후플푸프의 퀴디치 경기 중, 해리와 나란히 골든 스니치를 노리는 선수는 세드릭 디고리였다. 소설을 읽었다면 이미 알았겠지만, 영화에선 아무 설명 없이 넘어가기 때문에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스턴트 배우가 연기했던 세드릭은 영화는 처음이었던 신인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캐스팅 돼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 공식적으로 처음 등장한다.


J.K. 롤링이 밝히기를, 론이 거미를 무서워 하는 건 3살 때 론이 빗자루를 부러뜨린 데 대한 보복으로 형 프레드는 론의 곰인형을 거미로 만든 트라우마에서 비롯됐다.


헤르미온느의 고양이 크룩생크는 두 마리의 레드 페르시안이 연기했다. 이름은 크래커 잭과 펌킨. 조련사들은 크룩생크의 덥수룩한 모습을 만들기 위해 고양이 털을 구해다가 공처럼 뭉쳐서 고양이에게 붙였다.


<아즈카반의 죄수>는 상당 부분 스코틀랜드에서 촬영됐다. 제작진은 스코틀랜드 토종인 하이랜드 소가 영화에 등장하길 바랐다. 덩치와 뿔이 크고 털이 많은 하이랜스 소는 론과 헤르미온느가 펍을 나서 해리를 찾으러 갈 때 호그스미드 가게 앞에서 볼 수 있다.


움직이는 그림 속 여인을 연기한 던 프렌치와 구조버스 앞 창에 달린 쪼그라든 머리의 목소리를 연기한 레니 헨리는 당시 부부였다.


<아즈카반의 죄수>가 이전 두 편과 아주 달라 보이는 이유는 알폰소 쿠아론의 연출 스타일 때문이다. 대다수 장면이 핸드헬드 카메라로 찍혔고, 몇몇 숏은 보통 영화들보다 호흡이 길었고, 전반적으로 어둡고 바랜 색조가 두드러진다. 이 특징들은 쿠아론의 다음 영화인 <칠드런 오브 맨>에서도 두드러진다. 마지 이모 역을 맡았던 팜 페리스는 이 작품에도 출연했다.


움직이는 그림 속 여자 옆에 걸린 그림. 한 여자가 아이를 꼭 끌어안고, 아이는 카메라를 향해 살짝 고개를 돌린다. 이 두 사람을 연기한 건 알폰소 쿠아론의 아내와 딸이었다.


<아즈카반의 죄수>는 존 윌리엄스가 음악을 만든 마지막 <해리 포터> 시리즈다. 이후 패트릭 도일, 니콜라스 후퍼,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바통을 이었으나 1편의 메인 테마 ‘헤드위그의 테마’(Hedwig's Theme)는 시리즈 전편에 사용됐다.


<아즈카반의 죄수>는 개봉 첫날 530만 파운드(약 80억 원)를 벌어들이며 영국 박스오피스 역대 첫날 기록을 경신해, 2004년 흥행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시리즈 8편 가운데 유일하게 전 세계 수익 8억 달러를 넘기지 못한 유일한 작품으로 남았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