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포르노, 스릴러. <호수의 이방인>은 이 세 가지 장르를 하나씩 풀어놓으면서 게이들이 모이는 호숫가에서 시간을 죽이던 남자의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단골처럼 호숫가에 드나들던 프랑크(피에르 델라동샴)는 마음에 드는 남자를 기다리다가 뚱뚱한 앙리와 시덥잖은 대화나 나누다 집에 가기 일쑤다. 첫눈에 매혹된 미셸(크리스토프 포우)과 연애를 시작하고, 그가 전 애인을 죽이는 걸 목격해 두려움에 떨지만, 미셸에게서 좀체 벗어나지 못한다. 한여름, 헐벗은 남자들이 추파를 던지고 몸을 맞대는 풍경에서 유머와 에로스가 출몰하고, 거기에 살인사건이 더해지면서 서서히 관객의 목을 조여온다. 유유히 흐르는 물결과 낮과 밤 전혀 다른 분위기의 숲속이 내뿜는 관능에 알프레드 히치콕이 부럽지 않을 서스펜스를 퍼뜨리는 솜씨는 동시대 가장 재능있는 프랑스의 시네아스트 알랭 기로디의 저력이 만방에 드러난다. <호수의 이방인>은 한국에 수입됐지만 적나라한 수위로 제한상영가를 받아 정식 개봉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