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다. 그래도 마음 놓기엔 이르다. 여전히 3~4월에 개봉하기로 한 영화들이 언제 스크린에 걸릴지 알 수 없다.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11월로 개봉을 연기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 문득 이 여파가 길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몹쓸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지만. 여름 성수기를 비롯해 2020년 개봉하기로 예정된 한국영화 5편을 소개해본다. 부디 제때 개봉할 수 있기를 바란다. 즉,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진정되길, 제발!
정상회담
역대 영화 속 대통령 가운데 가장 잘생겼다고 해도 되겠다. 정우성이 <정상회담>에서 남한 대통령을 연기한다. <강철비>에 함께 출연했던 곽도원은 쿠데타를 일으키는 북한의 호위총국장 역을 맡았다. <강철비>와 비교하면 남과 북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반전을 이룬 셈이다. 두 배우의 조합에 유연석이 가세했다. 북한 위원장 역을 맡았다. <정상회담>은 <강철비>의 “상호보완적 속편”이라고 알려진 영화다. 웹툰 <스틸레인> <강철비: 스틸레인2> <정상회담: 스틸레인3>로 이어지는 소위 ‘스틸레인 유니버스’에 속하는 작품이다. 북한에서 일어난 쿠데타로 인해 남∙북∙미의 세 정상이 잠수함에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반도
<반도>가 1편보다 나은 속편이 될 수 있을까. <부산행>의 흥행은 한국영화계의 사건이라 불러야 옳다. 서브컬처로 분류되는 좀비 장르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동원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부산행>의 흥행 돌풍으로 국내 영화계는 좀비를 내세운 컨텐츠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조선시대 좀비물 <창궐>, 코미디 좀비영화 <기묘한 가족> 등이 ‘제2의 <부산행>’을 꿈꿨지만 녹록치 않았다. 넷플릭스 시대극 좀비 드라마 <킹덤>은 선전했다. <킹덤>을 제외하면 아직 ‘제2의 <부산행>’은 나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반도>가 그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형만한 아우 없다’는 속편의 공식을 깨야 할 운명이다. 강동원이 공유를 대신해 이 중책을 맡았다. 이정현을 비롯해 권해효, 김민재, 이레 등이 합류했다. 들리는 소문에는 <소원>에 출연했던 아역배우 이레의 활약이 엄청나다고 한다. <반도>가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의 한국형 진화를 보여줄 수 있을까. 연상호 감독은 올해 초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반도>를 찍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좀비를 가지고 새로운 걸 해볼 여지가 여전히 많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모가디슈
<베를린> 속편을 기대하고 있던 팬들이 많았다. 어쩌면 <모가디슈>를 다른 형태의 속편이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묘하게 비슷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두 영화의 가장 큰 공통점은 남과 북의 인물이 등장한다는 데 있다. <모가디슈>는 1991년 일어난 소말리아 내전을 피해 남과 북의 외교관이 함께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다. 강신성 당시 주소말리아 대사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 <탈출>이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 남북 외교관 및 공관원들은 12일을 동거동락하며 지옥 같은 전쟁을 피했다.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해외 로케이션 영화라는 점이다. 류승완 감독은 “<베를린>에서의 해외 로케이션 경험을 통해 모로코 현지에서 진행한 <모가디슈> 촬영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김윤석과 조인성이 각각 남한의 한신성 대사와 강대진 참사관을 연기한다.
서복
공유와 박보검이 만났다. <서복>의 캐스팅은 꽤 세다.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8년 만의 차기작이다.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소재는 독특하다. 복제인간이 등장한다. 그러니까 SF 장르다. 국내 영화계에서 보기 힘들었던 장르다. 죽음을 앞둔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이 영생의 비밀을 지닌 인류 최초 복제인간 서복(박보검)과 그를 차지하려는 여러 세력 사이에 휘말리는 내용을 담았다. 조우진은 서복의 존재를 감추려는 국정원의 안부장 역을 맡았다. <서복>은 순제작비가 160억 원 투입된 대작이다. 이용주 감독은 공포영화 <불신지옥>으로 데뷔했다. 이후 멜로영화 <건축학개론>을 거쳐 SF 장르에 도전한다. 3편의 영화가 모두 전혀 다른 장르라는 점이 의미심장해 보인다. <서복>은 이용주 감독이 칼을 갈고 만든 야심작이 될 듯하다.
영웅
<영웅>은 도전적인 영화다. 시대극이면서 뮤지컬 영화이기 때문이다. 한국영화 가운데 대작 뮤지컬 영화가 있었던가. 윤제균 감독은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그가 의지하고 믿는 사람은 아마도 주연 정성화가 아닐까 싶다. <영웅>은 안중근 의사를 다룬 동명의 창작 뮤지컬이 원작이다. 정성화는 이 원작 뮤지컬에서 안중근 역으로 출연한 배우다. 즉, 수많은 무대에서 그는 이미 안중근 의사의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노래 실력이나 연기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밖에 쟁쟁한 배우들이 지원을 하고 있다. 김고은, 나문희,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 등이 출연한다.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상황에서 안중근 의사를 그린 영화 <영웅>은 이미 절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까. 어쨌든 윤제균 감독이라면 흥행에서 실패는 하지 않을 듯하다.
2020년 개봉을 예고한 기대작 5편을 간략하게 살펴봤다. 이 영화들이 언제 개봉할 수 있을지는 지금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코로나19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고 이 영화들을 극장에서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