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니티>는 3월 26일(목) 올레 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 극장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현재 남편을 죽이기 위해 전 남편을 찾아온 수상한 여자

이웃의 사생활을 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섬, 플리머스. 세레니티 호의 선장 딜(매튜 맥커너히)은 누구도 잡지 못한 전설의 참치 낚시에 집착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의 일상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 건 전처 캐런(앤 해서웨이)이 찾아오고서부터. 캐런은 폭력적인 현재 남편 “프랭크(제이슨 클라크)를 바다 한가운데에서 살해해달라”고 부탁하며, 성공하면 천만 달러를 지불하겠다는 조건을 건다. 진짜 속내를 알 수 없는 캐런을 의심하다가도, 마음의 문을 닫은 아들 패트릭의 사연은 그냥 넘길 수 없는 딜. 갈팡질팡하는 딜의 앞에 미스터리한 낚시 회사 직원이 나타난다. 한편 플리머스의 사람들은 딜과 캐런, 프랭크의 수상한 관계를 눈치채고 날을 세우기 시작한다.


할리우드 믿보 배우들이 선택한 작품

<인터스텔라>의 두 우주비행사가 휴양지 배경의 미스터리 스릴러로 다시 손을 잡았다. <세레니티>는 오스카 위너인 할리우드 톱스타, 매튜 맥커너히와 앤 해서웨이가 커플로 재회했다는 점만으로도 기대를 모았던 영화다. 두 배우 모두 이 작품을 통해 그간 필모그래피에 없던, 색다른 캐릭터를 탄생시켰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골드> <다크 타워: 희망의 탑>… 2017년의 매튜 맥커너히는 절절 끓는 에너지가 돋보이는 캐릭터들을 연달아 연기해왔다. 세상을 향한 권태감에 허우적대는 딜은 그와 정 반대 지점에 서 있다. 대사보단 표정이나 눈빛으로 더 많은 말을 전하는 캐릭터. 특정 장면에선 몇 배의 광기로 번뜩이는 매튜 맥커너히의 묵직한 연기가 빛을 발한다. 할리우드의 대표 섹시 스타 중 한 명인 그가 오랜만에 ‘해변의 남자’ 캐릭터로 돌아와 육체미를 과시한다는 점도 주목해볼 만하다.

<콜로설> <오션스 8> 등을 통해 경쾌하고 개성 넘치는 모습을 선보인 앤 해서웨이 역시 캐런 역을 통해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관객을 찾는다. 줄거리만 보고 <세레니티>의 캐런을 범죄 스릴러 영화 속 전형적인 팜므파탈 캐릭터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 영화는 마지막 한 방을 날리며 그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다. 불안함, 두려움에서 강인함까지. 앤 해서웨이의 탄탄한 연기력은 캐런의 들쑥날쑥한 심경 변화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배우의 외형적 변신 역시 강렬함을 더했다. <세레니티>에선 <브로크백 마운틴> 이후 13년 만에 금발로 변신한 앤 해서웨이를 만날 수 있다.


클래식한 ‘분위기 천재’ 영화 선호한다면

평화로운 휴양지, 뜨거운 태양, 치명적인 유혹과 속임수까지. <세레니티>는 쫀득한 긴장과 스타일리시함을 동시에 지닌 범죄 스릴러를 즐기는 이들의 취향을 저격할 영화다. 광활한 바다와 보트, 피로 얼룩진 이들의 휴가는 <태양은 가득히>와 같은 고전 범죄 스릴러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 외 딜이 거대한 참치 낚시에 매달린다는 점에선 <모비딕>이, 이들의 보트 주변으로 상어가 어슬렁거린다는 점에선 <죠스>가 연상될 만큼 클래식한 매력을 자랑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미스터리함이 짙어지는 중후반부부턴 추리극 형식을 띈다는 점도 주목해볼 만하다. 장르를 유연하게 갈아타는 각본과 연출의 힘이 빛나는 부분이다.


절대 스포일러 당하지 말 것

딜과 캐런의 위험한 게임을 즐기기 위해선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절대 스포일러를 당해선 안 된다는 것. <세레니티>는 스포일러를 당하면 맥이 빠져버리는 <기생충>과 같은 유형의 영화다. 그만큼 기막힌 설정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결정적인 한순간을 기준으로, <세레니티>는 그 이전의 내용을 전복시키는 전개를 펼쳐낸다. <세레니티>가 단순한 범죄 스릴러에 멈춰 서지 않는 이유다. 해외 평론가들은 <세레니티>에 대해 “독창적이고 기발한 스릴러” “놀라울 정도로 대담하다. 그 대담함이 존경스럽다”는 호평을 전했다.


안 볼 수 없는 배우·제작진의 이름들

이 심상치 않은 각본은 스티브 나이트 감독의 손에서 탄생했다. <세레니티>의 연출을 맡기도 한 그는 톰 하디 주연작 <로크>를 통해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등 세계 곳곳에서 인정받았고, <얼라이드> <거미줄에 걸린 소녀>의 각본을 쓰며 탄탄한 커리어를 쌓았다. 배우들 역시 감독에게 큰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고. 앤 해서웨이는 러닝타임 내내 주인공이 자동차 안에서 스피커폰으로 대화하는 장면만으로도 모든 서사를 펼쳐냈던 <로크>를 본 후 “오랜 시간 스티브 나이트 감독의 팬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왼쪽부터) 디몬 하운수, 다이안 레인, 제이슨 클락

조연 배우들의 이름 역시 묵직하다. <아쿠아맨> <캡틴 마블> <샤잠!> 등 다양한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활약한 디몬 하운수는 세레니티호의 선원이자 딜의 믿음직한 동료인 듀크를 연기했다. 딜의 일상을 남몰래 지켜보는 콘스탄스 역은 다이안 레인이 연기했다. 관객에게 가장 익숙할 그녀의 캐릭터, DCEU 유니버스에서 슈퍼맨(헨리 카빌)의 어머니 마사 켄트와 180도 다른 이미지를 선보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캐런의 끔찍한 남편 프랭크는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에 출연한 제이슨 클락이 연기했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