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 세계가 움츠리고 있다. 특히 최근 북미와 유럽에서의 급격한 확진자 발생으로 3월 11일부터 팬데믹 선언까지 이뤄졌다. 이런 범 지구적 발병 상황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가 취소하거나 연기를 선언하고 있다. 영화계도 역시 마찬가지라, 국내외 영화제들이 하나둘 연기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연기를 선언한 영화제들의 소식을 정리했다.


국내 영화제

전주영화제 일정 변경 안내

가장 먼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영화제는 흔히 '한국 3대 영화제'로 알려진 전주국제영화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일반적으로 5월 초에 개최한다. 하나 이번 코로나19 확산 현황이 언제 진정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규모가 큰 영화제를 강행하는 건 무리일 거란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4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의 일정을 5월 28일부터 6월 6일까지 개최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 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하는 '프리미어' 영화들이 있기에 큰 변동을 주기 어려운 입장이다.

인디다큐페스티발 일정 변경 안내

인디다큐페스티발도 전주국제영화제만큼 바쁘게 일정을 옮겼다. 당초 3월 26일 개막 예정이었으나 5월 28일로 연기했다. 국내 다큐멘터리 전문 영화제 중 규모가 큰 편인 인디다큐페스티발이 연기한 것이라 차후 EBS 국제다큐영화제(EIDF)나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영향이 갈 가능성이 크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올해 개최 시기를 확 바꾸면서 개혁을 꿈꾼 울주세계산악영화제도 한 걸음 물러나야 했다. 지금까지 9월경 개최한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2020년 4월 3일을 개막일로 잡으며 변화를 예고했다. 하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눈물을 머금고 다시 10월 개최로 일정을 변경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 구로 국제어린이영화제, 부산 국제단편영화제, 디아스포라 영화제

이들과 함께 일정을 변경한 국내 영화제는 다음과 같다. 5월 14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할 예정인 구로 국제어린이영화제7월 2일부터 8일로 개막을 연기했다. 부산 국제단편영화제는 4월 22일부터 27일까지의 일정을 6월로 미뤘다. 인천에서 열리는 디아스포라 영화제 또한 5월 개막 일정을 9월 18일부터 22일로 변경했다.


해외 영화제 근황

트라이베카 영화제의 기존 일정. 현재는 취소됐다.

북미와 유럽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해당 지역의 문화, 예술, 스포츠계가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특히 급격하게 확진자가 늘어난 북미의 경우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각 주의 지역 정부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대처에 들어갔다. 뉴욕 주는 500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했고, 4월 15일부터 4월 26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트라이베카 영화제 또한 잠정 연기를 발표했다.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의 기존 일정. 현재는 취소됐다.

규모가 큰 만큼 그 무게도 더한 법이다. 텍사스 주에서 열리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는 영화, 음악, 인터랙티브 관련 산업이 모두 모이는 복합적인 페스티벌이다. 2019년에만 28만 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행사 관계자만 해도 한둘이 아니다 보니 일정을 옮기기도 여의치 않다. 결국 SXSW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역사상 최초로 행사 취소를 발표했다. 중국도 베이징 국제영화제를 연기했다. 4월 19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현재는 언제 개막될지도 미지수다.

칸 영화제

반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는 다소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칸 영화제는 5월 12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인근 국가에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칸 영화제 측은 아직은 연기나 취소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다만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연기, 취소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영화상들은?

춘사영화상 2019년 포스터

일반 관객들이 참석하는 영화제는 아니지만, 여러 이유로 일정을 변경한 국내 영화상이 있다. 먼저 한국영화감독협회가 주최하는 춘사영화상은 지난해 벡터컴과의 업무 협약을 통해 매년 4월 개최를 못 박은 바 있다. 하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후보작은 미리 공개하되 시상식은 음력 4월인 6월에 진행하기로 결정됐다.

들꽃영화제 2020년 포스터.

저예산 독립영화를 대상으로 한 들꽃영화상도 일정을 변경했다. 매년 4월 초에 열었으나 올해는 5월 22일로 연기했다. 엄밀히 따지면 코로나19의 영향이 아니라 야외 행사를 하기에 쌀쌀한 시기라 참석 배우들이 힘들어해서 일정을 변경한 것이라고.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