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에 가택 자체구금중인 분들 꽤 계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필자 역시 집에 하루종일 있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가를 체감하고 있는데…. 소소하게 밖에 나가기도 엄두가 안 나는 요즘, 어쩌면 이렇게 무료한 일상이어야만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있다.
탑티어 메이저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꽤 재미있는 시리즈, 봐야지 봐야지 하고 늘 미뤄 왔던 시리즈들 중 이럴 때 보기 좋은 히어로 장르 TV 시리즈를 정리해 봤다. 물론 이미 본 분들이 많겠지만, 그런 분들에게는 무료함을 잊게 할 정주행 추천코스로 어떨지.
1) 엄브렐러 아카데미
동명의 코믹스 엄브렐러 아카데미(Umbrella Academy)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이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피 안 섞인 여섯 남매가 오랜만에 서로를 다시 만나 세계를 구하기 위해 애쓴다는 내용이다. 아버지 하그리브스 경은 초능력을 가진 어린아이들을 입양해 엄브렐러 아카데미라는 초능력자 팀을 만드는데, 그들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면 어린아이를 공동묘지에 가두는 일도 서슴치 않는 냉혈한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어린 시절을 보낸 저택에 모이게 된 남매들은 달라진 각자의 모습과 그간의 상처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런칭 초반, 마블이 떠난 넷플릭스를 지킬 새로운 히어로 팀이라는 타이틀로 각광받았으나... 글쎄.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는 캐릭터가 없는 데다 남매들을 묶어 주는 유일한 끈인 가족이라는 공동체 역시 엄밀히는 허울뿐이기에 이 조합에서는 사실상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랍지 않을 정도.
시간여행과 지구멸망, 아포칼립스라는 현대 판타지를 적용한 작품으로 <엑스맨>과 <인셉션>, <주노> 등으로 유명한 배우 엘렌 페이지가 제작에도 참여해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히어로 활동의 이면과 그들의 지극히 사적인 측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
2) 리전
엑스맨 세계관에서 사실상 최강이나 다름없는 캐릭터 리전의 TV 시리즈가 처음 제작된다고 했을 때, 워낙 독특한 능력과 측면을 갖고 있는 이 캐릭터가 실사화 프로젝트로 제대로 표현될 수 있을까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었다. 기존의 엑스맨 유니버스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지만(이걸 불행이라 해야 할지 다행이라 해야 할지) 다중인격 캐릭터로서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독특한 분위기를 잘 뽑아냈다는 평.
시즌 1은 보신 분들이 꽤 되실 것 같지만... 사실 시즌 1도 맘잡고 보기 쉬운 작품은 아니었다. 대충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인 것도 있으며 리전의 캐릭터 특성상 혼란스러울 수 있는 연출 역시 큰 몫을 했다 하겠다. 1시즌은 호평을 받았고 이에 힘입어 2시즌도 공개되었지만 전 시즌만큼 호평을 받지는 못했다.
허나 '리전' 데이빗 할러가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로 시작해 자신의 증상이 일반적인 정신분열증이 아닌 특수능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확장되는 스토리라인은 엑스맨 시리즈의 팬이라면 한번쯤 봐야 할 작품. 무엇보다 기존 시리즈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일지도 모른다. 물론, 가볍지는 않지만..
3)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
자주 언급되고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한지도 꽤 된 작품인데, 등장 캐릭터들이 히어로 사이드킥이다 보니 인지도가 아주 높지 않아 실제로 본 사람은 적다는 그 시리즈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 CW버스의 대형 크로스오버 에피소드를 진행한 4개 시리즈(슈퍼걸, 플래시, 애로우,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 중 하나이기도 했다.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는 얼핏, 큰 인기를 누렸던 <닥터 후>와 비슷한 골지를 갖고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다양한 시간대를 누비며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그런데.. 히어로물인 이상 느낌은 많이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이 있다. 이미 유명을 달리한 히어로의 모습도 꽤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
4) 에이전트 오브 쉴드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조직 쉴드. 무려 2013년부터 방영했으나 한국에 들어온 것은 2018년의 일이었다. 관객들에게 익숙한 얼굴이자 어벤져스에서 최후를 맞이한 것 같았던 필 콜슨 요원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한편, 하이드라와 인휴먼스에 대해서까지 다루기 때문에 MCU의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시리즈가 바로 <에이전트 오브 쉴드>였다.
하지만 초반 MCU와의 연계 떡밥이 점점 줄어들고 마블이 드라마와의 연계에서 오는 장점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면서 넷플릭스의 마블 팀업이었던 <디펜더스>를 위시한 시리즈들과 함께 이후 시즌은 그리 평이 좋지 못하기는 했다.
영화와의 연계점은 이제 거의 없는 수준이고 희대의 사건 ‘핑거스냅’조차 다루어지지 않았고 시나리오의 관점이 정반대로 흘러가는 바람에 결국 MCU 세계관과는 관련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고야 말았다. 다만 MCU의 다양한 요소를 배치해 두었고 점점 확장되는 다양한 요소와 쉴드 요원으로 활약하는 히어로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시리즈만 갖고 있는 매력일지도.
5) 에이전트 카터
퍼스트 어벤저였던 캡틴 아메리카에게 일생의 사랑이었던 그녀, 해일리 앳웰이 연기하는 페기 카터를 주인공으로 한 TV 시리즈. 초반 MCU 작품들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익숙할 만한 다양한 얼굴들이 등장한다. <퍼스트 어벤저>의 히로인이었던 주인공 페기 카터를 위시해,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 캡틴의 팀이었던 하울링 코만도스 등 반가운 배우들이 캐스팅 그대로 나온다는 점도 꽤 매력 있는 포인트.
여성차별과 인종차별이 주요한 이슈였던 1950년대를 배경으로, 페기 카터가 2차대전에서 혁혁한 업적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차별을 받고 있는 점 등 여러 가지로 대중적이면서도 사회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는 데 주안점을 둘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시리즈는 계속되지 못했고 결국 2시즌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 즉 스티브 로저스를 그리워하는 하워드 스타크 등 MCU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의미깊은 장면들이 다수 등장한다는 점은 여전히 이 시리즈에 관심을 가져볼 만한 이유 중 하나일 듯.
6) 퍼니셔
넷플릭스 자체제작 드라마인 <퍼니셔>는 마블 히어로 캐릭터를 소재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중 평가 면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시리즈다. 평단의 평가와 관객 평가가 30% 이상 차이나는 것으로도 유명한 작품인데... 아무래도 '해병대 포스리컨 출신 참전용사인 퍼니셔가 범죄자들에게 가족을 잃고 나쁜놈들을 응징하러 다닌다!'라는 다크 히어로적인 이미지가 당시의 총기사건과 맞물려 사회적으로 본의 아니게 뭇매를 맞았기 때문일듯.
어쨌든 불살주의가 많은 편인 히어로 업계에서 퍼니셔는 범죄자 응징에 있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살려보내는 일 따위는 없고 원작에서는 빌런들이 감옥에 가는 게 퍼니셔와 싸우는 것보다 낫다고도 할 정도.
드라마는 자비없는 퍼니셔 스토리답게 다소 고어한 부분도 있고 상당히 폭력적이긴 하지만, 아동성애자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나름의 통쾌함도 있다는 사실. 초능력이 따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액션과 파워풀함으로 승부하는 진정한 남자의 드라마.
7) 고담
DC 스토리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일지도 모를 바로 그곳, 고담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다. 고담의 탑티어 캐릭터인 배트맨과 조커의 혈투는 나오지 않지만(정확히는 배트맨의 어린 시절이 배경), 배트맨의 부모가 죽은 직후로 아직 어린 브루스 웨인과 이후 경찰청장이 되는 제임스 고든이 아직 형사인 시절을 다룬다.
원작 스토리와 설정을 속속들이 아는 분이라면 다소 다른 점을 찾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범죄도시 그 자체인 고담의 어두운 측면과 절망적인 치안 상태만큼은 똑같다. 배트맨의 다양한 빌런들인 펭귄과 리들러, 캣우먼, 그리고 제롬 발레스카가 등장한다.
다른 지면에서 언급한 바 있는 제롬 발레스카는 조커인데 조커일 수 없는 캐릭터로, 어른의 사정에 의해 조커라는 이름을 쓰지는 못했지만 누가 봐도 빼박 조커인 발레스카 형제의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펼쳐진다. 다소 인지도가 낮긴 하지만 조커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 분들이라면 <고담>의 제롬 발레스카 역시 집중해 볼 만한 캐릭터.
PNN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