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꿔놨다.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하늘길은 거의 막혔고, 각종 축제들도 취소됐다. 코인 노래방이나 PC방 등 폐쇄적인 놀이 공간에 가기도 걱정이다. 출근을 안 하는 건 좋은데. 어디 놀러 갈 수도 없어 '월화수목금토일' 집에만 붙어있는 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이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문득 '예전엔 집에서 뭐하고 놀았지?' 싶어진다. 좀 더 의미 있고 알찬 '홈라이프'가 뭐가 있을지 넷플릭스를 통해 찾아보았다.
<인테리어 디자인 마스터>
얼마 전부터 넷플릭스에 신설된 '넷플릭스 오늘의 인기 콘텐츠'에서 종종 목격돼 알게 된 서바이벌 쇼 프로그램. 영국 전역의 디자이너를 꿈꾸는 일반인 10명이 경연하는 서바이벌 쇼로, 우승자는 런던 최고급 호텔의 유명한 바를 디자인 할 기회를 얻게 된다. 참가자들은 이전의 직업도 나이도 제각각이다. 심사위원은 영국 엘르 인테리어 잡지 전 편집장이 맡았다. 모델 하우스, 오래된 해안 호텔, 상점 및 레스토랑, 대학교 기숙사 등을 각자만의 방식으로 인테리어하는 미션이 주어진다. 아마추어들이라 완벽한 인테리어의 예시를 보여주지 않아서 더욱 흥미롭다.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이 점이 실용성이 없다거나 하는 등 심사위원들의 조언을 통해 소소한 꿀팁을 얻을 수 있다. 어느새 인테리어 소품을 인터넷 주문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리틀 포레스트>
누군가 그랬다. 재택근무의 단점은 자꾸 먹는다는 것. 자꾸 배달 어플을 기웃거리고 있는 당신. 이번 주말에는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는 게 어떨까. (평일엔 라면만 끓여 먹어도 점심시간 순삭이더라.) <리틀 포레스트>는 집순이, 집돌이가 꿈꾸는 궁극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준다. 정갈하고 아늑한 집. 오다가다 만날 수 있는 이웃에 사는 두 어명의 친구들. 바쁜 도시 생활에 지쳐 시골 고향에 내려온 혜원은 엄마와의 추억이 깃든 그곳에서 계절에 맞는 음식을 해먹는다. 밖은 못 나가도 창문 밖 화창한 풍경이 봄을 알리고 있는 것 같다. 영화 속 알록달록한 '봄꽃 파스타', 시원한 '오이 콩국수'가 더욱 맛있어 보인다.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솔깃한 제목으로 넷플릭스 공개 당시 화제가 됐던 TV 시리즈다. 곤도 마리에는 두 손으로 물건을 만졌을 때 더 이상 설렘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건 버리라는 명언과 함께 정리의 마법을 펼친다. 육아로 어질러진 집, 물건이 사람의 공간을 위협할 정도로 많은 창고형 집을 정리한다. 필요 불필요의 기준으로 버릴 물건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이 물건이 내게 주는 느낌을 기준으로 판단하라는 점이 인상적. 옷, 책, 잡동사니를 거쳐 정리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을 때 추억과 감정이 깃든 물건을 정리하라고 말한다. 이번 새해에도 방 정리를 결심했으나 끝내 버리지 못해 각종 잡동사니 속에 파묻혀 생활하고 있다면 권해본다.
<#캣츠: 냥스타그램의 세계>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집에서 근무하니까 고개만 돌리면 귀여운 반려동물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동물을 좋아하지만 여력이 안돼 키우지 못한다면, <#캣츠: 냥스타그램의 세계>에서 소개하는 고양이 인플루언서들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이 다큐멘터리는 최초의 고양이 밈부터 냥스타그램으로 몇 백만 랜선 집사들을 접수한 귀여운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1988년 기호를 조합해 이모티콘을 만들어 고양이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던 것부터 해서 현재 유튜브 시기까지 시기별 유행하던 고양이 콘텐츠들을 다룬다. 그러나 흥미로운 소재에 비해 단순 나열식인 구성이 아쉽다는 평이 있는 편이다.
<효리네 민박>
집순이라면 탐날 아이템과 놀이들이 가득한 <효리네 민박>. 출근 준비하느라 분주한 대신 따뜻한 커피나 차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조금만 부지런을 떤다면 이효리처럼 요가로 가벼운 하루를 시작할 수도 있겠다. 이왕 못 나가게 된 것 <효리네 민박>처럼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보내보자. 와플도 해 먹고, 반신욕도 하고, 책도 읽고, 사람이 붐비지 않는 집 주변 골목을 가볍게 산책하는 것도 좋겠다. 가깝지만 지금은 너무 멀어져 버린 여행지 제주도. 간접적으로나마 여행 기분을 느낄 수도 있을 것.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