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약신이 아니다>는 3월 19일(목) 올레 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의료·제약 제도가 화두에 오른 지금, 봐야 할 영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 사람들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놨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등 세계로 전염돼 퍼지고 있다. 전 세계에 불어닥친 위기 상황은 본의 아니게 각국의 지도자들의 대처 능력과 각국의 의료 제도들을 재평가하게 만들고 있다. <나는 약신이 아니다>는 한 명의 소시민이 중국의 제약 제도 개혁에 일조하게 됐던 ‘루융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실화 영화다. 평범했던 한 남자는 어쩌다가 중국 의료 및 제약 제도에 단초를 마련하게 됐을까. <나는 약신이 아니다>를 보고 나면 마스크를 쓴 채 절박한 눈빛을 한 환자들의 모습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이 의인이 나타나길 바라는 요즘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영화다.
정력제 장사꾼, 국가에서 금지한 인도약을 들여오다
2002년 상하이. 주인공 청용(서쟁)은 인도에서 들여온 정력제를 팔고 있다. 그에겐 8살 아들이 있고, 몸이 병들고 늙은 아버지를 부양 중이며, 이혼을 앞두고 있다. 청용은 그리 좋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런 그에게 솔깃한 정보가 들어온다. 중국에서 비싸게 팔리고 있는 만성골수백혈병 약 글리벡을 인도에서 싸게 들여올 수 있다는 소식이다. 당시 중국에서는 터무니없이 비싼 글리벡 가격에 불만을 가진 이들의 병원 앞 시위가 빈번하게 벌어졌다. 돈 좀 벌어볼까. 청용은 그런 생각을 안고 인도로 향한다.
평범하고 소외된 인물들이 함께 세상을 바꾸다
한 달간 시범적으로 약을 파는 것을 보고 앞으로의 거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인도인. 청용은 딜을 받아들인다. 무작정 발로 뛰어가며 약을 살 환자들을 찾았지만 의사도 아닌 그를 믿어줄 사람이 없다. 청용은 뜻을 함께할 인물들을 수소문한다. 밤에는 클럽에서 춤을 춰 돈을 버는 골수암 환자 커뮤니티 운영자를 찾아 내고, 영어로 인도 거래자와 소통할 사람으로 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신부님을 스카웃한다. 그들은 뜻을 모아 약을 쓸 환자들을 모집한다. 청용과 그의 일당들은 처음엔 돈을 벌고자 시작했지만 점차 환자들의 상황에 공감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불법으로 약을 들여 오는 일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다.
한국 대중에게 익숙지 않은 중국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나는 약신이 아니다>는 한국영화를 즐겨 보는 관객이라면 익숙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택시 운전사>, <변호인>처럼 평범한 소시민이 거대한 결의 같은 것 없이, 내 옆의 이웃을 위하는 작은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점차 세상을 바꿔 나가게 되는 과정을 그렸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생소한 '루융 사건'은 어떤 사건?
<나는 약신이 아니다>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들어 이야기를 극적으로 구성하긴 했으나 실화를 충실히 따른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루융 사건에 대한 정보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영화를 관람할 예정이라면 ‘스킵’해도 좋다. 루융사건은 2002년 일어났다. 골수암 진단을 받고 비싼 약 값을 견디지 못하던 루융이 우연히 인도 복제약을 직구해서 효과를 보고 다른 골수암 환자들을 위해 약을 구매 대행하다가 특허권과 판매권 없는 가짜 약을 판매한 혐의로 2013년 체포된 사건이다. 수많은 골수암 환자들이 그를 위해 탄원서를 제출하자 검찰은 기소를 취하해 2015년 루융을 풀어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 리커창 총리가 항암제 공급 확대 정책을 지시하게 됐다고 한다. 2002년 만성골수 백혈병 생존율이 30%에 불과했지만 제약 개혁 이후 2018년엔 85%로 생존율이 급증했다.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5위 기록한 영화
사회를 변화시킨 실화는 그 나라의 국민들에게 더욱 특별한 터. 실화 바탕 영화들이 자국 내에 인기를 끄는 이유다. <나는 약신이 아니다> 역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8700만 관객 수를 기록했으며, 2018년 개봉 당시 드라마 장르로는 처음으로 역대 박스오피스 5위를 기록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이 영화를 “중국판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라 표현했으며, ‘할리우드 리포터’는 “암 환자들의 지독한 현실을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고 평했다. <나는 약신이 아니다>는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시대에 꼭 봐야 할 영화다.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